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6시 30분과 평일 오후 1시. 이 시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전자는 프로야구 1군 경기 시작 시각이고, 후자는 2군이라 불리는 퓨처스리그의 경기 시작 시각입니다. 햇볕이 가장 강하게 내리쬐는 오후 1시. 팬들의 함성 소리는커녕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는 경기장에서 얼굴이 까맣게 그을린 야구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립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크게 1군과 2군으로 나뉩니다. 1군에는 총 26명의 선수가 등록되고 1군 엔트리에 속하지 못한 선수들은 2군에 소속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2군에서도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2군과 부상 및 잔류군으로 분류되는 3군으로 다시 한 번 나뉩니다. 2군 선수들의 목표는 단 하나, 바로 '1군 입성'입니다.

1군 엔트리에 들면 타고 다니는 구단버스부터 바뀝니다. 2군 선수들은 45인승 관광버스에 몸을 구겨 타야 하지만, 1군은 개조된 관광버스로 넓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훈련 및 이동 간에 먹는 음식도 다릅니다. 2군 선수들은 돼지고기를 먹는 반면, 1군 선수들은 소고기로 영양 보충을 한다고 합니다. 이러니 2군 선수들에게 1군 무대는 '꿈의 무대'이자 한 번쯤은 꼭 가고 싶은 곳으로 가슴 속에 남겠지요?

2군 경기 관중석은 한 쪽만 있다

 NC다이노스와 삼성라이온즈의 1군 경기가 있었던 대구시민야구장 3루 응원석의 모습.

NC다이노스와 삼성라이온즈의 1군 경기가 있었던 대구시민야구장 3루 응원석의 모습. ⓒ 박윤정


지난 27일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1군 경기가 있던 날, 대구시민야구장을 찾았습니다. 1군 경기장에는 팀의 슬로건과 선수를 소개하는 깃발이 여기저기 달려 있었고, 경기 시작 전부터 관중들을 들썩이게 하는 노랫소리가 들렸습니다. 응원봉을 들거나 유니폼을 입은 관중들이 삼성 라이온즈의 홈 관중석을 가득 채웠습니다. 응원단장과 치어리더의 진행에 따라 신나게 응원도 했습니다.

경기 중반, 팀의 위기가 찾아오고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가 투수와 포수를 다독이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거리도 멀뿐더러 관중 소리에 묻혀 마운드 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경기 분위기가 무르익고 1-1 동점 상황에서 삼성 라이온즈는 9회 말 역전 기회를 맞았습니다. 승리를 열망하는 팬들의 응원소리는 점점 커졌습니다.

팬들은 타석에 들어선 김상수 선수의 응원가를 목청껏 부르며 응원했습니다. 공 하나, 하나가 팬들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했습니다. 그 순간 김상수 선수가 친 공이 안타가 됐고 3루에 있던 주자가 홈을 밟으며 삼성라이온즈가 승리를 거뒀습니다. 수훈선수로 뽑힌 김상수 선수는 경기 후 스포츠채널 아나운서와의 인터뷰에서 "팬들의 응원 덕분이었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다음날, 삼성라이온즈 2군 경기장인 경산 볼파크를 찾았습니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오후 1시 경기, 처서가 지났으나 식을 줄 모르는 낮 기온에 가만히 서 있는 것도 힘들 정도로 더웠습니다. 경기 시작을 위해 선수들이 모였고, 선수들은 코칭 스태프와 간단한 전략 미팅을 한 뒤 경기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선수를 소개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응원가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전날 1군 경기와는 '소리'부터 다른 2군 경기였습니다.

땡볕에 우산 쓰고 경기 보는 팬... 이유는?

 경산볼파크의 텅 빈 1루 관중석. 32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 한 관중이 우산을 쓰고 야구를 보고 있다.

경산볼파크의 텅 빈 1루 관중석. 32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 한 관중이 우산을 쓰고 야구를 보고 있다. ⓒ 박윤정


 1루 더그아웃 옆 아이스박스에서 물을 꺼내 마시는 2군 선수들. 2군 경기장 더그아웃에는 냉장고가 없다.

