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군의 태양' 공식 포스터

▲ '주군의 태양' 공식 포스터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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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귀신 드라마다. 오싹하는 느낌으로 올 여름 더위를 가시게 해 줄 본격 호러, 바로 SBS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아마도 많은 시청자들은 바로 이런 드라마를 기다려왔을지도 모른다. 해마다 여름은 점점 무더워지고 있는데다, 올 들어서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한창 진행 중이니 말이다. KBS <전설의 고향>의 아쉬운 종영 이후, 무더위를 식혀줄 호러의 등장은 반갑기 그지없다.

우리가 미신을 탐닉하고 공포를 즐기는 이유

알 수 없는 힘이 우리를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논리나 이성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귀신 등의 '미신'을 믿는 것은 누군가에겐 불확실한 미래를 대처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터무니없고 안이한 것이라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위안이 되어주기도 한다.

미신으로 치부되면서도 끝없이 탐닉의 대상이 되곤 하는 것은 아마도 위의 이유에서일 것이다. 매우 비과학적이며 비논리적인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처럼 매혹적으로 우리를 사로잡는 소재를 찾기도 쉽지 않다. 달리 무엇으로도 증명해낼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들은 신비함과 공포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19세기 산업혁명은 아이러니하게도 영국 대중들 사이에서 흡혈귀를 재조명하게 만들었다. 흡혈귀는 유럽인의 상상력이 빚어낸 최신 창조물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데, 물질주의가 팽배한 빅토리아 사회에서 공상의 탈출구가 되어 주었다 한다.

우리가 공포물을 즐기는 이유도 아마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공포는 정해진 것에서 일탈하는 데서 오는 쾌감, 그리고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경외심 등을 동반하면서 증폭된다. 어느덧 우리의 일상이 된 물질만능주의의 팍팍한 현실은 자연스레 '착한 권선징악의 공포'를 꿈꾸게 하는지도 모른다.

'주군의 태양' 태공실과 주중원이 처음 만나는 장면. 두 사람의 운명적 사랑을 예감케 한다.

▲ '주군의 태양' 태공실과 주중원이 처음 만나는 장면. 두 사람의 운명적 사랑을 예감케 한다. ⓒ SBS


로맨스와 코미디, 호러의 조합에 대한 기대감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드러난 서양귀신과 동양귀신의 차이점에 대해 말하곤 한다. 그것은 주로 '복수'의 감정이나 '한'이 서려있는가 하는 것 등인데, 예전의 <전설의 고향>에서는 무시무시함과 애처로움을 동시에 지닌 전통적 동양귀신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영화 <사랑과 영혼> 등을 보면 서양귀신들의 경우도 그것에서 결코 자유롭지는 않은 듯하다. 특히 미처 말 못한 이야기를 전하려는 집념은 거의 공통적인 것으로, 거기에는 보통 매개자가 필요하다. <주군의 태양>에서는 태공실(공효진 분)이 그 역할을 맡았다.

귀신들의 '한풀이'를 맡아 동분서주하는 탓인지 태공실의 얼굴에는 다크서클이 가득하다. 그 고달픔은 숙명과도 같아서, <사랑과 영혼>의 오다 매 브라운(우피 골드버그 분)은 늘 수많은 귀신들에 시달렸으며, <식스 센스>의 콜 시어(할리 조엘 오스먼트 분)는 아주 어린 나이임에도 남들은 결코 겪지 않을 혹독한 경험을 감내해야만 했다.

위의 두 영화는 각각 로맨스, 판타지와 미스터리, 스릴러의 장르로 나뉘는데, 둘 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그 분야 영화들의 교과서가 되었다. 특히 <식스 센스>의 반전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어서, 어떤 것이든 기막힌 반전이라면 '식스 센스 급'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주군의 태양>의 장르는 '로코믹호러'란다. 아마도 두 영화의 분위기를 교묘히 섞은 것인가 보다. 과연 어떤 식의 귀신들이 등장할 것이며, 또 어떤 식의 반전이 이루어질 것인가.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뚜껑 열린 '주군의 태양' 속 귀신, 좀 전형적이네

그러나 첫 회를 마친 <주군의 태양>은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쉽게도 로맨스, 코믹, 호러 등 '로코믹호러'로서의 모든 분야에서다. 물론 효과음과 함께 느닷없이 등장하는 귀신들의 모습은 때때로 심박수를 증가시키기는 것이기는 했다. 그러나 놀라는 것도 한두 번, 그들의 잦은 등장은 스스로의 희소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하얀 옷, 시커멓고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등장과 소멸의 목적과 형태 등이 '귀신의 정석'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는 점은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 <전설의 고향>의 고전적 귀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많다 해도, 2013년의 드라마라면 좀 더 혁신적(?)인 귀신을 보여주어도 좋지 않을까? 상상력과 기괴한 발상은 다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

귀신들이 전형적이라면 이야기라도 색달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귀신을 보는 '착해빠진' 여자와 그것을 믿지 않는 매사 이기적이며 '못돼먹은' 남자, 태공실과 주중원(소지섭 분)의 이야기는 마치 유리구슬처럼 투명해 보인다. 귀신은 벌써 식상한데, 아직까지 로맨스도 싱거운데, 반전을 기대해도 될까. 

8월 7일은 입추였다. 그러나 한여름 밤은 여전히 무더웠고, 때문에 <주군의 태양>의 등장은 몹시 반가운 일이 되었다. 같은 날, 마침 MBC에서도 새 드라마 <투윅스>가 시작되었다. 그로 향하는 호기심을 억눌러줄 강력하고 신선한 호러, <주군의 태양>의 분발을 기대한다.

SBS 주군의 태양 공효진 소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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