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드라마 <구암 허준>에서 의녀 소현 역의 배우 손여은이 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 일일드라마 <구암 허준>에서 의녀 소현 역의 배우 손여은이 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지난 1975년 허준이란 인물이 드라마로 다뤄지기 시작하면서 그 배역의 흐름 또한 하나의 역사였다. 특히나 전설적인 시청률(평균 시청률 53%)을 기록했던 1999년 <허준>은 지금의 <구암 허준>에겐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 허준을 맡은 전광렬과 지금의 김주혁이 그랬고, 예진 아씨의 황수정과 박진희가 그랬다. 심지어 오근 역의 임현식과 정은표까지.

혜민서 의녀인 소현 역시 그런 캐릭터다. <허준>에서 성현아가 도도하고 차가운 소현을 소화해내며 긴장감을 더했다면, 현재 <구암 허준>에서의 소현은 손여은이 맡아 매력을 뽐내고 있다. 

사실 손여은은 매번 새로웠다. 그간 맡았던 캐릭터의 폭이 컸기 때문일까. 올해로 31세, 데뷔 9년차인 그녀는 바로 전작인 <각시탈>에서 무려 10살 이상 아래의 캐릭터를 소화했다. 함께 출연한 진세연과 비교해도 나이를 실감할 수 없는 외모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동안이라 단정할 수 없다. <구암 허준>에서의 소현은 또 냉정하면서 치열한 모습의 어른이기 때문.

"소현, 유능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아픔의 인물"


 MBC 일일드라마 <구암 허준>에서 의녀 소현 역의 배우 손여은이 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 일일드라마 <구암 허준>에서 의녀 소현 역의 배우 손여은이 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성현아 선배가 했던 역할이었잖아요. 예전 <허준>을 다시 찾아봤어요. 원래 예진 아씨 역으로 오디션을 보긴 했지만 소현이 참 매력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죠. <허준>을 다 돌려본 건 아니고 나름 느낌만 얻고자 했어요. 다르게 해석해보고 싶었거든요. 감독님이 첫 촬영 때 도도하게 가자고 했는데 단순히 차가운 게 도도함이 아니듯 그 안에 제 해석을 담으려 노력했어요.

소현은 단순한 차가움보단 지적이고 세련된 여성이라는 느낌이에요. 개인적으로 공부도 했죠. 대본을 읽다가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인터넷과 책을 뒤지며 공부했어요. 소현이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노력을 했을지 상상도 했고요."

'속이 바뀌어야 겉이 바뀐다' 연기를 하는 손여은 나름의 신조였다. 배우로서 보통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신경 쓰고, 그에 따라 외모에 신경을 쏟기 마련인데, 그녀는 내면부터 채우고자 했다. 캐릭터를 위해 배경 지식을 공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아는 한의사를 만나 이것저것 묻기도 했고, 자신의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을 방문해 분위기를 살폈다.

손여은이 생각하는 소현은 분명한 역사와 사연이 있는 인물이었다. 실력이 출중해서 벌써 예진과 함께 내의원으로 뽑혔어야 하지만 온갖 암투에 실력발휘를 할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는다. 연기라지만 손여은은 마치 자신의 상황인냥 진짜 억울한 기분이 들었던 사연을 언급했다.

"하면서 진짜 억울하더라고요(웃음). 혜민서에 들어오면서 예진과는 미묘한 라이벌 의식이 생기고, 게다가 나름 허준과 삼각관계잖아요. 허준이 예진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서는 절대 두 사람을 음해하진 않아요. 단지 마음으로 아파하고 그걸 눈빛으로 표현하죠. 감독님도 그걸 원했어요. 이런 캐릭터를 해본 게 처음이에요. 내면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정말 하고 싶었거든요. 지금은 제가 아닌 소현의 마음으로 연기하는 거 같아요."

"아직 대중에게 뚜렷하게 각인시킬 작품 못 만났지만"


 MBC 일일드라마 <구암 허준>에서 의녀 소현 역의 배우 손여은이 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 일일드라마 <구암 허준>에서 의녀 소현 역의 배우 손여은이 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사극 출연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선배와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 배우에겐 도움일 수 있다. 손여은 역시 김주혁, 박진희 등의 배우를 통해 연기 면에서나 자세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었다.

"일일드라마에 게다가 사극이잖아요. 현장이 참 바쁜데 연기자는 지칠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진희 언니는 도중에 쓰러져서 링거를 맞기도 했는데 항상 즐기는 모습이에요. 주혁 오빠도 농담을 그렇게 잘 하세요. 힘들 때 선배가 그렇게 대하면 후배 입장에선 편하고 더 능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잖아요. 정은표 선배님도 너무 재밌고요. 다들 생각이 크신 분들 같아요. 제가 주연을 하게 된다면 그런 자세를 알게 모르게 보일 수 있겠죠?"

배우 데뷔 9년 차. 그녀에게 물론 주연의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영화 <코인라커>를 통해 주연으로 재능을 뽐냈지만 아직까지 영화는 개봉하지 못했다. 아이 엄마 역을 맡아 그녀에게 또 다른 연기 변신을 하게한 작품이다.

"사실 중간에 배우 일을 3년 정도 쉰 적도 있었고, 일이 없던 시기도 있었어요. 아직 저란 배우를 대중에게 뚜렷하게 각인 시킨 작품을 만나진 못한 것 같아요. 매 작품 때마다 '그게 너였어?'라는 말을 듣거든요. 그만큼 캐릭터에 몰입한다는 말인가? (웃음) 이번 소현 역할도 이전과는 너무 달라 놀랐다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장점인 거 같기도 해요!

배우는 분명 소모되는 면이 있지만 전 아직 보여줄게 많아요. 어떤 역할을 할 때마다 이 색깔 저 색깔을 꺼내서 보이고 싶어요. 그걸 위해 간접경험도 중요하죠. 제가 파란만장한 인생은 아니지만 경험에 대한 마음은 커요. 다른 배우들의 작품을 쫓기도 하고 영화도 많이 보거든요."

일을 할 수 없던 상황에서 손여은은 오히려 연기밖에 할 게 없겠다란 생각을 강하게 했다. 부산에서 막연하게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한 소녀가 본격적으로 배우의 꿈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저 예쁘게만 보이고 싶었던 한 신인 배우는 실패와 침잠의 의미를 알기 시작하면서 다듬어지고 있었다. 인터뷰 말미 손여은은 당찬 포부 하나를 밝혔다.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아직 그 끈을 안 놓고 있어요. 전공자의 길은 못 갔지만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요즘 재즈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데 집에 전자 피아노도 구입했어요. 기회가 되면 진짜 하고 싶은 작품이 바로 배우가 직접 실연하는 작품이거든요. 우리나라엔 영화 <피아니스트> 같은 작품이 왜 없을까요?!"

구암 허준 손여은 김주혁 박진희 예진 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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