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의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상을 자축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

<피에타>의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상을 자축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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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금지'한 영화를 온전히 보기 위해서 이탈리아 베니스까지 날아가야 할 판이다. 왜? 우매한 자국의 성인 관객들은 비윤리적, 반사회적인 표현들을 수용하고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까. 이게 다 창조경제의 토대인 문화융성을 위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고도의 안티전략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두 번의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리며 국내 관객들이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김기덕 감독의 19번째 영화 <뫼비우스>가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영화제 기자회견이 열린 25일 베니스 현지시각에 맞춰 초청 소식을 전한 김기덕필름 측은 "지난 칸 영화제 기간 동안 진행된 바이어 대상 미완성 편집본 상영을 통해 전 세계 바이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뫼비우스>는 이미 독일, 오스트리아, 이태리, 스위스, 그리스, 터키, 러시아 및 구소연방 지역 등에 선판매 되는 성과를 거뒀다"며 "일본, 미국 등 더 많은 국가들과의 수출 계약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자, 그러니까 세계 관객들이 베니스국제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피에타> 감독의 영화를 앞다퉈 수입하며 관람을 대기하는 사이, '근친상간'이란 영화적 소재를 향유할 만한 지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영등위가 먼저) 판단한 한국의 관객들은 <뫼비우스>란 영화를 직접 확인할 기회마저 박탈당한 셈이다. 그리고 얄궂게도 베니스 진출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인 26일, 배수의 진을 친 김기덕 감독은 <뫼비우스>에 대한 '찬반 시사'를 마련했다.

한국에서의 제한상영가 판정, '상영불가' 낙인

 영화 <뫼비우스>의 포스터

영화 <뫼비우스>의 포스터ⓒ 김기덕필름


"영등위에서 지속적으로 제한상영가가 나오는 상황이고 대사나 욕설이 하나도 없는 <뫼비우스>가 대사 평가에서 유해성 다소 높음이 나온 건 영화를 보고 심의를 한 것인지 김기덕필름의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김기덕 감독 측은 비장했다. 지난 6월 초 제한상영가 판정에 대해 항의하는 뜻으로 서한을 보낸 후 문제가 될 만하다고 여긴 약 1분 14초가량을 삭제해 재분류 신청을 넣었다. 그러나 영진위는 "직계 간 성관계 묘사가 여전히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며 재분류에서도 제한상영가 낙인을 찍었다.

제한상영가 상영관이 없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낙인은 '상영불가'와도 같다. 자진 삭제와 편집이란 창작자로서는 수치스러울 수밖에 없는 자기검열을 감내한 김기덕 감독은 그러나 지속적으로 피력해왔던 국내 관객들과의 소통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영화로는 이례적인 '찬반시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05년 멕시코 출신의 카를로스 레이가디스의 영화 <천국의 전쟁>의 수입사인 월드시네마 측은 영등위의 제한상영가 판정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설문시사회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참석자의 70%가 넘는 기자, 평론가, 영화인들이 제한상영가 폐지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결국 <천국의 전쟁>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고 등급처분의 적법성여부를 따지는 행정소송 등의 난항을 겪어내며 4번의 재분류 심사 끝에 모자이크 처리 후 2012년에야 개봉할 수 있었다.

예술영화로 분류됐던 <천국의 전쟁>이 노골적인 성관계 묘사가 문제였다면, <뫼비우스>는 '근친상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자진삭제라는 초강수를 뒀음에도 그러나 영진위는 제한상영가란 전가의 보도를 여전히 휘두르고 있다. 영화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전근대적이고 저열한 수준의 검열 폐지하라"

