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디스 이즈 모던>에 출연하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승현

발레 <디스 이즈 모던>에 출연하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승현 ⓒ 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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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가 있다. 오늘 소개하는 이승현이다. 하지만 그는 정작 이 수식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실력으로 대중에게 인기를 받고 싶지, 잘 생긴 외모로 인기몰이를 하는 걸 경계하는 실력 우선의 마인드를 갖는 발레리노이기에 그렇다.

외모보다는, 주어진 안무에 최선을 다하면 무대 위에서의 진정성을 관객이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최선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발레리노가 이승현이다. <디스 이즈 모던>으로 발레 팬을 찾는 이승현을 14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연출가도 따라 하기 어려운 고난이도 동작...연습에 연습"

- 한스 반 마넨의 '블랙 케이크', 나초 두아토의 '두엔데', 이어리 킬리안의 '프티 모르', '젝스 탄체' 등 네 레퍼토리 가운데서 무려 세 작품에 참여해서 버겁지는 않은가?
"예전에 해본 작품이기는 하지만, (예전에는) 작품 세 개에 연달아 출연하지 않아서 버겁기는 하다. 쉬운 작품도 아니라 스태미나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 맨 처음 레퍼토리 '블랙 케이크'에서는 술에 취한 인간 군상을 연기한다.
"관객의 입장에서 '블랙 케이크'를 본 적은 없지만 처음에 집단으로 춤추는 웅장한 군무가 있다. (클래식 발레처럼 딱 짜여진) 동작에 대한 스토리가 정해진 게 아니니까 번잡하면서도 사람들의 살아가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어서 춤을 추면서도 신이 난다. 아마 관객에게도 해피바이러스가 전달될 만큼 흥겨우리라고 자부한다."

- '두엔데'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안무가인 나초 두아토를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연출가가 내한했을 때, 나초 두아토는 천재적인 안무가면서 신체 조건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초 두아토는 일반인이 할 수 없는 어려운 동작을 아주 쉽게 한다. 나초 두아토가 하는 동작은 무용수도 따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난이도다. 방한한 연출가도 처음에는 나초 두아토의 동작을 따라 하지 못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계속 연습하면서 따라 할 수밖에 없는 동작이 많다. '프티 모르'는 예전부터 공연을 많이 해서 동작이 몸에 익숙하지만 '두엔데'는 한 번 밖에 작품을 하지 않아서 세 레퍼토리 가운데서 가장 어려운 작품이다. 고난이도의 작품이라 매번 연습할 때마다 애를 먹는다. 어떤 동작은 시작하면 언제 끝이 날 지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애를 먹기도 한다.

미술관에 갔을 때 둥그런 그림이 하나 있다 치자. '이게 뭐지?' 하고 느끼는 관람객의 느낌이 있는 것처럼, 나초 두아토를 이해하기 보다는 '두엔데'를 보고 관객이 많이 느끼는 게 중요하다."

- '프티 모르'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상징에 주목해야 하는 레퍼토리다.
"'프티 모르'는 인간의 성욕에 대한 부분을 많이 표현한다. 남자 무용수나 여자 무용수 할 것 없이 언더웨어 하나만 걸치고 신체를 거의 드러내고 연기해야 하는 작품이다."

ⓒ 유니버설발레단


- 15살이라는 늦깎이 나이로 발레에 입문해서 지금은 수석무용수가 되었다.
"제가 보았을 때 많이 노력하는 편은 아니라고 본다. 다른 무용수처럼 많이 노력했다면 더 좋은 무용수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주신 신체적인 요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에게 감사드린다. 노력 반, 신체적인 요건 반으로 수석무용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롤 모델이 되는 발레리노는 누가 있을까?
"<백야>에 출연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를 닮고 싶다. 어릴 적부터 동영상도 많이 보았다. 따라 하고 싶은 동작이 너무 많을 정도로 롤 모델이 되는 무용가인데 그만큼 못 따라가겠더라.(웃음) 그의 춤 스타일을 따라가려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일본에도 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일본 팬에게 감사한 부분은, 이분들은 한 번 팬이 되면 충성심이 강하다. 어지간해서는 팬이 바뀌지 않는다. 일본의 팬 가운데 어떤 분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일본에서 공연할 때 그분이 발레 홍보물을 보고 제 공연을 찾아와서 보시고는 팬이 되었다. 제 팬만 된 게 아니라 아예 발레에 입문하게 됐다. 저희 공연을 본 후 저희가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일본 발레를 찾아 관람할 정도의 발레 팬이 된 것이다.

몸이 좋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 두었지만 발레를 관람하려면 관람료가 있어야 하기에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발레를 찾아다니며 관람했다고 한다. 그분에게 편지를 써 드린 일이 있다. 제 편지를 보고 병이 나았다고 좋아하셨다. 원래는 6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았는데 2년 넘게 살아있다. 저희가 일본 공연을 하면 일부러 공항까지 찾아와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 점프에 발군의 재능이 있다.
"다른 무용수처럼 많은 회전을 하는 건 아니다. 세 바퀴나 네 바퀴를 돌아도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 많이 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깔끔하게 도는 게 중요하다."

- 요즘은 무용수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는 세대가 되었다.
"발레를 점수로 평가한다는 건 맘에 들지 않는다. 힙합과 브레이크댄스처럼 장르가 아예 다른 분야와 겨룬다는 형식 자체도 무용수의 입장에서 볼 때엔 말이 안 된다고 본다."

디스 이즈 모던 이승현 유니버설발레단 블랙 케이크 두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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