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지난 21일 첫 방송된 3부작 <송포유>는 이승철, 엄정화가 마스터가 되어 꿈과 목표 없이 좌절한 학생들과 함께 합창단을 만들어 9월 12일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합창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그렸다.

SBS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지난 21일 첫 방송된 3부작 <송포유>는 이승철, 엄정화가 마스터가 되어 꿈과 목표 없이 좌절한 학생들과 함께 합창단을 만들어 9월 12일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합창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그렸다. ⓒ SBS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지난 2011년 12월에 방영된 SBS 스페셜 <기적의 하모니>는 시청자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전했다. 소년교도소에 수감 중인 소년들의 '합창단 결성과 도전'을 담은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가슴을 감동으로 물들이며 명작이란 찬사를 받았다. 

2부작 다큐멘터리 <기적의 하모니>에는 수감 청소년들의 '후회와 반성'이란 처절한 고백이 담겨있었다. 그들은 어린 나이에 자신들이 왜 수감되었는지에 대해서 깨닫고, 자신으로 인해 고통 받은 피해자를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꿈꿨다. 그들의 희망은 노래를 통해 구체화됐다.

지휘자로 참여한 가수 이승철의 지도 속, 소년 수감자들은 합창단을 결성하고 공연을 준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1천여 명의 관객 앞에서 감동의 노래를 불렀다. 진심은 마음을 통하게 했다. 공연 후 소년들도 울고, 지휘자 이승철도 울고, 관객도 울고, 시청자들도 울었다. 어쩌면 수감자들의 진심어린 참회와 반성은 피해자들에게도 적잖은 위안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로부터 약 1년 9개월 뒤, SBS에서 추석특집으로 3부작 <송포유>를 제작했다. 가수 이승철과 엄정화가 각각 고등학생들과 팀을 꾸려 합창 대결을 벌이는 배틀 형식의 <송포유>는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노래를 통해 치유'한다는 포맷이 <기적의 하모니>를 떠올리게 했다. 

<송포유> 연출을 맡은 서혜진 PD의 기획 의도는 글로벌했다. "BBC 다큐멘터리 <개러스 선생님의 고교 합창단>에서 <송포유>를 착안했다"고 밝힌 서 PD는 합창 클럽 고등학생들의 성장을 담은 미국드라마 <글리> 같은 느낌을 예상했던 것 같다. <송포유>에서 뽑힌 팀은 12일 폴란드 토룬에서 열린 국제 코페르니쿠스 합창 경연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거창한 기획 의도만큼, 자연히 기대도 컸다. 기획 의도대로라면 훈훈한 감동을 전할 것이라 예상됐던 <송포유>, 하지만 방송 이후 수많은 비판을 받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

학교폭력에 대한 우려, 교조주의적·구시대적 발상일까

 SBS 파일럿 프로그램 <송포유>에 출연한 가수 이승철

SBS 파일럿 프로그램 <송포유>에 출연한 가수 이승철 ⓒ SBS


<송포유>는 현재 많은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BBC <개러스 선생님의 고교 합창단>의 착안 수준을 넘어 '세계합창단 도전기' 모티브를 그대로 차용한 것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통제가 되지 않는 학생들의 발언과 그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거짓말까지 한 이승철 등 도전과정도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말초적인 자막과 내용이 시청자를 자극했다. 

특히 국내의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논란을 자초했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던 학생들의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자리에는 폭력으로 점철된 과거가 무용담처럼 들어갔다. "폭행으로 전치 8주 상처를 입혔다", "애들을 땅에 묻었다", "그냥 쳤는데 기절해 버렸다" 등등 가해 학생들의 죄의식 없는 폭력행위 언급과 문제의식 없이 이를 드러낸 <송포유>의 자막은 폭력을 미화했다는 논란을 더욱 키웠다.

시청자들은 가해 학생들의 반성과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는 학력 폭력에 신음하는 국내 청소년들 정서에서 볼 때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서혜진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에 대해 사과해'라고 말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교조주의적이고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진심어린 반성 없이 '기적의 하모니'는 없다

<송포유>의 문제점은 진정성의 부재다. <개러스 선생님의 고교 합창단>은 합창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9개월간 노력했다. <기적의 하모니>는 공연을 위해 7개월 동안 땀을 흘렸고, 제작진도 같은 기간 동안 밀착 취재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과장이나 재미를 추구하는 대신 아이들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 감동을 줬다.

이에 비해 <송포유>는 독했고, 무례했다. 그리고 성의도 부족했다. '100일간의 기적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예능 버라이어티 형식은 진정성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외국 프로그램에 착안한 프로그램 의도는 국내 실정에 맞지 않았다. 그로인해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본연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물론 3부작 <송포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섣부른 단정도 금물일 것이다. 어쩌면 극적인 반전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예능 버라이어티인 프로그램과 실제는 과연 얼마나 닮았을까?

국제 합창대회에 출전한 학생이 폴란드 클럽 출입 후 남긴 설익은 페이스북 글, 이승철의 거짓말 논란 비판에 대한 감정적 트윗 등 현재형으로 진행되는 논란은 <송포유>의 마지막이 전할 감동을 벌써부터 희석시키고 있다.

시청자들은 <송포유>에서 <기적의 하모니> 같은 진정성과 <개러스 선생님의 고교 합창단>같은 진한 감동을 기대했다. 그런 시청자들에게 <송포유>의 안이함은 오랜 시간 불편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이번 <송포유> 논란은 진심어린 반성 없이는 '기적의 하모니'가 없다는 뼈있는 교훈을 남겼다. 그리고 방송 제작에 있어 학교폭력 문제는 예능 버라이어티라는 가벼운 형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문제임을 확인 시켜줬다. 또한 학교폭력 가해자의 변화를 다루기에 앞서, 학교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상처 치유'가 먼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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