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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해피투게더> 포스터

연극 <해피투게더> 포스터ⓒ (주)다리코프


독재정권 시절, 사회 부적응자를 도시에서 축출한다는 명분 아래 전국의 부랑자가 부산의 어느 복지원에 모였다. 하지만 '부랑자'만 모인 게 아니었다. 단순히 거리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가 끌려간 경우도 있고, 주민등록증이 없다는 이유로, 심지어는 복지원이라는 기관의 명칭만 믿고 자기 자식을 형제복지원에 맡긴 사례도 있었다.

복지원에서는 온갖 폭력과 억압이 수용된 이들을 짓눌렀다. 그 폭압의 수준으로만 본다면 북한에 요덕수용소가 있다면 남한에는 형제복지원이 있다고 표현하는 게 적합할 듯하다. 형제복지원은 생지옥이었다. 오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맞아죽거나 영양실조 혹은 다른 이유로 죽어갔으며, 죽어간 이들은 편히 땅에 눕지도 못한다. 시신은 병원의 해부용으로 팔려가면서 형제복지원의 배를 불려 줬다. 살아서는 사람 취급 한 번 받지 못하다가 죽어서도 복지원의 재산이 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가해자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형제복지원의 박인근 원장은 국가적인 묵인 아래 2년 6개월만 복역한 채 아들에게 당시 축적한 부를 세습하고 있다. 반면 형제복지원에 수감되었던 피해자는 지금까지도 불면증 치료제 혹은 고단위 진통제를 달고 살아야 할 만큼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1980년대 독재정권이 빚어낸 일그러진 참상, 형제복지원의 이야기를 다루는 연극 <해피투게더>를 연출하는 이수인을 6일 대학로에서 만났다.

 연극 <해피투게더>의 연출을 맡은 이수인

연극 <해피투게더>의 연출을 맡은 이수인ⓒ (주)다리코프


- 형제복지원을 다루는지라 내용은 어두울 법한데 연극 제목은 어두운 내용과는 반대로 밝은 이미지를 갖는다. 반어법으로 제목을 지은 걸까.
"형제복지원의 가해자 입장에서 보면 '해피투게더'라는 말이 나온다. 피해자를 제외하면 가해자에게 있어서는 (형제복지원이) 행복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모두가 다 같이 어울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는 계기에서 제목을 그렇게 지은 측면도 있다."

- 형제복지원의 암울한 상황을 재연만 하는 다큐멘터리에 만족하지 않는다.
"마치 유태인 학살을 감행한 히틀러가 내레이터가 되어 '나는 이런 식으로 학살했다'는 격으로, 당시 형제복지원의 원장이었던 박인근 원장이 극에서 내레이터 역할을 맡는다. 극의 상황 전후를 때로는 코믹하면서도 처절하게 끼어들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단순히 당시의 상황만을 재연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 그렇다면 내레이터인 박인근 원장에게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내레이터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는 아니다. 내레이터의 말을 듣고 당시 형제복지원의 아픈 상황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가해자를 욕하고 비난하기는 쉽다. 하지만 가해자를 마녀사냥하는 방식보다는, 넓은 시각에서 가해자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이런 연출을 시도한다.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이건가 아닌가' 하는 사안을 '이거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하기는 싫었다."

 연극 <해피투게더>의 연출을 맡은 이수인

연극 <해피투게더>의 연출을 맡은 이수인ⓒ (주)다리코프


- 가해자의 극적인 응징에 중점을 두었는가, 아니면 피해자의 위로를 형상화했나.
"연습할 때 당시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가 두세 분 참관했다. <시사매거진 2580>에 출연한 피해자 중 한 사람인 한중선 씨는 이 연극을 볼 자신이 없어서 연습에 오지 않으려고까지 했다. 연습하는 과정을 보며 울면서 중간에 뛰쳐나가기까지 했다.

가해자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으며, 가해자가 갖고 있던 폭압의 메커니즘이 무언가를 되돌아볼 수 있다. 한편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나름 치유가 될 수 있게끔 시도했다. 그렇다고 치유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다. 마지막에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의 캐럴에 '전우여 잘 자라'라는 노래가 덧입혀지면서 극적인 감정을 이끌어낸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내가 가해자가 아니라서, 혹은 피해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관객의 마음 안에 있는 박인근 원장을 찾아볼 수도 있다. 돈 없고 힘이 없고 무기력해질 때 다른 사람을 억압할 수 있는 박인근 원장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상기시키면서 말이다."

- 피해자는 아직까지도 큰 고통을 받으며 살고 있다. 반면에 가해자는 2년 6개월의 형량만 살고 나와서 축적된 부를 물려주기까지 한다.
"이 공연을 맡기 전까지는 박인근 원장이 그렇게까지 잘 살고 있는 줄은 몰랐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박 원장에 대한 분노 때문에 연출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피해자를 일부러 만나지 않았다. 피해자를 만나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지 못해서다. 연출가는 자신만의 눈으로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습을 보러 온 피해자를 만났을 때 이들의 상처가 정말로 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떤 방식의 태도를 가져야 할 지 어려웠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생존해 있어서 현재진행형의 사건으로 조망해야 한다. 가해자인 박인근 원장이 내레이터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때로는 노래까지 부르는 뻔뻔함을 보여준다. 가해자를 보는 관객은 괴롭겠지만, 박 원장을 향한 섬뜩한 분노를 관객이 느끼게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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