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조 록밴드 슈퍼키드(허첵·파자마징고·헤비포터·슈카카·세버)

5인조 록밴드 슈퍼키드(허첵·파자마징고·헤비포터·슈카카·세버) ⓒ 사운드홀릭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내가 긁었다 하면 당첨되는 게 모두 복권이고 / 내가 써낸 답안지는 곧 모범답안지고 / 쓸어도 쓸어도 쓸어도 쌓이는 건 다 내 돈 돈 / 직장상사의 눈치고 뭐고 퇴근시간에는 칼 퇴근…"

세상살이를 견디며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일들로 가득한 말이다. 이 꿈같은 말들은 모두 5인조 록 밴드 슈퍼키드(보컬 허첵·파자마징고, 베이스 헤비포터, 기타 세버, 드럼 슈카카)의 신곡 '바라던 바다'의 가사다.

밴드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허니첵스로 2004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았을 때부터, 이들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에너지 넘치는 사운드로 사랑받아왔다. 이번 곡 또한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을 담은" 동시에, "세상의 '을'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리기 위해 '갑'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유쾌한 희망가다. 허첵은 "현실의 거친 바다에 뛰어든 이들을 위한 곡"이라고 소개했다.

"제가 해군 출신이거든요. 군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노래를 하나 써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하다 보니, '바라던 바다'라는 말의 어감이 좋더라고요. 그 뒤 전역하고 바로 현실에 발을 담갔더니 막막했죠. 그때 '바라던 바다'라는 말을 (신곡에) 붙이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사람들이 램프의 요정 지니에게 소원을 빌듯이, 자기 주문처럼 늘 흥얼거려줬으면 좋겠어요. 사실은 불평이지만요. 여름의 바다에 국한된 노래는 아니에요." (파자마징고)

2년의 기다림 끝에 '완전체'로 재회…"모두에게 성장의 시간이었다"

'바라던 바다'는 수년간 팀의 세션으로 함께해 왔던 세버가 정식 멤버로 합류하고, 2011년 입대했던 파자마징고가 복귀해 '완전체'가 된 슈퍼키드가 처음으로 낸 신곡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파자마징고는 "그간 몸이 근질근질했다"는 말로 복귀 심경(?)을 대변했다.

"입대한 뒤 오디션을 보고 해군 홍보단으로 복무했어요. 2년간 20개국을 배를 타고 돌아다녔죠. 보통 사람들보다 뱃멀미를 잘 견디는 편이어서 다행이었어요.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인 앞에서 공연하다 보니 관객과 소통하는 법을 많이 터득한 것 같아요." (파자마징고)

2년이라는 시간은 파자마징고 뿐만 아니라 멤버들에게도 또 다른 성장의 시간이 됐다. 헤비포터는 "징고가 군대에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가보지 못했던 무대에 서 본 좋은 경험을 했다면, 우리는 우리대로 징고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따로 또 같이 성장한 이들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슈카카는 "앞으로의 완전하고 멋있는 모습을 위해 슬슬 시동을 건다는 느낌"이라며 "성장해 돌아온 징고의 영향을 우리들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둘이 나눠 불렀던 노래를 혼자 해내야 했던 허첵 또한 "정신적 육체적으로 부담감이 확 줄었다"며 "공연에서의 에너지도 더 커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징고가 돌아오고 이제 멤버 다섯이 다 모였잖아요. 계속 옛날 노래만 부를 수는 없으니 새 앨범으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다고 징고가 오자마자 너무 빨리 앨범을 내버리면 급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일단 징고가 돌아왔다는 의미로 '바라던 바다'를 발표하고, 올 가을이나 겨울에 또 하나를 내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징고의 제대 1년에 맞춰 정규앨범을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고요. 장기적 플랜이 있죠. (웃음)" (허첵)

"음악, 사명감만 가지고는 오래 할 수 없죠"

 5인조 록밴드 슈퍼키드(허첵·파자마징고·헤비포터·슈카카·세버)

