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공식 포스터

▲ '비밀' 공식 포스터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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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와 케이블을 포함,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방영되는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좋은 드라마를 만난다는 것은 아쉽게도 아주 드문 일이다. 그런데 이제 또 하나의 드라마가 그 대열에 합류하려 한다. 바로 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이다.

이 드라마는 엄청난 몸값으로 우리에게 늘 회자되는 유명작가, 스타 PD의 작품이 아니었고, 연기자들도 그 이름만으로 우리를 설레게 만들 힘은 가지고 있지 못했다. 지금의 화제성과 인기가 그저 당연한 일이 아니어서 좋은 드라마, <비밀>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네 주인공에 대해, 그리고 드라마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신세연, 철저한 계급 신봉자이며 현실주의자

<비밀>에서 겉으로 드러난 가장 '속물적'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신세연(이다희 분)일 것이다. 그는 자신이 속한 계급에 대한 큰 자부심과 함께, 그것이 주는 권력과 이점들을 철저히 누리며 사는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인 조민혁(지성 분)을 사랑하는데, 그것은 그가 자신과 같은 계급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철저한 계급 신봉자인 그에게 안도훈(배수빈 분)의 유혹이 과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안도훈의 편에 섬으로써 그 혐의를 지니게는 되었지만, 신세연이 악역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 행동의 이면에는 닿을 수 없는 조민혁에 대한 애증이 한껏 섞여있기 때문이다. 강유정(황정음 분)에 대한 조민혁의 마음이 짙어질수록 신세연의 극악함(?) 또한 맹위를 떨칠 것으로 보인다.

그의 행동에도 터닝포인트의 가능성은 있는데, 그것은 그가 안도훈의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일 것이다. 그러나 도덕과 부도덕을 강하게 경계 긋지 않는 인물인 그가 달라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대사나 행동 중 가끔 드러나는 그의 은밀한 '비밀'이 파헤쳐지는 일은 절정의 순간에 가속도를 더하게 될 것이다.

 <비밀>의 신세연(이다희 분).

<비밀>의 신세연(이다희 분). ⓒ KBS


안도훈, 파국으로 향하는 부나방

안도훈은 엄청난 여러 사건들을 거치며 극중 인물을 통틀어 가장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이고 있다. 힘없는 이들을 위해 일하겠다던 소박한 꿈을 가졌었지만, 한번 삶의 핀트가 어긋나면 어떻게 파국을 향해갈 수 있는지의 모범(?)을 한껏 실천해 보이고 있는 중이다.

안도훈이 만일 강유정과의 순조로운 결혼을 했더라면 그는 행복할 수 있었을까? 그 비 오던 밤의 비극적 사건이 아니었더라면, 강유정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반지를 건네던 그날의 순박하던 모습을 간직했더라면 그들에게 해피엔딩은 가능했을까?

그러나 강유정에게 범죄자의 낙인을 찍은 순간부터 그의 일탈은 시작되었다. 그것을 불가항력으로 받아들이는 그지만, 사실 바로잡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의 비겁함은 종종 자의식의 과잉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죄책감과 회한, 그리고 발각될까 두려워하는 초조함은 계속하여 또 다른 범죄를 부르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지금 자신 스스로 불을 지핀 용광로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

조민혁, 성장통 겪는 백마 탄 왕자

조민혁, 세상물정 전혀 몰랐던 천방지축의 재벌 2세. 죽도록 사랑한다 하면서도 결국 결정적 순간에는 손을 놔버리고 마는 우유부단함과 비겁함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그런 그가 강유정을 만나게 되면서 삶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여태의 삶에서 그가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인간상을 발견했기 때문일까. 능동적이고 진취적이며 자신의 모든 일에 강한 책임감으로 임하는 강유정의 진실이 하나씩 파헤쳐질 때마다 그는 '멘붕'의 상태에 빠지고 만다.

조민혁은 <비밀>에서 가장 큰 성장을 이루고 있는 인물이다. 그것은 강유정을 만났기에 가능했고, 진정한 사랑과 희생의 의미를 고통 속에서 서서히 깨닫게 된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걸 수 있는 숭고한 그 어떤 것, 그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조민혁에게는 모든 것이 의문점이자 신선한 충격이다.

