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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독거노인, 그리고 연예인에 대한 안타까운 기억이 있다. 일전에 잠시 케이블 방송국에서 PD로 근무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 연예인 봉사단체의 회원들이 쪽방촌의 독거노인들을 찾아가는 내용의 영상을 촬영했었다.

스무 명 남짓 되는 연예인들이 이날 봉사활동을 위해 모였었는데 퀴퀴한 냄새가 서글픈 쪽방촌으로 직접 발걸음을 옮긴이는 단 두 명뿐이었다. 그것도 서로가 미루고 미루다 흡사 '갑의 횡포'처럼 인기와 경력이 있는 자들이 이도저도 아닌 '을'급의 연예인을 쪽방촌으로 밀어내는 형국이었다. 다행히 카메라가 있어 이들의 행각은 아름답게 포장됐다. 이것이 진짜 다행인지 불행인지 촬영을 했던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날 이후, 내게는 연예인들의 봉사활동이 고깝게 보이는 부작용이 생겼다. 몇 번 정도 그들의 봉사활동을 더 촬영했었는데 진정으로 열심히 하는 연예인도 있는가 하면 사진만 찍고는 봉사보다 수다에 열의를 올리다 금세 자리를 뜨는 연예인도 있었다. 그 균형이 상당히 어그러졌다는 것이 부작용을 쉽게 없애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심장의 뛴다> 통해 들여다 본 독거노인의 현실

<심장의 뛴다> 전혜빈이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댁에 모셔다 드리고는 손톱을 깎아드리고 있다.

▲ <심장의 뛴다> 전혜빈이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댁에 모셔다 드리고는 손톱을 깎아드리고 있다. ⓒ SBS


물론,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선의를 바탕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 그렇게 믿고 싶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심장이 뛴다>의 이원종, 전혜빈을 보면 아직 그렇게 믿어도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방송에서 그들은 연예인이 아닌 진짜 소방관으로서 더 나아가 한 인간으로서 독거노인을 정성껏 도왔다.

전혜빈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구급차로 모셔다 드렸다. 맨 처음 할머니의 신고를 접수했을 때에는 원칙적으로는 불가한 자택 이송 건이라, 행여나 구급차를 이동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얌체족의 신고가 아닐까 의심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하자 정말 할머니는 허리가 편찮으셔서 조금도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할머니를 댁으로 모셔다드리는 내내 할머니의 차가워진 손을 주무르고 마음이 불편하실까 계속 말을 걸으며 손녀딸처럼 할머니를 대했다.

대원들의 도움으로 댁에 도착한 할머니는 홀로 살아가는 독거노인이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자식들이 연락처를 다 바꿨다고 한다. 할머니의 입에서 "자식 키워봐야 다 소용 없다"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전혜빈은 할머니의 토로를 들으면서도 내내 손을 주무르고 있었다.

비록 단 하루지만, 사람의 온기를 할머니에게 전하고 싶은 듯. 대원들은 철수했지만 그녀는 남아서 할머니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손톱, 발톱도 깎아드렸다. 그녀의 눈빛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 아쉬워하는 마음이 절로 읽혔다.

<심장의 뛴다> 이원종이 외로워하는 할머니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 <심장의 뛴다> 이원종이 외로워하는 할머니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 SBS


매 방송분마다 유독 할머니와 인연이 많은 이원종은 이날 방송에서도 외로운 할머니 한 분과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추석 때, 제대로 쉬지 못한 다른 대원들이 즐거운 휴식을 만끽하고 있을 때, 이원종은 홀로 자신과 통화했던 홑몸 노인이 계시는 곳을 방문했다.

부산 소방본부 상황실로 파견 근무를 나갔다가 한 할머니의 전화를 받았던 이원종 대원. 그는 '너무 외로워서 전화를 했다'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가만히 경청하며, 뜨거운 가슴으로 할머니를 위로했다. 잘 알아듣기 힘든 할머니의 음성 속에는 "혼자 살다 보니까 명절이 외롭다. 남들은 누가 왔다 갔다 하는데 내게는 아무도 없다"는 고독과 외로움으로 점철된 독거노인의 실상이 있었다.

이원종은 외로운 할머니와 눈을 맞추고 같은 자리에서 식사를 하며 살을 비비고 눈을 맞춰야 느낄 수 있는 '정(情)'을 전했다. 대원들이 전화도 놔주고, 화재경보기도 설치해줘서 친근함을 느껴 119에 전화했다는 할머니는 "사람만 왔다가도 반갑다"고 말하고는, 깊이 사무친 고독으로 인한 외로움의 눈물을 보였다. 이원종은 그런 할머니의 손을 잡아주며 단 하루지만, 진심을 다해 아들이 되어줬다.

얼마 전 '맥도날드 할머니'로 유명세를 치렀던 권하자 할머니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었다.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매일 밤을 보내 '맥도날드 할머니'란 별칭을 얻었던 할머니는 결혼을 하지 않아 자녀가 없었고, 친족들과도 왕래가 없었다고 한다. 독거노인이었던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독거노인은 올해 106만여 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이 추세라면 2032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선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노인복지는 형편없다. 유엔 조사 결과 우리나라 노인들의 종합복지 수준은 세계 91개국 중 67위에 머물렀으며, 높은 노인 빈곤율, 황혼 격차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실제 쪽방촌에 가봤을 때 독거노인들의 생활을 보고서는 너무 안타까워 탄식이 나왔었다. 그곳은 몸 하나도 제대로 뉘이기 힘든 구조였으며 독거노인들은 그 안에서 모든 생활을 다 해내야만 했다. 연예인의 손에 들린 2kg의 쌀을 하나라도 더 받겠다고 두 번씩 줄을 서던 독거노인들의 모습이 슬픈 잔상으로 남았다.

엄연한 예능 프로그램인 <심장이 뛴다>가 이제 웃음, 감동을 넘어 사회의 그늘까지 비추고 있다. 이날 방송을 통해 들여다 본 독거노인들의 현실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닌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진정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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