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상어>의 한 장면.

지난 30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상어>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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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홍 PD와 김지우 작가의 <부활> <마왕>에 이은 복수 시리즈 3편으로 김남길과 손예진이 주연이었던 <상어>가 결국 한이수(김남길 분)의 죽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30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상어>(극본 김지우·연출 박찬홍)에서 그동안 가면을 쓴 채 훌륭한 기업가 행세를 했던 조상국(이정길 분) 회장의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지만, 한이수는 조상국이 미리 고용한 킬러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사랑하는 여자의 집안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죽음의 위기에 처한 한 남자가 얼굴을 바꾸고 신분을 숨긴 채 돌아와 여자의 집안에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지만, 복수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비극적 이야기인 <상어>는 극 초반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풍겼다. 거기에 느슨한 전개로 10% 내외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청산되지 않은 친일·군사독재 자연스럽게 녹여내

하지만 <상어>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극 중반으로 흐르면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친일파에서 공산주의자로, 또 친미 반공주의자로 변절을 밥 먹듯 하고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 신분세탁까지 했던 조상국 회장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 극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또한 이수의 아버지였던 한영만(정인기 분)과 최병기(기국서 분)가 과거 군사 독재 때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수많은 민주투사들을 고문한 과거가 드러났다. 단순한 복수극으로 알았던 <상어>는 조상국과 한영만, 최병기를 통해 일제와 군사독재를 겪으며 굴곡진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담아냈다.

뻔한 복수 멜로극으로 끝날 뻔했던 드라마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청산하지 못한 친일문제와 군사독재를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의 내공이 빛났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거창 양민 학살을 끌어와, 실제 그 사건과 관련된 실존인문인 박영보라는 인물을 천영보라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최종회에서 조상국 회장은 악행이 드러나 체포되면서도 기자들 앞에서 "나는 조국을 위해서 살아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오직 그것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여 우리 사회에 아직도 잔존해 있는 친일, 군사독재에 빌붙어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조상국 회장이 체포되고 수많은 리포트가 쏟아지는 가운데 "친일파들은 여전히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지만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어느 기자의 멘트는 <상어>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아닐까?

얼마 전 열린 한일전 축구 경기에서 응원단 붉은 악마가 걸개에 써 논란이 되었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장은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이다. 우리는 항상 말로는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승리의 역사만을 기억하고, 아픈 역사는 감추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상어>는 아픈 역사 또한 우리 것이며 청산하지 않으면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이수의 죽음은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역사가 가져온 것이란 생각에 뒷맛이 씁쓸했다.

상어 김남길 친일 군사독재 한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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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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