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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락가락하게 만든다는 것도 그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지나친 몰입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말이다. 또한 닮고 싶은 캐릭터가 단 한명만 있어도 드라마는 때로 고마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렇듯 캐릭터는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악의 편보다는 선한 쪽을 응원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악역을 맡은 쪽에 감정이입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경우, 캐릭터나 상황 설정 등의 조건이 아주 뛰어나야한다는 조건이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은 많은 면에서 이런 법칙을 위반하고 있다. 특정한 인물들에 감정이입을 하고 봤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도 있다는 것. 선한 역, 악한 역이 나뉘어져 그들의 감정선만 따라가면 그만인 경우와 달리,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배신과 음모 등으로 끝없이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는 터, 한시도 마음을 놓을 틈이 없다.

'황금의 제국' 인물들의 야망과 복수심에 따른 이합집산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핵심요소다.

▲ '황금의 제국'인물들의 야망과 복수심에 따른 이합집산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핵심요소다.ⓒ SBS


복수심과 야망에 불타는 인물들, 맘 둘 곳 없게 만드는 반전의 연속

<황금의 제국>은 대한민국 국지의 재벌회사인 성진그룹의 사람들과 부당하게 아버지를 잃은 장태주(고수 분)와의 얽히고설킨 복수와 야망에 관한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돈이 오락가락하고, 수천억 회사의 주인들 또한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쉽사리 바뀌기도 한다. 그것은 권력과 편법, 탈법, 각종 인맥 등의 동원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종류의 일들이다.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만은 고대의 병법서를 탐독한 뒤라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이 난해하기 그지없다. 그들이 거대회사를 지키기 위해 벌이는 일들은 '작은 일 따위는 무시할 수 있어야 큰일을 이룰 수 있다'는 명언(?)에 충실하다. 또한 돈은 곧 법이며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근로자들의 노조 설립 등의 행위는 당연히 불법이지만, 자신들이 벌이는 모든 일들은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정당하며 거룩한 것이 된다. 이런 판국이라면 드라마에는 정의에 불타는 의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거대 제국을 깨부수어 시청자들의 카타르시스를 도울 그런 인물 말이다. 

그러나 부당하게 가게를 빼앗기고 결국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장태주(고수 분)마저도 이제 각종 불법, 탈법이 판치는 거대 도박판에 뛰어들고 말았다. 선한 쪽과 악한 쪽이 뚜렷하지 않게 된 데다, 인물들이 계속하여 예측불가능하게 변해가고 있는 상황. 맘 둘 곳 하나 없는 캐릭터들의 향연이라니,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드라마를 보아야 한다는 말인가?

'황금의 제국' 드라마의 한 장면.

▲ '황금의 제국'드라마의 한 장면.ⓒ SBS


선과 악의 뚜렷한 경계가 없는 상황, 현실의 대리전이라는 것이 공감의 이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금의 제국>은 많은 시청자들에게서 의외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비록 시청률은 이제 막 10%를 넘겼을 뿐이지만, 온·오프라인의 반응을 보자면 상당한 몰입도를 자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서로를 배신하고, 배신당하는 이야기가 무에 그리 재미있는 것일까. 수조, 수천억의 돈이 하릴없이 오가고, 회사들이 무슨 장난감처럼 다뤄지고 있는 판국이며, 그 와중에 희생당하는 민초들의 삶은 보이지도 않는데 말이다. 과연 이 드라마의 어떤 점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들에는 드라마 속 물고물리는 공방전이 바로 우리들 현실의 대리전일 수 있다는 점이 포함될 것이다. 또한 나날이 심화돼가는 물신숭배 풍조 속의 우리네 삶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 또한 그렇다.

걱정되는 것은, 비록 드라마 속의 일일 뿐이라지만 재벌들의 속내에도 인간적인 면이 있음을 부각시켜 그들의 행위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게다가 그들의 횡포의 희생양이었던 장태주 또한 그 도박판으로 뛰어들면서 너나 나나 결국 다를 바 없다는 결론이 도출될까 하는 점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황금의 제국>은 그러한 문제를 떠나, 바로 인간의 본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각 캐릭터의 성향과 각 상황에서의 유불리는 그저 드라마의 '재미있는' 곁가지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보다 큰 틀에서 이 드라마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하겠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성찰 또한 포함해서다.

1990년부터 2010년, 그 격동과 비극의 20년을 다룬 <황금의 제국>은 여러 면에서 무척이나 매력적인 드라마다. 인물들이 선과 악의 정해진 길을 따라 순항하는 것만이 아니어서, 그리고 그들의 삶과 사건들이 매우 드라마틱하다는 점에서 말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인물이 우리의 뒤통수를 때리게 될까. 멋진 반전의 연속,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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