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하면 안 돼" "늘 겸손해야지" 등등. 꼭 어느 위인이 한 말이 아니더라도 나의 부모, 나의 친구, 나의 누이, 내 지인들이 나에게 던진 작은 메시지 하나가 내 삶에 큰 교훈 혹은 삶의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꼭 화려한 스타들의 삶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나만의 숨은 사람, 그들을 <오마이스타>와 함께 찾아가 보아요. <편집자말>

 "앞으로 솔로 독주회나 협연 등을 많이 할 예정이에요."

"앞으로 솔로 독주회나 협연 등을 많이 할 예정이에요." ⓒ 포토그래퍼 102bookers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굉장히 소녀 같은, 포근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연주하면 카리스마가 넘치죠. 활이 이야기를 걸어와요. 음악에 따라서 굉장히 사랑스럽다가도, 야생마로 변하는 연주를 선보이는 분입니다. 활이 춤춘다는 것을 처음 느껴봤던 분이에요." (이해은 섬유디자이너)

이해은 섬유디자이너가 11번째 숨은 사람으로 비올리스트 김남중(35)을 추천했다. 프로필을 살펴보니 서울대 졸업에, 미국 인디애나대학 최고연주자 과정을 거친 인재였다. 우리나라 최고의 비올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남중. 프로필만 봐서는 다른 사람들처럼 경제적으로 풍족한 집안의 자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악기를 비롯해서 레슨비까지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을 정도가 되기 위해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월 중순 서울대에서 동문 연주회를 앞둔 김남중을 처음 만났을 때 그건 편견이지 이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역시 사람은 단순히 프로필로만 판단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김남중의 아버지는 군인이었다. 공군장교 출신 군인 아버지 때문에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서 어머니는 여자아이에게 취미 삼아 바이올린을 배우게 했다. 바이올린을 시작했다가 선생님이 사실은 비올라 전공자였음을 알게 되고, 비올라의 소리에 매료돼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비올라를 배우게 됐다.

"비올라 소리에 완전히 꽂혔어요. '저 악기 사주면 연습 많이 하겠다'고 엄마한테 졸라서 바로 그날 선생님 손잡고 악기를 샀어요. 초등학교 때 매일 4시간씩 연습했던 것 같아요. 전공해야지, 비올리스트가 되어야지 그런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비올라가 정말 좋아서 미친 듯이 켰던 것 같아요."

 이해은 섬유디자이너가 11번째 숨은사람으로 비올리스트 김남중(35)을 추천했다.

이해은 섬유디자이너가 11번째 숨은사람으로 비올리스트 김남중(35)을 추천했다. ⓒ 포토그래퍼 102bookers


김남중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선화예술중학교를 1등으로 들어가서 1등으로 졸업했다. 계속 1등만 했던 김남중은 서울예고에도 1등으로 입학했다. 1등만 도맡아 했기에 사실과 다른 안 좋은 소문이 돌았다고.

"계속 1등을 했던 것은 제가 너무 비올라를 좋아해서였던 것 같아요. 사실 엄마는 살림을 꾸리는 분이니까 빠듯한 살림 때문에 그만두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얘 음악 그만두게 하면 이혼하는 줄 알아라'고 하시며 지지해주셨어요.

군인 가족 중에 음악으로 대학교에 유학까지 다녀온 케이스는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서울예고에 1등으로 들어갔을 때는 집이 부유하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어요."

사실이 아닌 소문에 속상하기도 했지만, 김남중은 열심히 해야 하는 집안 사정 때문에 더욱 비올라에 매달렸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열렸던 서울대음악대콩쿠르에서 1등을 하면 수시로 합격시켜준다는 것에 귀가 번쩍 띈 김남중은 대회에 나가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1등을 거머쥐었다. 그렇게 서울대 합격증을 받았지만, 김남중은 이후 수시전형이 무효가 되면서 고2 때부터 "열나게" 공부해 서울대 97학번이 되었다.

 "2년 석사를 마치고 잠깐 귀국하고 또 나가려고 했는데, 당시 정명훈 선생님이 서울시립교향악단에 오셔서 오디션을 보고 있었어요. 그 오디션을 보고 7년 동안 단원으로 일했습니다"

"석사를 마치고 잠깐 귀국하고 또 나가려고 했는데, 당시 정명훈 선생님이 서울시립교향악단에 오셔서 오디션을 보고 있었어요. 그 오디션을 보고 8년 반 동안 단원으로 일했습니다" ⓒ 포토그래퍼 102bookers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도 복이었던 것 같아요. 항상 저를 믿고 끌어 주는 선생님이 계셨으니까요. 어렸을 때 스승님은 현재 경희대 출강하시는 조명희 선생님이에요. 제게 풍부한 음악성을 심어주셨어요.