5인조 록밴드 슈퍼키드(허첵·파자마징고·헤비포터·슈카카·세버) ⓒ 사운드홀릭엔터테인먼트


2004년 두 명의 멤버로 시작했던 슈퍼키드는 어느덧 전 멤버가 최소 3년 이상은 함께 동고동락해온 끈끈한 팀이 됐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온 사이가 된 만큼 이제는 "음악적 분야에서만큼은 나를 나보다도 잘 아는 것 같은"(파자마징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는"(허첵) 사이가 됐단다. 자신들이 낼 수 있는 색깔을 확실히 알고, 그것을 함께 나눠 가질 수 있는 밴드가 됐다는 것.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헤비포터는 "내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부분들 중 슈퍼키드에 최적화된 영역이 생긴 것 같다"며 "(컴퓨터로 치면) '슈퍼키드용 하드디스크'가 최적화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거들었다.

이쯤에서 궁금하다. 가족끼리도 투닥투닥 다툴 때가 있는데, 이들은 어떨까. 앞에서 언급했던 컴퓨터의 비유를 그대로 가져 오자면, 가끔은 '디스크 조각 모음' 같은 게 필요하지는 않을까. 이 질문에 슈카카는 "각자 성격과 캐릭터가 달라서 여기까지 별 무리 없이 올 수 있었다"며 "합주를 하거나 공연을 하러 갈 때 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때 쌓였던 감정들이 지금까지 오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뒤이어 헤비포터가 '현답'을 보탰다.

"음악을 하면서 '이게 생활이 된다'는 것 자체에 감격해 있으면 밴드가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일로 볼 줄도 알아야겠죠. 음악을 한다는 사명감과 음악을 직업으로 느끼는 책임감은 다른 성격의 것이거든요. 사명감만 있다면 하기 싫은 건 하기 싫겠죠. 하지만 책임감도 가지게 되면 하기 싫고 화가 나도 버텨내는 힘이 생겨요." (헤비포터)

"힘들 때 술 한 잔 할 수 있는, 가식 없는 친구 같았으면"

슈퍼키드의 영어 이름은 'Super Kid'가 아닌 'Super Kidd'다. 슈퍼키드의 과거 인터뷰를 살펴보면, 이 이름은 '그냥 농담이야'라는 뜻의 영어 'Just kidding'에서 따 온 것이다. 당시 슈퍼키드는 "'세상의 많은 일을 농담처럼 재미나게 풀어보자'라는 뜻"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유쾌한 '농담' 속에는 결코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진지함이 담겨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슈퍼키드는 자신들의 음악이 듣는 이를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는 음악이 되기를 바란다. 밴드의 정체성을 묻자 파자마징고는 "슈퍼키드가 '힘들 때 불러내 술 한 잔 할 수 있는, 겉멋 없고 가식 없는 친구' 같았으면 좋겠다"며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소한 농담처럼 풀어낼 수 있는 밴드였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제부터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한동안 이야기를 이어가던 허첵은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다. "하나 덧붙이자면 밴드, 오래 하고 싶어요. 할배가 되어서도 불렀을 때 '본새'가 나는 노래를 계속 만들고 싶거든요." 불현듯 그들이 언젠가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해 외쳤던 말이 떠올랐다. "당당하지만 거만하지 않게, 겸손하지만 비굴하지 않게". 이 말처럼, 그들이 언제까지나 "우리들의 다정한 친구"로 남아 주길 다시 한 번 바라본다.

"언젠가 음반평 같은 걸 기고했을 때 쓴 표현인데요. 시대에서 한 50년 정도 앞서 나간, 전에 없던 질문을 던지는 밴드가 하나씩 나온대요. 그런 팀도 훌륭하지만, 그들에게 질문을 받았을 때 훌륭한 답을 내는 밴드도 있다고 생각해요. 슈퍼키드는 후자라고 생각해요. '어떤 음악을 할 거냐'고 물으신다면, 앞으로 느끼는 걸 음악으로 만들 거기 때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때그때 세상이 우리에게 질문하는 걸 근사하고 훌륭하게 답하는 밴드가 되는 게 목표에요." (헤비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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