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의 '레전드' 반열에 올랐으나, 프로농구 승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동희(47) 전 감독에게 징역 10월이 선고됐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감독이 승부조작에 개입해 실형을 선고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인정한 한국 농구계의 우상이었던 그의 지위에 따른 책임을 물은 것이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프로농구 원주 동부프로미 강동희 감독은 브로커로부터 "게임에서 지도록 해 달라"는 승부조작 청탁을 받고 2011년 2~3월 치러진 총 네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 대신 후보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승부조작에 개입했다.

이에 검찰은 "프로농구 감독인 강동희는 부정한 청탁을 하는 브로커들과 공모해 속임수를 사용해 체육진흥투표권 발행 대상 운동경기인 프로농구 경기의 공정성을 해치거나 공정한 시행을 방해했다"며 기소했다. 강동희 전 감독이 브로커로부터 청탁 대가로 받은 돈은 총 4700만 원.

의정부지법 형사9단독 나청 판사는 8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로농구 원주 동부프로미 강동희 전 감독에게 징역 10월과 추징금 47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우리나라 농구 역사상 '레전드'의 반열에 오른 스타 출신 중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피고인 강동희"라며 "피고인은 선수로서도, 지도자로서도 모두 성공 가도를 달려왔고, 2012년에는 프로농구 감독상까지 받는 등 프로농구를 사랑하는 팬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대한민국 농구계의 우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이 사건 승부조작 범행에 관련자가 적고, 대상 경기가 많지 않은 등 다른 사건에 비해서 규모가 크지 않고 조직적인 범죄라고 보기 어렵지만, 위와 같은 피고인의 지위 때문에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과 영향력은 실로 다른 승부조작 사건보다 더 막대한 사안임에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강동희, 스포츠의 공정성 무너뜨렸다"

재판부는 "승부조작과 무관하게 본연의 임무와 역할에 충실한 감독·선수가 분명 대다수인 상황에서, 승부조작 범행으로 프로농구경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저하돼 사회적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의 행위는 스포츠의 생명인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수많은 농구팬들을 상대로 그 애정과 신뢰를 배반한 행동을 한 것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전주와 브로커로부터 총 네 경기에 대해 '후보 선수들을 기용해 지는 경기를 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4700만 원을 받고, 청탁에 따른 승부조작 행위에까지 나아간 범행을 저질렀다"며 "부정한 청탁의 내용, 부정한 행위의 방법도 불량하고, 대가도 적지 않는 등 범행 자체의 죄질도 매우 좋지 않고, 범행 대부분을 사실상 다투고 있어 진지한 뉘우침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이 사건 승부조작 행위로 한국 프로농구를 대표하던 피고인 개인의 모든 명예, 경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형사 처벌 이상의 사회적 형벌을 받게된 점, 이 사건으로 인해 프로농구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의 징계까지 당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이는 점, 국가대표 등으로 국위선양에 힘써 왔고, 이 사건 전까지 프로농구선수와 감독으로 성실한 삶을 살아왔던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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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강동희 승부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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