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원>의 이준익 감독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소원>의 이준익 감독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담은 영화 <소원>을 촬영하는 동안, 상담 전문가가 아역배우 이레(소원 역)의 곁을 지켰다. 이레는 촬영 전부터 지금까지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며 연기에 임했고, 이는 개봉 이후에도 지속할 예정이다. 배우들은 촬영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며 영화의 잔상을 털어버렸다지만, 여기 아직도 <소원>을 움켜쥔 이가 있다. 연출을 맡았던 이준익 감독이다.

햇살이 따사롭던 지난 달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 앉은 이준익 감독은 "배우 못지않게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 감독님 아니냐"는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내게는 개봉이 치유"라고. 시나리오를 받아든 순간부터 오직 <소원>만 생각했던 이준익 감독은 분신 같은 영화를 떠나보낼 날을 앞두고 있었다. "개봉한 작품은 다시 보지 않는다"는 그에게 <소원>과 함께했던 행복한 날들을 들을 수 있었다.

"소재 아닌 주제 선택... 사건 아닌 사연 담아"

아동 성폭행이라는 소재와 마주한 이준익 감독은 '통속적'인 해석에서 벗어났다. "소재가 아니라, 주제 때문에 <소원>을 찍기로 결심했다"고 운을 뗀 그는 "민감한 소재인 탓에, 불손한 태도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공손하게, 정중하게 찍으려고 끝까지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그의 진심은 시사회에서 영화와 마주한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통속적으로 표현하자면 범죄자를 엄정하게 처벌하거나, 그에게 처절하게 복수해야겠죠.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이 소재를 다룬 대부분의 영화가 그래요. 하지만 <소원>의 주제는 반대입니다. 그렇다고 용서는 아니고, 다른 문을 여는 거죠. 모두 회피하고 알아주지 않는, 그들의 소원을 탐험하려고 했습니다. 일상이 깨지면 뭘 바랄까요? 당연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죠. 일상이 있어야 로또도 바라는 거 아닌가요."

 영화 <소원>의 이준익 감독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준익 감독은 "결국 필요한 것은 동화였다"고 정리했다. 영화 <빅 피쉬> <인생은 아름다워> 등이 보여준 동화를 <소원>에도 투영하는 것 말이다. "참혹한 현실을 이겨낼 힘을 동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 이 감독은 "계속해서 더 강한 자극을 찾는 자본주의의 현실 속에서 깨져버린 동화를 다시 이끌어내려고 했다"면서 "자극적인 소재로, 무자극의 주제를 찾아낼 수 있다면 올바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보통 상업 영화에서 드라마는 '사건의 연속'으로 이뤄집니다. 하나의 사건을 더 큰 사건으로 덮어버리죠. 하지만 <소원>은 사건이 하나이고, 사연이 계속됩니다. 굉장히 비상업적인 시나리오죠.(웃음) 현장에서는 흥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철저하게 금했습니다. 불손한 태도라고 생각했죠. 제가 '명절 전문 감독' 아닙니까. <라디오 스타>도 극장에서 200만 명이 채 안 봤는데요. 손님은 좀 덜 들어도, 공감하고 나눌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범죄자 향한 분노, 우월감과 자만감으로 위안 삼는 선택"

 영화 <소원>의 이준익 감독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이준익 감독 앞에서 속내를 털어놨다. "일이지만, 사실 <소원>을 보고 싶지 않았다. 두려운 잔상에 힘들어질까 봐 더 그랬다. 심지어 영화관에 들어가서도 가슴이 콩닥거렸는데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마음이 편해졌다.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이 말을 들은 이준익 감독은 "그게 바로 카타르시스"라고 했다. 소원(이레 분)이와 엄마(엄지원 분), 아빠(설경구 분)의 고통에 동참하며 고통을 느꼈고, 그것을 극복했기에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이라고 했다.

"캐릭터 인형 코코몽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리얼리티죠. 하지만 코코몽이 등장하면 판타지가 시작됩니다. 바로 '매직 타임'이죠. 소원이가 병실에서 코코몽과 만나는 장면은 최대한 예쁘게 찍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표정에도 신경을 썼고요. 관객 모두가 마법의 시간에 들어와야 앞으로의 전개가 동의를 얻거든요. 만약 여기서 공감하지 못하거나 얕잡아보면 다 무너지니까요. 이 부분에서 신파가 아닌 판타지를 택했습니다."

"동정보다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준익 감독은 "사람들은 대부분 범죄자에 대한 분노를 외치며, 동시에 스스로 도덕적으로 우월한 사람이라고 자만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당사자의 내일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느냐"고 반문했다. 두렵고 불편한 현실을 비겁하게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동정이 아닌 배려를 할 수 있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영화는 세상을 담는 그릇입니다. <소원>을 통해 저는 미학적이라기보다 세상을 압축하고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미학적으로 잘 만들려는 욕심도 없고, 의지도 없었지만요. 어쩌면 소원이와 그 가족은 행복한 사람일 지도 모릅니다. 힘든 일이 있었지만, 이를 통해 그동안 깨졌던 아빠와의 동화를 다시 만들어갈 수 있었고요. 영석(김도엽 분)이나 그의 엄마(라미란 분), 아빠(김상호 분) 등 주위에 아름다운 사람이 많았으니까요. 이제 소원이 앞에서 모두 '무장해제'될 시간입니다."

 영화 <소원>의 이준익 감독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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