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 의 세 주인공 왼쪽부터 윤상현(차관우 역), 이보영(장혜성 역), 이종석(박수하 역)

▲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의 세 주인공 왼쪽부터 윤상현(차관우 역), 이보영(장혜성 역), 이종석(박수하 역) ⓒ bn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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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이해라는 말을 쓰는 것이 겁나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말은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서 느꼈을 감정과 정처 없이 떠도는 고민의 흔적까지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함부로 쓸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16회에서 주인공 혜성(이보영 분)의 11년 전 상황을 이해하게 된 도연(이다희 분)도 함부로 '이해한다'는 말을 내뱉지 못한다. 26년 전 양부의 잘못된 판결로 무고한 옥살이를 했던 친부를 기소하게 된 도연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불러오는지 똑똑히 깨닫게 된다. 11년 전, 도연은 혜성이 자신의 눈에 폭죽을 쏘지 않았다는 진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럼에도 도연이 양부와 달랐던 점은 잘못을 마주하고 사과하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용기를 내는 순간, 도연은 11년 전 혜성이 느꼈던 억울함과 분노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동시에 처벌만이 법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던 도연이 한 발짝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이해'는 잘 알지도 못할 남의 사정을 받아들이는 체 하는 위선이 아니다. 마지막 회의 마지막 장면에서 혜성이 수화로 말했듯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는 메시지이다. 극 중 민준국(정웅인 분)이 그토록 바랐던 것이며, 홀로 서 있던 개인과 개인을 '우리'로 묶어주는 촉매이기도 하다. 파편화되어 있던 개인이 우리가 되면서 그들은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하며 자신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해는 곧 성장과 동의어인 셈이다. 경찰대학 면접장에서 수하(이종석 분)는 자신이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세 사람을 떠올린다. 혜성, 도연, 관우(윤상현 분). 세 명은 각기 다른 이해의 방식을 보여주었다.

도연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와 용기의 진정성을 일깨웠다면 관우는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우직하게 자신만의 이해의 방식을 관철시켰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며 극적인 성장의 모습을 보여준 혜성은 어땠을까.

"진실이 재판에서 이기는 게 아니라, 재판에서 이기는 게 진실이 되는 거야"라고 외쳤던 그녀가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피고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왕따 주동자라는 이유로 살인 미수 사건의 용의자가 된 여고생과 폐휴지 줍기로 생계를 이어가기 곤란한 절도범 할아버지,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편의점 주인을 죽인 쌍둥이 형제 등. 그동안 귀를 닫고 있을 땐 들리지 않았던 그네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순간, 진실은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1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꾸준히 시청하는 동안, 며칠 전 지인이 한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이해한다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난 참 싫어. 그건 위선이야. 그 사람은 절대로 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거든" 맞다. 우리는 절대로 경험해 보지 못한 남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대신 그 사람의 외침이 공허하지 않게 들어줄 수는 있다. 어쩌면 그 사람은 단지 외면하지 않고 자신을 봐줄 단 한 사람만을 바랐을 수도 있으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고함20'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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