1루 더그아웃 옆 아이스박스에서 물을 꺼내 마시는 2군 선수들. 2군 경기장 더그아웃에는 냉장고가 없다. ⓒ 박윤정


팬들을 위한 관중석도 1루 쪽에만 있었습니다. 원정팀 쪽 관중석에는 나무와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2군 경기에는 선수들의 부모님 외엔 팬들도 많이 찾지 않기 때문에 관중석이 굳이 필요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관중석마저도 뜨겁게 작렬하는 햇볕을 막아 줄 그늘이 없었기에 팬들은 비가 오지 않았지만 우산을 쓰고 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1회가 끝나고 공수교대 시간. 선수들은 더그아웃으로 뛰어 들어가 시원한 물을 찾습니다. 그런데 선수들이 향한 곳은 냉장고 앞이 아니라 그늘 아래에 있던 아이스박스였습니다. 1군 선수들은 냉장고에 가득 채워진 물과 이온음료를 마시는 반면, 2군 선수들은 직접 아이스박스에 얼음과 냉수를 채워 간이냉장고를 만든 뒤 마실 물을 넣어두고 마십니다. 여기서도 1군과 2군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경기가 재개되고 2회 말쯤 됐습니다. 그 시각, 경산볼파크 숙소인 '필승관'에 머무는 1군 선수들이 구단버스에 올랐습니다. 1군 경기장으로 떠나려는 것입니다. 동료들이 2군 경기를 하는 동안 1군 경기장으로 가는 그들의 발걸음에서 왠지 모를 무거움과 미안함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경산볼파크 내 실내연습장에서 훈련 중인 3군 선수들. 이들은 2군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다.

경산볼파크 내 실내연습장에서 훈련 중인 3군 선수들. 이들은 2군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다. ⓒ 박윤정


같은 시각, 보조구장과 실내연습장에서는 부상당한 선수들과 잔류군의 훈련이 있었습니다. 3군이라 불리는 이들은 2군 경기에 출장은커녕 관전도 못하고 재활과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들 중에는 구단의 지명을 받지 않고 선수 본인이 직접 구단에 입단 신고를 한 '신고 선수'도 있었습니다. 신고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보다 더 낮은 연봉을 받으며 훈련합니다. 구단에서 선택받지 못한 설움에다 동료들보다 낮은 연봉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경기 출장 소식을 기다리며 그들은 오늘도 구슬땀을 흘립니다.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새 체감온도는 2~3도가량 더 올라간 듯 했습니다.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6회 초, 한 타자가 안타를 치고 1루로 달려 나갔습니다. 출루한 타자의 배트는 누가 치우나 살펴봤습니다. 동료 2군 선수였습니다. 1군 경기였다면 볼보이나 배트걸이 담당했을 일인데 말입니다. 2군 경기는 경기장 정리부터 심판 보조, 볼보이 등의 일도 선수들이 직접 하고 있었습니다.

경기가 끝났습니다.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은 둥글게 모여 방금 치른 경기에 대한 평가를 했습니다. 이때는 당근보다 채찍이 더 많습니다. 경기에서 이겼지만, 고개를 푹 숙이고 감독의 질책을 듣는 선수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한 해에 2군 선수 중 1~2명만 1군에 가서 주전이 되면 성공한 것이라고 한 코치가 말했습니다. 그만큼 1군 자리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것이기에 코칭 스태프도 선수들을 더 강하고 모질게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경기 평가가 끝난 뒤에도 선수들은 쉬지 않습니다. 팬들이 떠나도 선수들은 같은 자리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을 이어갑니다.

꿈의 무대 1군 바라보며 땀흘리는 선수들

 삼성라이온즈 2군 구장이 있는 경산볼파크 전경. 선수들의 긴장감과 팬들의 침묵이 공존하는 곳이다.

삼성라이온즈 2군 구장이 있는 경산볼파크 전경. 선수들의 긴장감과 팬들의 침묵이 공존하는 곳이다. ⓒ 박윤정


프로야구 1군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총 26명입니다. 각 구단은 이보다 훨씬 많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군 엔트리에 든다고 해서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부상 등의 이유로 잠시 엔트리에 빠진 인원을 보충하기 위해 2군 선수가 등록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들은 제대로 1군 경기를 치르지도 못하고 2군에 내려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2군 내에서도 경쟁이 있습니다. 특히 원정 경기를 떠나기 전날, 숙소의 게시판에는 원정경기 명단이 붙습니다. 이곳에 이름이 없는 선수들은 2군 원정경기에도 참가하지 못합니다. 동료들이 타 지역 2군 구장에서 경기를 하는 동안, 그들은 이곳에 남아 기약 없이 운동만 합니다.

그렇지만 2군 경기가 늘 고달프고 힘겨운 것만은 아닙니다. 힘든 시간을 함께 겪으며 선수들의 우정은 돈독해져 갑니다. '눈물 젖은 돼지고기'를 같이 먹던 그 의리로 선수들의 파이팅 소리는 커져갑니다. 2군 경기장을 찾으면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더그아웃의 파이팅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구장이 워낙 조용하고 찾는 팬들도 많지 않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1군 입성을 위한 그들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누가 보지 않아도, 팬들의 응원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살을 태우는 강한 더위에서도 2군 선수들은 운동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1군 입성'입니다. 꿈의 무대인 1군을 바라보며 오늘도 땀을 흘립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