이후에 감사한 분은 서울대 최은식 교수님이에요. 32살의 젊은 나이에 미혼으로 교수님이 되셨는데요. 친근하게 지내면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미국에서 갓 들어온 제게 더 넓은 세계를 알려주시고 용기를 많이 주셨어요. 지금도 선생님은 저를 '1호 제자'라고 하시면서 많이 이끌어 주십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김남중은 1년 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인디애나 대학에 합격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올리스트인 아타 아라드(Atar Arad)의 눈에 들어 석사 과정을 마쳤다. 김남중은 아타 아라드의 첫 한국인 제자였다.  

이후 5년 만에 그 학교에서 최고 연주자과정도 합격했었는데 더 이상 뒷바라지하기 힘들었던 부모님, 특히 절대적인 지지자였던 아버지가 퇴직을 앞두고 귀국하기를 바라셨다. 

"저는 최고 연주자과정에 합격해서 더 공부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학교에 다니려면 장학금뿐만 아니라 생활비며 월세 등을 내야 했어요. 아버지는 들어오라고 하셨고 전 고집을 피웠죠. 어머니가 선 보러 귀국하라고 해서 잠깐 왔다가 또 나가려고 했는데 당시 정명훈 선생님이 서울시립교향악단에 오셔서 오디션을 보고 있었어요. 어머니의 권유로 오디션을 봤고 합격해서 8년 반 동안 서울시향 단원으로 일했습니다."

미국에서 최고 연주자과정에 합격했지만 다시 유학길에 오르지 못하고 시향 오케스트라의 비올리스트로 활약했던 김남중. 우리나라 최고의 연주가들이 가고 싶어 하는 시향이었지만, 김남중은 지난 9월께 이곳을 나왔다. 

"서울시향은 연주회가 아주 많아요. 1년에 180회 정도입니다. 한국에서는 안정적이고 훌륭한 직장이지만 저는 솔로를 하고 싶었어요. 하고 싶은 게 많은 거죠. 8~90여 명의 단원이 있는데 한번 뽑으면 나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잘 뽑지도 않고 공석이어도 실력을 갖춘 사람만 뽑기 때문에 실력이 없으면 그냥 공석으로 둡니다. 외국인도 20여 명 정도 되고요.

세계에서 오디션을 보러 와요. 뉴욕·영국·이탈리아·프랑스 등에서 추천을 받아서 오디션을 보러 옵니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는데 단 몇 분 만에 당락이 좌우되는 거죠. 몇 번의 오디션 끝에 합격한 분도 계시고요."

 "비올라 소리를 듣고 완전히 꽂혔어요. '저 악기 사주면 연습 많이 하겠다'고 엄마한테 졸라서 바로 그날 선생님 손잡고 악기를 샀어요."

"비올라 소리를 듣고 완전히 꽂혔어요. '저 악기 사주면 연습 많이 하겠다'고 엄마한테 졸라서 바로 그날 선생님 손잡고 악기를 샀어요." ⓒ 포토그래퍼 102bookers


선망의 직장인 서울시향을 그만둔 김남중. 그녀는 한국 비올리스트로는 처음으로 2015년 베를린 필하모닉홀 시리즈에 이름을 올리고 독주회를 연다.  

"뉴욕콘서트아티스트에 초청돼 내년 9월에 카네기홀에서 독주회를 열어요. 그리고 2015년 4월 27일에 베를린 필하모닉홀 시리즈에서 데뷔 연주회가 있습니다. 떠오르는 유망주로 뽑혀서 연주회를 하게 됐어요. 베를린 필하모니홀 측에서 한국인 최초 비올라 독주회라고 하더라고요."

한국 비올리스트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김남중은 그렇게 자신의 앞날을 개척하고 있었다.

"그동안 혼자만의 소리를 낼 일이 별로 없었어요. 앞으로 솔로 독주회나 협연 등을 많이 할 예정이에요. 남들은 욕심이라고 하는데, 저는 저만의 비올라 소리를 계속 들려 드리고 싶어요."


[숨은사람찾기⑫] 화가 안중경 작가를 추천합니다


김남중 비올리스트가 다음 숨은 사람으로 '화가' 안중경 작가를 추천했다. 

"2012년 가을 서울대 미대 출신이 조직한 앙가쥬망 전시회에서 안중경 작가의 그림을 처음 봤어요. 그리고 올해 9월 앙가쥬망 전시회 때도 다시 그분의 그림을 봤죠. 개인적으로 피카소의 그림을 좋아하는데, 안 작가의 그림을 보는 순간 피카소가 떠올랐습니다. 

강렬한 색깔은 야수파 같은 느낌이 들었고 입체파의 그림처럼 신체의 부분이 각기 다른 관점에서 표현된 느낌이 들었어요. 기존의 회화에서 보지 못했던 신선함을 느끼게 되었고 미래가 기대되는 작가라는 느낌이 다가왔습니다."

* 비올리스트 김남중 인터뷰 2탄으로 이어집니다.
 "11월 21에 독주회가 열려요. 예술의 전당에서 비올라 독주회를 엽니다."

김남중은 11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비올라 독주회를 연다. ⓒ 포토그래퍼 102boo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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