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깡철이>에서 강철 역의 배우 유아인이 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깡철이>에서 강철 역의 배우 유아인이 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영화 <깡철이>는 배경이 부산인데다 조직폭력배까지 등장시켰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지속해서 등장했던 영화들을 보는 듯하다. 강철 역을 맡은 유아인 역시 처음에 <깡철이>의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진부하다고 느꼈을 정도.

그러나 유아인은 이 영화를 택했다. 누군가는 "<완득이> 하더니 이제는 <깡철이>냐"고 물었지만, 유아인은 이들에게 강렬한 한마디를 던졌다. "연장선이면 좀 어때?"라고.

지난 1일 오후, <오마이스타>와 만난 유아인은 "<완득이>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생각으로 <깡철이>를 택한 것은 아니다"면서 "배우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더 깊고 진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극 중 엄마 순이(김해숙 분)와 아들 강철이의 사랑을 언급하며 "칙칙하고 진부하지만 이야기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신파지만 굉장히 담백한 <깡철이>, 억지로 눈물 짜내지 않는다"


아들을 "여보"라고 부르고, 틈만 나면 목욕탕 굴뚝으로 사라지는 동네 사고뭉치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는 강철이. 생계유지도 그의 몫이다. 삶의 무게에 지친 강철이는 어느 날 "엄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유아인은 "치매 걸린 엄마와 병시중을 하는 아들의 감정을 가식적이거나 위선적이지 않고 솔직하게 보여준다"면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강철이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깡철이>가 세련됐다, 핫하다, 트렌디하다고는 할 수 없죠. 하지만 그것만이 절대 가치는 아니잖아요. 휴먼 드라마와 조폭 느와르라는 진부한 장르를 마치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초코 아이스크림의 결합처럼 새롭게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저 같은 젊은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고요. 두 장르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감정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중요했던 영화였습니다."


정신이 돌아온 순이가 유치원생으로 기억하는 강철이의 김밥을 챙겨주는 대목에서는 코끝이 찡해진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눈물을 펑펑 쏟을 대목은 없다. 유아인은 이를 두고 "주제나 소재는 세련되지 않지만, 감정을 건드리는 방식은 세련됐다고 느꼈다"면서 "내가 아는 한, 신파 중에서 굉장히 담백하다. 억지로 눈물을 짜내지는 않는다"고 자평했다.

"힘들다고 매일 울지만은 않잖아요.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요. 힘든 면에만 빠져 있지 않아서 훨씬 현실적이었던 것 같아요. 감정을 표현하는 자세나 호흡의 완급 조절, 절제미가 틀림없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 그걸 좋아해요. 환경이나 상황이 만드는 커다란 감정의 덩어리가 있는데, 과잉이 되지 않게 수위조절을 하는 게 중요했죠. 잠시 안온함에 젖다가 웃음도 터지고 슬프기도 하고요. 자연스럽게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랄까요."

"부모님께 애정표현 한 번 더"...무뚝뚝한 남자 유아인이 변해간다 


내가 아프면 부모가 당연히 보살펴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부모가 아프면 이를 외면하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은 종종 뉴스 사회면에 등장하는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아인은 "<깡철이>를 찍으면서 '반대로 내가 아프면 어떨까. 엄마가 보호해주는 건 당연하다고 느끼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면서 "아무래도 자신에게 물어봤을 때는 현실적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 후로 부모님께 조금 더 잘하고 있어요. 전화를 더 자주 하고, 애정표현도 한 번 더 하고요. 왜 '떠나고 나서야 후회한다'고 하잖아요. 그런 말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현실 세계에서 자식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언제까지 무뚝뚝한 아들일 수는 없죠.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표현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거니까 감정을 밖으로 조금 더 꺼내놓으려고 해요."


어느덧 20대 후반에 접어든 이 남자는 또래 배우들과 조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완득이>가 그랬고, <장옥정, 사랑에 살다> <깡철이> 역시 그렇다. 10대와 20대가 열광하는 로맨스물보다는 다소 묵직한 작품을 선택하는 듯하다. 유아인은 "(트렌디한 작품이) 싫은 건 아니지만 뭐가 더 내 취향인가의 문제"라면서 "체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보다는 휴먼 드라마를 베이스로 하되, 더 진취적인 방식의 작품을 항상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20대 초반엔 되게 예민했어요. 그때는 더 어려 보였거든요. 건방지다고 오해받고 싶진 않은데 또 어리다고 얕보는 건 싫어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힘들었죠. 더 진지하고 무겁게, 어른스럽게 인터뷰하고요. 지금 생각으로는 나이가 무색한 배우가 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지금의 저는 20살 때의 제가 '이런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 가까워지려고 애쓰고 있어요."

10대 때 데뷔한 탓에 "유아인씨, 몇 살이에요?"라고 누군가 나이를 물으면 유독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그. 짧은 인터뷰를 마칠 때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환하게 웃으며 기자에게 물었다. "그런데 몇 살이에요?"라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며 반항아 이미지를 구축하는 듯했던 이 배우에게 조금씩 더해가는 깊이가 느껴졌다. 그와의 다음 만남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유아인 깡철이 김해숙 완득이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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