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행사를 끝낸 제천, 부천, 전주영화제 포스터

올해 행사를 끝낸 제천, 부천, 전주영화제 포스터 ⓒ 제천.부천.전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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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제천영화제)가 끝나면서 국내 4대 주요 영화제 중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를 제외한 3개의 영화제가 마무리됐다. 부산영화제를 남겨 놓고 있지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 제천영화제는 국내 영화제 2위권을 놓고 은근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지라 성과가 비교되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세 영화제 모두 집행위원장이 교체되거나, 영화제와 관련한 논란에 엮이면서 불안감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모두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영화제가 준비되거나 치러졌는데, 영화제를 마친 성적표는 처음 우려보다는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천영화제와 부천영화제는 관객 수가 증가했고, 전주영화제는 감소 추세가 크지 않았다.

휴양영화제 굳혔으나 음악영화 육성은 제천의 숙제 

먼저 8월 14일~19일까지 열린 제천영화제는 지난해와 비교해 좌석점유율과 관객수가 늘어났다. 최종 집계된 좌석점유율은 4%가까이 상승한 86%였고, 유료 관객수 역시 2만 6천명으로 1천 명 정도 늘어나며 전제 관객 수 3만 5천선을 유지했다. 각종 음악공연을 찾은 관객들까지 합치면 영화제를 찾아 영화와 음악을 즐긴 관객들이 6만 명에 달한다고 영화제 측은 밝혔다.

협소한 상영관을 감안하면 포화상태에 이르는 수준이었다. 야외공연에 대한 열기도 뜨거워 청풍호반의 영화 상영과 공연은 올해도 관객들로 가득 찼다. 지난해 7일간으로 늘렸던 일정이 올해 6일로 줄어들었으나 15일 광복절 휴일이 포함됐던 게 관객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휴양영화제로 자리 잡은 덕택에 국내외 영화계 인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허진호 감독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허진호 감독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허진호 감독의 집행위원장 데뷔 무대이기도 했는데, 취임한지 몇 달 안 돼 전체 행사를 조율할 수 없었기 때문인 듯 개막식 인사말처럼 아직 어색한 면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영화제 주요 현안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는 면도 보였으나, 다행히 운영 시스템이 원활히 돌아갔기 때문인 듯 무난하게 치러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9회를 치르는 동안 네 번째 위원장이 선임됐다는 것은 조직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연출력이 뛰어난 감독이 현장을 떠나 영화제 책임을 맡는 것은 한국영화의 손실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음악영화의 신선함과 프로그래밍의 안정감이 제천영화제의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내년 10회 이후의 방향성과 조직적 안정에 대해서는 영화제 측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규모를 키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향이 나와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열악한 극장 환경에 대한 해결책 역시 제천영화제에 남겨진 숙제다. 국제영화제라지만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곳이 멀티플렉스 극장 하나뿐이라는 것은 예년부터 늘 나오던 지적이었다. 지난해 컨테이너 극장이나 전용관 등 상영관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위원장이 바뀌면서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태다.

 제천영화제 야외 영화 상영 및 라이브 공연 프로그램인 '원 썸머 나잇'에 몰린 관객들

제천영화제 야외 영화 상영 및 라이브 공연 프로그램인 '원 썸머 나잇'에 몰린 관객들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내 음악영화 제작과 육성 역시 제천영화제가 부담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경쟁부문 시상을 시작한 2008년 4회 이후 국내 작품 중 수상작은 오멸 감독의 <어이그, 저 귓것>이 유일하다는 점은 국내 음악영화 장르가 아직은 활성화돼 있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음악영화제작지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단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영화제 측은 "기존의 지원프로젝트에서 제기된 단점들을 보완해 협찬 등을 받아 전체 제작지원으로 가기 위해 정비 중"이라고 밝혔으나, 국내 음악영화 발전에 제천영화제의 선도적인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부분이다.

부천, 관객 대폭 증가 속 위원장은 부패혐의 조사

지난 7월 개최됐던 부천영화제 역시 예년보다 관객이 큰 폭으로 늘어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285회 상영 중 152회가 매진됐고, 좌석점유율은 81%대를 기록했다. 전체 관객수는 대폭 증가해 5만 9788명으로 거의 6만에 도달했다. 전년대비 6천 6백명이 늘어난 괄목할만한 성과다. 지하철 7호선 개통으로 인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형 프로그래머가 오래 자리를 지키면서 작품 선택과 구성이 안정된 것도 영화제의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천영화제는 제작지원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영화의 제작을 돕고 있는데, 폐막작이었던 <더 테러 라이브>는 2009년 제작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된 영화로 최근 크게 흥행하면서 부천영화제를 보람있게 만들고 있다.

 1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1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부천영화제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경기도의회 의장이 부천영화제 사무국 예산으로 칸 영화제에 가면서 촉발된 외유 논란은 영화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면서 6월과 7월 초에 도의회 의장과 상임위원장이 사퇴했고, 해당 공무원에 대해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징계 요구가 내려진 상태다. 김영빈 집행위원장에 대해서는 부패 혐의로 따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의 조사는 6월말 예정이었으나 영화제 이후로 미뤄달라는 요청에 따라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20일 전화통화에서 "김영빈 집행위원장에 대한 조사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조사 중인 사안이기에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줄 수 없고, 공식적인 발표 역시 따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사결과가 나오면 부천시청으로 통보해 해당 사안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사를 받은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모두 규정위반으로 책임을 요구받았다는 점에서 김영빈 집행위원장만 간단히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권익위 권고가 강제 사항은 아니고 부천시가 최종 판단의 주체이지만, 우리 측의 조사 결과 및 권고 사항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열 정비하는 전주, 전체 관객 수는 여전히 우위

전주영화제는 지난해 내부 갈등의 여파로 인해 올해 관객 수가 줄어들고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받았으나, 여전히 전체 관객 수에서는 6만 5천명으로 부천보다 우위를 지켜냈다. 상대적으로 올해 부천영화제가 최고 성과를 냈음에도 저조한 성과를 낸 전주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전주영화제 관계자들은 최근 국내 영화제들을 돌며 장단점을 파악하는 등 내년 행사 준비를 위해 전열을 정비하는 모습이다. 새로운 도약을 벼르고 있는 분위기라 바짝 따라붙은 부천과의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1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 기자회견에서 고석만 집행위원장이 영화제의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1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 기자회견에서 고석만 집행위원장이 영화제의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 전주영화제


한편 지난해 내부 갈등 여파는 고석만 집행위원장의 제천영화제 불참으로도 이어졌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스태프 집단 사퇴로 위원장님과 갈등을 빚은 핵심 인물이 제천영화제의 주요 역할을 맡고 있어 마주치기가 불편해 불참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국내영화제 위원장들은 다른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는 것이 관례고, 집행위원장 공백상태였던 지난해 송하진 전주시장이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대신 참석한 것과 비교해 보면 이례적인 부분이다. 그만큼 앙금이 남아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일부 독립영화진영 역시 제천영화제에 불참하며 집행위원장 교체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는데, 이들은 전주영화제 때도 같은 이유로 불참했다. 표면적으로는 독립영화행사가 겹친다는 이유였으나 "영화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린데 대한 항의 표시"라고 독립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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