 영화 <자가당착>의 한 장면

영화 <자가당착>의 한 장면ⓒ 곡사필름


이미 <뫼비우스> 논란이 점화됐던 지난 6월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이 같은 '검열'이 "전근대적"이고 "저열한 태도와 수준"이라며, <뫼비우스>에 대한 제한상영가 철회, 박선이 영등위원장의 퇴임과 함께 영등위 민간자율화를 포함해 합리적인 등급분류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설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영등위의 제한상영가 고수에 유감을 표시한 영화제작가협회 역시 "왜 유독 할리우드 영화에만 관대한가?"라며 '민간자율심의제 도입'을 요구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제기가 이해관계자로 비춰질 수 있는 영화인들 자의적인 판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영등위의 모호한 심의 기준이 날로 보수화되고 있다는 것은 수치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보도된 <연합뉴스>의 '최근 1년 영화 10편중 4.6편 청불·제한상영가' 기사를 보자. 작년 6월부터 1년 간 등급 분류 심사를 받은 영화 1천 여 편 중 청소년 관람불가와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는 각각 480편과 12편으로 전체의 46.8%였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 들어 29%로 출발한 이 등급의 비율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2년 45.8%까지 치솟았다. 더불어 폭력이나 성적인 묘사와 관계없는 정치, 사회적인 잣대도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영등위는 부가판권 시장을 노린 성인영화의 증가가 요인이라 항변하지만 궁색하기 짝이 없다. 해외에선 청소년 관람가인 영화들을 우리 청소년들이 볼 수 없는 예가 여럿이다. 최근 재분류 끝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은 심지어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네레이션' 부문에서 심사위원 특별언급 받았던 작품이다. 젊은 세대를 다룬 이 뛰어난 영화를 우리 청소년들은 하마터면 볼 수 없었을 뻔 했다.

그런 점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고 작년 11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지난 5월 등급취소판결을 받은 <자가당착>의 김선 감독이 <오마이뉴스>와 나눈 얘기는 곱씹을 만하다. 정치 세력의 우스꽝스러움을 직설적인 풍자로 표현한 <자가당착>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6월 일본에서 먼저 개봉했고, 영등위는 이에 아랑곳않고 항소를 한 상태다.

"<자가당착> 제한상영가 판정은 더 심각한 사건이다. 국정원 댓글사건은 어떤 정치세력을 반대하는 물타기에 불과하지만, 제한상영가 판정은 예술가의 입을 막고 국민들의 눈을 막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를 비판하지 말라고 물리적인 폭력을 가한 것과 뭐가 다르나. <자가당착>이 독립영화다 보니까 일반인들이 심각성을 덜 느끼는 것뿐이다."

재점화된 제한상영가 논란에 종지부를 

물론 참여정부 당시에도 영등위는 똑같이 보수적이었다. <헤드윅>의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이 연출한 <숏버스>도 '제한상영가' 등급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화였다. 그러나 존 카메론 미첼 감독과 수입사인 스폰지는 2006년 말부터 2년 간 대법원까지 가는 지난한 행정소송 끝에 영등위의 상고를 물리치고 무사 개봉을 이끌어냈다.

<피에타>로 한국 대표 감독의 지위에 오른(것처럼 환대받았던) 김기덕 감독은, 그러나 자진 삭제와 편집이란 '성의'를 보였다. 예전처럼 해외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도 있는 그다. 그러나 국내 관객들에게 외면받아 왔던 설움을 여러 차례 토로했던 김기덕 감독은 이번 법정투쟁보단 '찬반시사'를 통해 국내개봉을 성사시키고픈 염원과 이를 가로막는 영등위에 대한 분노를 동시에 표출하고 있는 셈이다. 김기덕 감독은 베니스 진출 소식에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을까. 

(성인인) 내가 보고 싶고 향유하고픈 예술과 문화가 심의 위원 몇몇의 판단으로 재단되고 금지되는 나라.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가 고조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리고 선례로 보아, <뫼비우스>가 법정 투쟁에 나선다 해도 영등위는 꿋꿋할 것이다. <뫼비우스>의 찬반시사 결과와 김기덕 감독의 행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한상영관 없이 제한상영가 등급을 남발하는 영등위의 행태에 대해 정윤철 감독은 자신의 SNS에 '전형적인 슈퍼갑질'이라 규정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내일 김기덕 감독 스스로 피눈물을 삼키며 편집한 <뫼비우스>가 모처에서 상영된다. 감독은 팔다리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수정한 재편집본을 내일 공개 후 여론투표를 하여 상영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탈레반 정권인가? 알자지라 방송에나 나올 해외토픽감이 아닐 수 없다."

부디, 알자지라든 CNN이든 BBC든 이 <뫼비우스> 논란이 전 세계 만방에 널리 퍼지기를. 그래야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에 부응코자 국제적인 감독의 영화조차 자국민에게 '상영금지' 시키는 영등위의 눈물 나는 노력 또한 소개될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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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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