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의 강유정(황정음 분).

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의 강유정(황정음 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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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진정한 수목드라마의 전쟁이 시작됐다. 스타 작가와 스타 군단을 앞세운 두 개의 드라마가 동시에 출격했기 때문이다.

MBC <메디컬 탑팀>에는 권상우, 정려원, 주지훈, 오연서가 든든하게 포진되어 있다. SBS <상속자들>은 이민호, 박신혜 등의 청춘스타와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의 김은숙 작가가 손을 잡아 훨씬 더 막강한 포스를 자랑하고 있다. 양쪽에서 이미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KBS <비밀>의 선두 자리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드라마 <비밀>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작은 <상속자들>이다. 전작 <주군의 태양>의 높은 시청률 효과를 그대로 이어받은데다가, 작품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라 <비밀>은 <상속자들> 과의 시청률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이긴 하지만, 김은숙 작가의 필력을 그리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일이다. 아마도 이 두 작품은 시청률 승부를 두고 한동안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벌써부터 <상속자들>에 관심이 기울어지며 시청률 순위가 흔들리고 있는 분위기다. 염려스러운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연기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아이돌 및 젊은 배우들을 주요 배우로 캐스팅한 점이 <상속자들>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말이 다분했다.

하지만 <상속자들>과 <비밀>의 시청률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라 안심하기엔 이르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0일 방송된 <비밀> 6회는 전국 기준 14.6%, 수도권 기준 15.4%를 기록, 2.2%P 상승하며 동시간 1위를 기록했다. <상속자들>은 첫 회 방송분보다 1.1%P 하락한 10.5%를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비밀>의 조민혁(지성 분)과 신세연(이다희 분).

<비밀>의 조민혁(지성 분)과 신세연(이다희 분). ⓒ KBS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에 거는 기대는 여전히 높다. 그리 호락호락 시청률 선두를 내어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비밀>은 내용만으로 보면 그렇게 새로울 것 없는 흔한 멜로물이지만, 이야기를 표현함에 있어서 특별한 재주를 지니고 있다. <비밀>에는 기존 멜로물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네 가지의 비밀이 은밀하게 숨겨져 있다.

먼저 주연배우 황정음의 연기가 <비밀>의 가장 큰 비밀이다. 그녀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단 말인가. 허구한 날 잘 울어서가 아니다. 그녀의 연기에 진심이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해서다. 한 남자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여자,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던 아이를 잃어버린 여자, 유일한 피붙이인 아버지까지 떠나보내야 했던 여자 강유정의 한과 슬픔과 고통을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다.

멜로물에서 신경 써서 다뤄야 할 부분은 주인공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느냐다. 주인공들의 인연이 맺어지는 장면이 서투르게 진행되다 보면 극의 흐름이 어색해지고, 그로 인해 시청자들은 몰입에 방해를 받게 된다. 그럴싸한 우연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얘긴데, 드라마 <비밀>은 이를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탁월한 재주를 지녔다.

강유정과 안도훈(배수빈 분) 사이를 조민혁(지성 분)과 신세연(이다희 분)이 비집고 들어가게 되는 우연들이 교묘하고 은근해서 어색함이나 억지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네 명의 주인공들이 비밀스런 틀에 갇혀지기까지의 과정이 꽤나 그럴듯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캐릭터는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결정적인 계기로 인해, 그리고 반전이 될 만한 사건들로 인해 캐릭터의 변화가 일어날 테지만, 아직까지 조민혁, 강유정, 안도훈, 신세연은 그들답게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비밀>엔 어이없는 설정이나 생뚱맞은 이야기가 없다. 불편할 정도의 과도함도 보이지 않는다. 변하기는 하되 서서히 움직이는 캐릭터의 일관성이 극에 안정감을 불어 넣고 탄탄한 스토리를 보장해 주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밀>에는 시간의 역행이라는 비밀 플롯이 숨겨져 있다. 매회 결정적인 장면은 '비밀'의 타이틀로 감춰져 애간장을 녹인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길이 없다. 그리고는 시간을 역행하는 플롯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멜로물에서는 보기 드문 구성으로 시청자들과의 '밀당'을 아슬아슬하게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제 강유정은 모든 것을 잃었고, 더 떨어질 나락이 없다. 다음 주부터 <비밀>의 이야기는 제 2막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전개될 것이다. 또 어떤 비밀스러운 이야기로 심금을 울리고, 애를 태울까? 벗겨도 벗겨도 알 수 없는 양파 같은 드라마 <비밀>은 이 네 가지의 비결만으로도 시청률 1위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비록 경쟁작이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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