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의 한 장면.

MBC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의 한 장면. ⓒ MBC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결국 녹화 중지 사태, 방송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 사실상 폐지 수순이다. 지난 8월 23일 첫 방송 이후 이제 막 3회 방송을 마쳐 한창 재미와 긴장감이 느껴질 만할 때 나온 결과다. MBC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이하 <스플래시>) 얘기다.

출연자들의 크고 작은 부상, 여기에 지난 4일 개그맨 이봉원의 눈밑뼈 골절(안와골절) 등의 중상이 결국 프로그램을 존폐 기로에 서게 했다는 게 언론과 주요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과연 현재까지 벌어진 일련의 사고만이 이 프로그램의 문제였을까.

실제 현장은 어땠나…'안일한 안전 대책' 지적도

일단 본 방영까지 어떻게 프로그램이 준비됐는지 살펴보자. 알다시피 <스플래시>는 네덜란드에서 최초 방영 후 영국·미국·스페인·사우디아라비아·중국 등 20여 개국에서 포맷을 구입해 그 나라 사정에 맞게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연예인들이 리얼하게 다이빙을 체험하는 형식인 만큼, 사전 준비가 철저하게 필요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MBC <스플래시>의 경우 포맷을 사들인 후 프로그램 기획에 까지 약 1년여의 시간을 들였다. 문제는 편성 확정 후 본격적인 준비를 위한 기간이 짧았다는 점이다. 준비 기간은 2개월 정도였다. 아마추어도 아닌 다이빙 초심자가 5미터, 10미터 높이에서 기본 자세도 아닌 기술을 구사하며 뛰어들기엔 물리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다. 스쿠버다이빙 정도야 2개월이면 일반인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출연진은 26명의 연예인들이다. 각자의 스케줄도 바쁘고, 본업에도 한창인 이들을 모아놓고 다이빙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점이 어쩌면 <스플래시> 제작진들의 큰 고민 중 하나였을 것이다.

 MBC 새 예능 프로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 출연자들.

MBC 예능 프로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 출연자들. ⓒ MBC


안전 대책은 어쨌나. 현장 연습과 방송 녹화 현장에 있었던 여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출연자들의 연습 시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온다. 신정수 PD(신 PD는 <오마이스타>의 최초보도: '[단독]이봉원, '스플래시' 촬영 중 안면 함몰 등 중상' 등을 문제 삼으며 후속취재에 응하지 않았다)가 일부 매체에 전한 말을 인용하면 "항시 대기하는 구급요원 1명과 의료실이 준비돼 있다".

그러나 클라라·이훈·샘 해밍턴·양동근 등이 이미 부상으로 연습을 진행 못하거나 본업에서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를 겪었다. 한 현장 관계자는 "다이빙 장소(경기도 고양시 실내체육관 수영장)가 날씨 탓도 있겠지만 너무 습하고 더웠다"며 "출연자가 아닌 현장 대기자들은 가만히 있어도 온 몸이 땀으로 젖을 정도"라고 연습 및 녹화 환경을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들은 "연습할 때 보면 현장엔 방송 스태프와 코치진 2명밖에 보이질 않는다"며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신 PD가 말한 1명의 구급요원이나 의료실은 사실상 현장 인원들이 체감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안전 대책인 셈이다.

사고 이후 제작진의 해명과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

이미 여러 매체가 해외사례까지 들며 <스플래시>의 안전성 문제를 언급했다. 이와 별개로 MBC <스플래시>가 폐지 논의 수순까지 오게 된 건 제작진의 안일한 사고 대처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최초 사고 발생 당시 신정수 PD는 한 매체와 통화에서 "경기 연습 중 얼굴에 타박상을 입었다"라며 "이훈이 부상을 당한 것처럼 얼굴이 붓고, 멍이 드는 타박상 정도"라고 답했다.

본격적으로 많은 매체가 취재를 시작했을 무렵엔 "눈 밑 뼈에 충격을 받았다"는 해명을 전했다. 이 사이에 기사들은 '큰 부상 아닌 단순 타박상', '안면함몰 아닌 가벼운 부상' 등의 제목으로 출고됐다.

