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군의 태양>의 주중원(소지섭 분) 캐릭터는 홍자매의 전작인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 분) 캐릭터와 닮았다.

SBS <주군의 태양>의 주중원(소지섭 분) 캐릭터는 홍자매의 전작인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 분) 캐릭터와 닮았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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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다. 흡사하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똑같다고 볼 수 있다. <주군의 태양>의 주중원(소지섭 분)은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 분)과 무척이나 닮았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주중원인지 독고진인지 분간이 안 갈 때가 있다. 주중원은 참 많은 장면들에서 독고진을 연상케 하는 듯하다.

주중원은 태공실(공효진 분)에게 언제나 무시조로 말한다. 떽떽거리는 수준을 넘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투다. 처한 상황은 그의 언행을 그럴싸하게 포장시킨다. 거대한 쇼핑몰을 가지고 있는 재벌 2세, 돈 밖에 모르는 차도남, 첫사랑의 상처로 여자에게 문이 닫혀있는 고립된 남자. 이러한 것들 은 주중원이 자신의 쇼핑몰에서 일하고 있는 일개 청소부 태공실에게 막말을 하는 것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장치다.

맨 처음 주중원은 태공실을 미친 여자 취급했었다. 길바닥에 앉아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가만히 서서 귀를 틀어막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태공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그녀가 자꾸만 자신을 가까이 하려 하니 께름칙하기도 하고 거추장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의 막말은 그때부터였고, 지금까지도 그는 그녀에게 불친절한 언행으로 일관한다.

이 부분에서 독고진이 떠오른다. '저리 가!' '싫어' '꺼져!' 칼같이 자르는 말투에 의심스러운 듯 바라보는 눈초리, 심지어는 대사를 할 때의 목소리 톤마저 주중원은 독고진을 닮았다. 그러고 보니 훤칠한 키에 마초적인 분위기의 외모 등 외형적 모습까지 유사하다. 모델로 데뷔하여 연기자로 거듭난 과정 역시 소지섭과 차승원은 같다.

표정 연기에 있어서도 그들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다. 눈을 희번덕거린다거나, 경멸스러운, 혹은 하찮게 여기는 표정을 짓는다거나, 반대로 우수에 젖거나 슬픈 기억에 사로잡혀 있을 때의 모습 등이 서로 많이 닮아있다. 독고진이 구애정을 바라볼 때의 표정이 그랬다.

이는 소지섭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다른 드라마와 비슷한 캐릭터, 아니 자꾸만 다른 누군가를 연상하게 만드는 캐릭터는 배우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일 수 있다. 아무리 그 캐릭터에 걸맞은 연기를 한다고 해도, 어떤 장면들이 겹치면 자칫 연기의 진가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할 수도 있고, 따라한다는 오명을 얻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지섭의 상황이 그러하다. <주군의 태양>에서 주중원 캐릭터는 그렇게 새로운 맛이 없다. 그가 보이고 있는 반전의 표정연기, 독한 막말과 독설은 이미 차승원이 한껏 선사한 바 있다. 그저 직업이 다르고 상황이 다를 뿐, 그리고 조금 더 젊다는 것뿐, 그 외엔 그다지 다르거나 신선한 면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빙의' 설정 통해 전혀 다른 캐릭터 연기한 공효진

 <주군의 태양>의 태공실(공효진 분)

<주군의 태양>의 태공실(공효진 분) ⓒ SBS


이를 공효진이 커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공효진도 '공블리'의 매력이라던가, 사랑스러운 제스처는 전작과 다를 바가 없다. 까칠한 독설에도 히죽거리는 반응 또한 전작의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공효진에게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다. 귀신을 보고 귀신의 말을 들으며, 때로는 귀신이 몸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상황을 잘 그려내야 하는 미션. 공효진은 이를 통해서 자신의 색다른 면모를 발산하며, 결국 상대 배우의 아킬레스건까지 커버하고 있다.

어제 방송된 <주군의 태양> 4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태공실의 몸속에 주중원의 첫사랑인 차희주(한보름 분)가 들어와 주중원과 대화를 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주중원이 귀신을 보고 들으며 자신에게로 들어오기도 한다는 태공실의 황당한 말을 100% 믿고 받아들이게 된 결정적 계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기도 하다.

차희주는 태공실의 몸을 빌려 주중원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주중원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또 자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전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어떠한 비밀을 전하기 위해 그의 곁을 계속 맴돌고 있는 듯했다. 그 순간 태공실 안에 있던 차희주는 손으로 주중원의 뺨을 만진다. '사랑해!'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마디를 툭 하고 내던지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차희주는 사라지고 만다. 주중원을 만지면 그 어떤 귀신도 연기처럼 사라지게 되는 법칙(?)에 따라 태공실의 몸속에서 빠져나가고 만 것이다. 귀신이 빠져나간 태공실의 몸은 혼자서는 가눌 수 없을 만큼 축 쳐지고 만다. 주중원의 어깨를 의지할 수밖에 없고, 그의 품에 안길 수밖에 없다. 태공실의 몸을 안아버린 주중원. 하얗게 돼버린 그의 머릿속엔 오직 하나의 생각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태공실, 그녀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었구나!'

이 장면에서 공효진은 예전과는 다른 연기를 보였다. 자신의 몸을 빌려 말한 차희주라는 캐릭터를 참으로 인상 깊게 연기했다. 공블리의 매력을 거두고 애잔한 차희주에 완전히 빙의가 되었다. 그녀가 <주군의 태양>에서 가장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장면들이다. 언제나 이런 장면들은 소름끼치는 반전과 감동을 전하는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기도 하기에.

그리고 이는 <주군의 태양>이 <최고의 사랑>과는 다르며, 독고진과 주중원 사이에서도 차이가 있음을 말해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소지섭의 캐릭터에 붙은 식상함이라는 딱지를 가볍게 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늘 마음에 걸렸던 주중원이었다. 하지만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을 듯하다. <주군의 태양>에는 그를 커버할 만한 이야기와 공효진의 뒷심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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