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뫼비우스>의 포스터

영화 <뫼비우스>의 포스터 ⓒ 김기덕필름

지난 28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박선이 위원장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를 언급하며 "영화를 직접 보면 영등위가 최초에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분류한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등급판정이 법적 제도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기에 개인적인 판단은 개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등위의 등급분류 기준 중 제한상영가 등급은 '선정성·폭력성·공포·약물사용·모방위험 등의 요소가 과도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왜곡하거나 성욕만을 자극하여 사회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의 정서를 현저히 손상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반적인 사회윤리에 어긋나는 성 관련 행위 내용(예, 성매매·근친상간·혼음 등)이 과도하게 묘사된 것' 등이 명시되어 있다.

영등위의 판단대로라면 <뫼비우스>는 두 번의 심의에서 이 기준에 저촉돼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과도한 선정성 요소로 성욕만을 자극했'으며, '사회 윤리에 어긋나는 근친상간을 과하게 묘사'한 영화인 셈이다.

해외 관객에게도 영향 미치게 된 영등위 심의

5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시사회를 통해 지난 8월 30일 공개된 <뫼비우스>는 이러한 영등위의 판단에 의문을 갖게 했다. 위원장의 말처럼 이해되는 부분은 있었다. 영등위의 심의가 과도했다는 것, 두 번의 등급심의 과정이 영화를 크게 훼손했다는 점이다.

문제가 된 장면은 재심의 요청 과정에서 삭제됐기에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김기덕 감독의 말을 통해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뫼비우스>는 외설스럽게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었다. 다른 영화와 비교해 특별히 더 선정적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영등위가 지적한 부분은 인간의 내면적 아픔과 욕구에 대해 고뇌하고 갈등하는 장면으로 비쳤다. 영화의 전개상 불가피한 장면으로도 이해됐다. 김기덕 감독의 기존 작품과 비교할 때 '선량한 풍속과 국민의 정서를 손상하는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상영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기덕 감독은 담담한 어조로 영등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역설적이고 반어적인 표현으로 영등위를 비판했다. 감독은 3분 분량이 삭제된 것에 대해 "불구 영화를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영화를 불구로 표현한 감독의 말에는 영등위에 대한 항의가 담겨 있었다. 또 김 감독은 "종착역에 다다르기 전 고장 난 기차"라는 표현으로 영등위를 겨냥했다.  

그는 "제한상영가를 받은 무삭제 영화는 베니스국제영화제 상영이 유일하다"며 "그 외 다른 영화제에서는 (영등위 심의를 통과한) 한국 편집본이 상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베니스와 같은 무삭제 버전이 다른 국제영화제에 갈 경우, TV 판권으로 인해 불법다운로드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으나 이 역시 항의의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었다. 결과적으로 영등위의 심의로 국내뿐만 아니라 베니스를 제외한 국외 관객도 정상적인 작품을 볼 기회를 박탈당했음을 은연중에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3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뫼비우스> 시사회에서 김기덕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뫼비우스> 시사회에서 김기덕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지금껏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개봉할 때마다 극단적인 평가가 오가며 논란이 되었다. 거친 비판과 열렬한 지지로 나뉘는 일이 빈번했지만 감독이 자식처럼 여기는 영화가 불구로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비판이든 호평이든 이는 관객의 몫이었고 흥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영등위가 두 번의 제한상영가를 통해 생채기를 내면서 감독의 표현처럼 "영화에 커다란 흉터"가 생겼다. 영화의 심장과 같은 3분을 들어냈다고 말하는 김기덕 감독은 극 중 아들이 입은 상처에 가슴 아파하는 아버지 같았다.  

"영화를 자른 이들과 보고 싶어 하는 자들의 문제"

영등위는 심의 과정에서 규정과 절차를 중시했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성인 관객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영화가 사전에 소수의 인원에게 미리 관람 여부를 판단 받아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이 된다. 

더구나 제한상영가라고 하지만 사실상의 상영금지 조치라는 점에서 영등위의 심의가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해할 수 없는 심의로 종종 검열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영상물등급위원을 지낸 한 영화인은 "제한상영가 등급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 <뫼비우스>의 한 장면

영화 <뫼비우스>의 한 장면 ⓒ 김기덕필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감독의 작품이 등급심의과정에서 불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한국영화계에서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등위가 정치적으로 심의했다며 제한상영가 등급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 1심에서 이긴 <자가당착> 김곡·김선 감독은 "다 커트해놓고 뭘 이해하란거야. 더구나, 이해되면, 영등위가 일을 못 한 거 아니냐"고 <뫼비우스>의 등급 논란을 비꼬았다.

<뫼비우스>의 개봉을 계기로 등급 기준과 민간심의기구 설치 등 영등위의 개혁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해 보인다. 김기덕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감독의 손을 떠났고 이 영화를 못 보게 하는 분과 원판을 보고 싶은 관객과의 문제"가 됐다. 자른 자들과 보고 싶은 이들의 논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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