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안녕바다(보컬·기타 나무/베이스 명제/드럼 준혁/프로그래밍·키보드 대현/기타 선제)

밴드 안녕바다(보컬·기타 나무/베이스 명제/드럼 준혁/프로그래밍·키보드 대현/기타 선제) ⓒ 플럭서스뮤직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뿌리'. 밴드 안녕바다가 3집 작업에서 고심했던 것은 바로 이 '뿌리'를 찾는 것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첫 번째로 나왔어야 할 앨범"이라고 운을 뗀 나무(보컬)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처음 음악을 하던, 순수했던 그 시절이 그리웠다"며 "과거에 만들었던 노래를 끄집어내 연주를 하다 보니 이 앨범이 만들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앨범명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 또한 그들의 과거 밴드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처음엔 감성적이고 따뜻한 위로를 주는,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음악을 했죠. 그러다가 1·2집을 내며 처음과는 다른 행보를 걸었던 게 사실이에요. 이 행보를 부정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음악의 성격이 바뀌면서 차츰 멀어졌던, 과거에 저희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이 음악을 듣고 다시 한 번 그때를 떠올릴 수 있지 않나 싶었죠." (나무)

그래서 안녕바다는 경쾌한 록 사운드나 컴퓨터를 거친 듯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대신, 서정성을 강조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현재 군 복무중인 멤버 대현(프로그래밍·키보드)도 입대 전과 휴가 중 틈틈이 녹음을 도왔다.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 시절의 향수를 앨범 곳곳에 묻어나게 한 것. 이를 위해 안녕바다는 그 시절 만들었지만 앨범에 싣지는 않았던 곡들과 앨범의 전체적인 콘셉트에 어울리는 신곡을 함께 3집에 실었다.

그래서 안녕바다는 자신들의 3집을 "안녕바다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앨범"(나무)이자 "예전 팬들이 돌아올 수 있는 '가을 전어' 같은 앨범"(선제)이라 정의했다. 이에 더해 맏형 준혁(드럼)은 "'밴드는 3집부터'라는 말도 있듯이, 안녕바다에게 이번 앨범은 각별하다"며 "음악적인 시도라던가 앨범을 제작하는 마음가짐이 (지금까지와) 조금은 달랐다"고 덧붙였다.

"함께한 지 7~8년이 됐어요. 오랜 시간 같이 하다 보니까 서로의 모난 부분이 둥글게 맞춰져 가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잘 알게 된 거죠. 음악적인 부분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교집합이 많아지고요. 서로 의견을 이야기하다 보면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도 정리가 잘 돼요. 밴드로서 더 단단해진 느낌이죠. 예전엔 같은 길을 가면서도 가끔 덜그럭거릴 때가 있었다면, 이제는 좀 더 순조로워졌어요." (준혁)

"앞으로도 우리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솔직한 음악을 하겠다"

 밴드 안녕바다(보컬·기타 나무/베이스 명제/드럼 준혁/프로그래밍·키보드 대현/기타 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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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소속사(플럭서스 뮤직)에서 기성 가수들과 한솥밥을 먹고 있지만, 안녕바다는 스스로를 '인디'라는 정체성으로 규정한다. 라이브로 무대에 설 수 있는 방송을 제외한 방송 활동을 제한하고, 대신 보다 많은 시간을 공연에 쏟기로 결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출발했다. 준혁은 "회사는 아티스트가 갖고 있는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지원하는 역할만 해 주고, 그 외에는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생각이 짙게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앨범만 해도 프로듀싱부터 앨범 일러스트까지 100% 우리의 생각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예전엔 음악 방송이 아닌 드라마에도 잠깐 나왔고, 실제로 음악을 연주하지 않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죠. 저희의 의견이 다 반영된 건 아니었어요. 밴드로서의 자존감이…많은 부분 침해될지 생각을 못하고 했던 것들인데 그게 큰 도움도 안 되고, 왠지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깎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는 출연을 안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다만 지금 진행하고 있는 <문화콘서트 난장>(광주MBC)은 한국의 수많은 밴드들이 앨범을 내면 한 번씩은 들르는 곳이죠. 저도 얻는 게 많은 프로그램이고요." (나무)

앞으로도 천천히, 하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것이 안녕바다의 꿈이다. 세션 멤버로 시작해 3집부터 정규 멤버로 이름을 올린 선제(기타)는 "이번 앨범을 만드는 과정이 정말 행복해서 그런지 다음 앨범도 기대된다"며 "어떤 음악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작업하고 싶다"는 말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준혁이 "언제든 '행복'이라는 단어만은 놓치지 않고 작업하고 싶다"며 선제의 말을 이어 받았다. 3집을 통해 자신들의 원류로 돌아온 안녕바다, 이제 이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음악의 바다를 향해 나아갈 채비를 마친 듯하다.

 밴드 안녕바다(보컬·기타 나무/베이스 명제/드럼 준혁/프로그래밍·키보드 대현/기타 선제)

ⓒ 플럭서스뮤직


"밴드라는 건 앨범 앨범마다 색깔이나 방향을 정하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정 기간을 잡아 녹음하고, 앨범 내고 활동하고, 활동 끝나면 휴식하고…그런 게 아니고 항상 라이브를 하면서 하나의 큰 흐름으로 (활동이) 연결돼 있는 거죠. 그러면서 앞으로도 우리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솔직한 음악을 하려 해요.