유리같이 깨지기 쉽고 다루기 어렵지만 매우 투명하여 그 속내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인물, 조민혁은 이 살얼음판 같은 드라마에서 무척이나 매력적인 한 축이다. 여리고 나약했지만 차츰 극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 사람, 척박한 현실에서 조민혁의 판타지는 드라마의 막판까지도 과연 유효할까.

 <비밀>의 강유정(황정음 분, 왼쪽)과 조민혁(지성 분).

<비밀>의 강유정(황정음 분, 왼쪽)과 조민혁(지성 분). ⓒ KBS


강유정, 그의 인간됨은 애초에 완성형

강유정은 전형적 청순가련형의 여주인공이 아니며, 백마 탄 왕자 격인 조민혁에게 자신의 아픔을 이용하여 구원을 요청하지도 않는다. 드라마의 내용상 한없이 처질 수도 있는 캐릭터지만, 한 치도 무너지지 않는 이성적 태도는 그에게 응원을 보내게 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는 애초에 완성된 인간형으로, <비밀>의 또 하나의 판타지다.

그러나 한결같이 꼿꼿한 태도만을 취하고 있다면 강유정의 매력은 반감되었을 것이다. 그에게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인간적인 면모에 있다. 지키고자 하는 것들, 그래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설사 하늘이 두 쪽 나는 한이 있더라도 지켜 줄 것만 같은 그 든든함은 우리 곁에도 저런 인물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도 한다.

강유정은 감옥살이를 함으로써 사회적, 공식적으로 '낙인'찍힌 인물이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에서 강유정은 전혀 책임이 없을까. 비록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일이었다지만, 감옥행은 이 모든 비극의 발단이라 말할 수도 있다. 분명 선의였지만 어긋났던 그의 결정은 결국 아버지와 아들 산이에게 큰 아픔을 주고 말았다. 갈지자로 어긋나버린 믿음과 사랑은 과연 파국을 맞을 것인가.

충격적 비밀 드러나고 있는 순간에도 우리를 위로하는 따스함

주인공 네 명 중, 신세연과 안도훈은 매우 현실적인 인물이다. 불안한 심리상태, 주변의 것들에 쉽게 흔들리거나 변질되기 쉬운 그들의 내면은 우리 자신이나 우리 곁의 인물들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들이다.

반면, 조민혁과 강유정은 그들과 조금 다르다. 때로 매우 무능력(?)하며 하는 일이라고는 강유정에 대한 추적조사밖에는 없는 것 같은 조민혁은 전형적인 여주인공 호위무사의 모습이다. 강유정은 또 어떤가. 어떠한 어려움에도 절대 후회하는 일 없는 그 강인함은 거의 초인적이다.  

살아가며 순간의 선택이 우리에게 끼칠 수 있는 엄청난 결과,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그 과정에서 겉으로는 좀체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추악한 속내와 이중성 등을 낱낱이 헤집는, 그래서 삶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되짚어보게 만드는 무언가가 <비밀>에는 있다.

권력이 된 규칙과 규범 속에서 일탈은 그 경계가 모호하다. 극악무도한 범죄가 아니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 일상의 사소한 잘못들(사회가 규정한 것들에 반하는 것이 '잘못'이라 한다면)은 위선 등으로 포장된 채 종종 평온함을 가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소한 것이 아니라면?

<비밀>은 선과 악, 일탈과 위선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들의 내면을 잘 포착해 보여주는 드라마다. 결국 인간이 규정한 계급의 신봉자나 노예가 되어버린 사람들, 강인해 보이나 경계를 벗어나기를 겁내는 나약한 인물, 한없이 선해 보이는 눈매 뒤의 악랄한 내면을 가진 사람 등등, 수면 밑의 인간의 추악함과 위선 등이 제대로 그려지고 있는 것. 그것은 우리 속의 내재된 어떤 것을 끌어내기도 하고, 나약해진 정신에 일침을 가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만일 그런 것들만 있다면,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느끼게 되는 따스함을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드러난 것과 속내가 딴판이어서 두려움을 주는 일부의 모습과는 달리, 분명한 선의와 신념,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니고 서로를 대하는 이들이 드라마의 한켠을 빛내주고 있기에 우리는 드라마 <비밀>에 더욱 강하게 이끌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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