이 와중에 공동 제작사인 SM C&C는 <오마이스타>에 "골절이 맞다"며 "공식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했지만, 엉뚱하게도 보도자료를 통한 공식 입장 정리는 MBC도 SM C&C도 아닌 이봉원의 소속사가 했다. 싸이더스HQ는 신정수 PD의 말처럼 "안면이 함몰되는 큰 부상은 아니고, 얼굴이 붓고 멍이 드는 타박상 정도의 부상"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스플래시>의 책임 프로듀서인 박현석 CP 역시 "심각하지 않다. 가벼운 부상 정도라고 알고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MBC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의 한 장면.

MBC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의 한 장면. ⓒ MBC


하지만 결국 제작진은 '눈밑 뼈 골절' 사실을 밝히며 이봉원이 하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신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사고에 대해 말 바꾸기를 한 꼴이 됐다. 가벼운 부상이 아니고, 수술 필요성이 제기되는 눈밑뼈 골절이었다. 뿐만 아니라 눈밑뼈 골절은 꽤 긴 치료 기간이 필요한 부상이기도 하고, 자칫하면 복시 현상(사물이 두 개로 겹쳐보이는 현상) 등의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다.

해명 요구에 신PD는 <오마이스타>에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사건을 축소시키려 한 게 아니다'라는 게 요지였다. 신정수 PD는 "골절이 없다고 말한 적 없다. (처음 통화한) 기자가 묻는 대로 답을 한 것"이라며 "(기자가) 어느 정도의 타박상인지 묻지 않았다. 물었다면 (골절 사실을) 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사고 축소·은폐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타박상'과 '골절'은 증상으로 보나 치료법과 치료 기간으로 보나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병명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처음부터 골절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취재진들에겐 미필적 고의든 비의도적이든 이 사실을 정확하게 전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점이 문제를 키웠다. 출연진이 중상을 입은 큰 사고였지만, 사실 이 사건은 사고 발생 기사· 제작진의 조치·하차 등의 후속 대응 정도로 끝날 수 있던 사안이었다. 물론 프로그램 안전성에 대한 지적은 피할 수 없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제작진의 미숙한 대응은 사고에 대한 진실 공방과 말 바꾸기 논란으로까지 사건을 확장시켰고, 결국 녹화 중단에 이르게 했다.

리얼 체험 프로그램의 '클리쉐', 진정성은 어디에? 

한계를 극복해내고 목표를 이루는 일은 분명 아름답다. 온갖 매체에서 소개하는 한계 극복기는 대중들이 환호하고 감동하는 '핫한' 아이템이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그렇기에 TV 프로그램 또한 끊임없이 리얼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오지 않았나.

SBS <정글의 법칙>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 KBS <1박2일> <출발 드림팀>, MBC <일밤-진짜 사나이> <일밤-아빠 어디가> 등은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출연자가 직접 어려움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소기의 성취를 거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동시에 이들 프로그램들은 안전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도 하다. 정글을 헤매든, 스포츠 종목에 도전하든, 극한의 훈련을 받든 익숙하지 않은 도전 과제가 품고 있는 위험에 언제든 노출돼 있다는 말이다.

우리들은 언젠가부터 '투혼'이라는 말에 피가 뜨거워지는 감정을 공유해 왔다.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이겨내는 선수들의 모습을 '투혼'으로 느끼며 응원해 온 것이다. TV 프로그램 기획자들 역시 이 지점을 영리하게 간파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고 싶다. '부상'이 곧 '투혼'은 아니다. 이 연결 고리는 정말 뻔한 '클리쉐'(판에 박힌 것처럼 정형화된 것들)다. 정직하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출연자들을 위해서라도, 있는 그대로 프로그램에 감응하는 시청자들을 생각해서라도 과도한 포장은 없어야 겠다. <스플래시>에서 벌어진 사고와, 그것에 대한 제작진의 대응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이다. 

스플래시 이봉원 MBC 진짜 사나이 정글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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