그렇다고 우리만 행복하자고 앨범을 내는 건 아니에요. 마음속으로는 당연히 듣는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어떤 느낌을 받았으면 싶죠. 하지만 그 경계선이 애매한 것 같아요. 한 쪽으로만 치우치면 가식적인 음악이 될 테고, 다른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듣는 이들과) 소통이 안 되겠죠. 그 양쪽 사이에서 줄을 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이 방법을 빨리 알아버리면 재미없지 않겠어요?" (명제)

안녕바다 3집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
다시듣기

영화나 드라마 DVD에는 으레 주연 배우들이나 감독이 작품의 주요 설정이나 장면을 설명하는 '코멘터리'가 함께 들어있다. 그런 의미에서 안녕바다의 3집 수록곡에 대한 멤버들의 말을 옮겨 봤다. 백 번 소개해 무엇하나. 어떤 수식어보다, 한 번 들어보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느낌'이 왔다면, 현장에서도 이들을 만나 보자. 마침 오는 28일 안녕바다가 단독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 그곳은 잠시만 (1번 트랙)

"안녕바다가 3집을 준비하며 가장 처음 녹음한 곡이에요. 저에게는 정규 멤버로 들어와 처음 녹음한 곡이기도 하죠. 처음 멤버로 들어왔을 때는 걱정도 컸는데, 이 곡이 잘 나온 걸 보고 안심했죠. 그래서 애착이 있는 곡이에요." (선제)

"선제와 함께 작업한 첫 앨범인데, 같이 하다 보니까 1·2집에서 선제가 세션을 할 때보다 더 호흡이 잘 맞았어요. 안녕바다의 음악에 특화된 느낌을 표현해 내더라고요." (나무)

- 결혼식 (3번 트랙)

"'결혼식'은 예전에 만나던 친구랑 헤어지고, 그 친구가 결혼하면 어떨까 상상하면서 쓴 곡이에요. 3집 앨범을 다 만들고 한 프로그램을 녹화하고 집에 가려는데, 8년 만에 공연장에 온 그 친구를 만났어요.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마지막에 청첩장을 꺼내더라고요. (웃음) 그 순간 '노래가 현실이 됐다' 싶었죠." (나무)

- 난그대와바다를가르네 (7번 트랙)

"이 노래는 꿈속의 내용이에요. 현실에서 누군가와 같이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니고요. 꿈속에서 헤어졌던 사람이라든지, 어떤 사람과 함께 짐을 싸서 바다로 나가는 아련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느낌이 기타나 편곡에 들어 있죠. 이 노래가 세상에 나온 것에 대해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멤버들과 여행가는 기분도 나요. 간주 연주를 함께할 때 함께 배타고 어딜 간다는 생각도 들고요." (나무)

"개인적으로는 '안녕바다의 테마송으로 들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만큼 좋아하는 곡이에요." (선제)

 밴드 안녕바다(보컬·기타 나무/베이스 명제/드럼 준혁/프로그래밍·키보드 대현/기타 선제)

ⓒ 플럭서스뮤직


- 지구별에서의 뜨거운 마지막 밤 (8번 트랙)

"대부분의 노래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지만, 상상으로 만든 곡도 있어요. 이 곡 같은 경우가 그렇죠. 직접적으로 노래에 포현하진 않았지만…요즘 한국이 자살률 1위라고 하잖아요. 저마다 사연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힘든 걸 견뎌내지 못하고 자살하는 건 안타깝지만요. 그런 것에 대한 노래에요. 곡 느낌도 비장하게, 벼랑 끝에 있는 사람의 느낌을 표현한 거죠. 마지막에 녹음한 곡이기도 해요. 정말 녹음의 벼랑 끝에서. (웃음) 애착이 가는 곡이에요." (나무)

"연주도 힘을 많이 빼고, 뭔가 터벅터벅 걷는 느낌으로 해야 했어요. 사실 편곡이 난해해서 어떻게 쳐야 할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투덜거리기도 했죠. 녹음하고 제 생각엔 '별로인가?' 싶었는데 디렉팅을 해 주던 명제는 좋다고 하더라고요. 아,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었는데…1·2집과 다르게 3집은 실제로 연주할 수 있는 악기만 썼어요. 악기의 느낌을 살리려고 한 9~10개월 정도 녹음한 것 같아요." (준혁)

"준혁이 형이 드럼 치는 걸 보면 주변 지인들이 '남자야, 남자'라고 할 정도로 힘이 넘치는데, 이 곡만큼은 정말 살살 쳤죠. (웃음) 나무가 이 곡을 쓰고 가사랑 같이 해서 보내줬는데,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어요." (선제)

"나무가 가사를 쓰고 어떤 뉘앙스인지 이야기해 주기 전에 제 나름대로 해석을 해요. '지구별에서의 뜨거운 마지막 밤' 같은 경우는…. 사람이 살다보면 가끔 '이제 때려치울까', '떠나고 싶다', '갑자기 내가 사라지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해줄까'라는 혼자만의 생각을 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내가 없어지면 누구 하나는 슬퍼해 주겠지?' 하는 짠한 느낌, 그런 걸 많이 받았어요." (명제)

- 자장가 (9번 트랙)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이에요. 나무가 실제 여자친구와 통화하면서 하루 동안의 힘들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위로받을 때, 그 통화 내용을 가사에 그대로 적은 거예요. 제 여자친구에게도 들려줬는데, 노래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마음의 위로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선제)

"실제 대화 내용이에요. 여자친구랑 서로 존댓말을 쓰거든요. (웃음) 당시 정말 위로를 받았고, 그래서 가사로도 옮긴 거죠."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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