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전쟁>의 선우용여

<고부전쟁>의 선우용여ⓒ 핫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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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전쟁>,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머리 터지도록 싸운다. 그런데 이 싸움의 시작이 참으로 어이없다. 칼국수 한 그릇 때문이다. 갑자기 찾아온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급작스레 칼국수 한 그릇을 요구하는 것으로부터 두 여자의 전쟁이 시작된다.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재단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버전의 치열한 '사랑과 전쟁'이다.

이 연극은 '원소스 멀티유즈'다. 대개의 원소스 멀티유즈는 하나의 장르가 성공한 다음에 다른 장르로 전이한다. 하지만 <고부전쟁>은 연극과 소설이 같은 시기에 선보이는 특별한 사례다. 이 연극에 시어머니 역으로 출연하는 중견 배우 선우용여를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충정로의 NH아트홀에서 만났다.

그런데 답변이 예사롭지 않다. 많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한 가지 질문에 5분 이상 답변하는 경우는 남경주와 배종옥, 조재현 정도였다. 더군다나 선우용여는 한 가지 질문에 5분 이상 길게 답변하는 가운데서 자신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녹일 줄 아는, 답변의 내공이 예사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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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부전쟁>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첨예한 갈등을 다루는 연극이다. 서로가 왜 그토록 다투는 걸까.
"극 중 시어머니는 젊은 나이부터 시장에서 돈 버는 데에만 신경을 쓴 인물이다. 돈을 버는 데에 있어선 일가견이 있지만 며느리 혹은 자식과의 관계 맺기는 서툴다. 옛날 며느리 같으면 이런 시어머니에게도 고분고분하게 순종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며느리는 공부를 많이 했다. 머리 회전이 빠르다. 반면에 시어머니는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마음으로 살아간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이런 차이에서 싸운다. 많이 배운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해를 갖고 시어머니와 같은 윗세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갈등이 줄어들 듯 싶다. 시어미니 세대는 어렵게 벌어 자식 교육을 시킨다. 정성으로 교육을 시킨 자기 자식을 시어머니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반대로 사돈의 입장에서 볼 때 며느리를 잘 키운 것은 사돈 가문 덕이다. 사람은 자신의 단점을 누군가를 통해 깨닫지 못하면 잘 모른다. 연극 <고부전쟁>을 통해 '나에게도 저런 단점이 있을 수 있겠구나'하는 깨달음의 기회를 얻고 이를 통해 단점을 극복하고 가족이 화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면 어떨까 싶다."

- 실제 시어머니인지라 고부간의 갈등이라는 극의 상황이 공감되는 부분도 있을 텐데.
"사람은 자신의 단점을 다른 사람을 통해 지적을 받거나 다른 사람의 단점을 보고서야 깨닫는다. 단점을 이야기해 주었을 때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성공한다. <고부전쟁>을 관람하며 '내가 저런 단점이 있구나' 혹은 '내가 시어머니에게 저렇게 했구나'하고 평소에 몰랐던 부분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다.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자식에게 갚아야 한다. 자식에게 받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자식에게 받으려고 하니 <고부전쟁>처럼 문제가 생긴다. 준 것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자기가 준 걸 항상 기억하다가 자신이 받지 못하면 섭섭하게 생각한다. 이를 <고부전쟁>으로 적용하면 '내가 부모님에게 진 빚을 자식에게 갚았구나' 하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

아들이 석 달 전에 장가를 갔다. 그런데 며느리와의 갈등은 없다. 우리 어머니도 아들만 셋이었다. 그런데 며느리와 갈등 없이 잘 사셨다. 아들 내외만 잘 살면 된다. 자식이 어머니에게 전화할 때에는 필요할 때에 전화하는 것이다. 싸움을 했다든지 돈이 필요한다든지 등 무언가가 필요할 때 부모에게 연락하는 게 자식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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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하면서 느끼지만 상황을 설명할 때 묘사가 뛰어나다. 원래 달변가인가.
"아니다. 원래는 말을 잘 못했다. 제가 맏며느리다. 결혼하자마자 가장으로 살았고 5년 동안 장사도 했다. 가만 보면 저는 일할 복이 있고 남편은 받을 복이 있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왜 나만 일하고 먹여  살려야만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들어서 속상했다.

그런데 깨달음이 있었다. 저는 일할 복이 있는 반면에 남편은 받을 복을 타고났구나 하는 걸. 이를 깨달고 보니 (제가 일하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다. 맨 처음에는 탤런트로 얼굴이 팔리는 게 싫어서 결혼했지만 (연기하며 먹고 사는 것이) 제게 주어진 업이라면 재미있게 일해야 하고, 줄 바에는 기분 좋게 주어야겠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부부 및 부모와 자식, 저와 타인의 관계는 상생이다. 주고 받는 관계지 일방적인 관계로 착각하면 안 된다. 기독교에서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가르침이 있다. 마찬가지로 불교에서는 '보시하면 준 티를 내지 말고 하라'는 가르침이 있다. 티를 내면 나중에 찾아먹지 못한다. 하지만 티를 내지 않은 건 좋은 저금을 한 거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 달변으로 들리는 게 아닐까. 연애를 많이 해봐야 연애 감정을 잘 알듯이 제가 겪어보지 않은 일을 연기로 풀고자 하면 아무리 연기하려 해도 안 된다. 시청자는 누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를 하는지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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