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황금의 제국>의 최서윤(이요원 분).

SBS <황금의 제국>의 최서윤(이요원 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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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가 어떻고, 지주회사가 어떻고 하는 딱딱한 얘기 일색이다. 기업인들 간의 암투와 거대 그룹의 집안싸움에 말랑말랑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의 분위기는 늘 묵직하고 진지하며 장엄하기까지 하다. 간간히 유머로 기름칠을 해도 좋으련만, <황금의 제국>은 그런 쓸데없는 포장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어제 방송된 <황금의 제국> 7회 역시 최동성(박근형 분) 회장의 뒤를 이어 누가 기업의 우두머리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 핵심 줄거리였다. 성진그룹의 회장 자리를 두고 최서윤(이요원 분)과 최민재(손현주 분), 최원재(엄효섭 분)에 최성재(이현진 분)까지 가세해 혈투를 벌이는 내용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최민재와 최원재를 중심으로 한 형제의 난을 최서윤이 혼자서 막아내야 하는 형국이었다.

기업 경영에 관한 전문용어들이 나오고, 대기업 총수들이나 만져볼 수 있는 금액들로 베팅을 하는 내용이 주가 되다 보면, 시청자들은 자칫 어렵고 딱딱하다는 이유로 지루해할 수도 있고, 급이 다른 사람들의 싸움에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서로 내가 더 많이 먹겠다고 덤벼드는 몸부림이 뭐가 그리 재미나는 이야기가 될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황금의 제국>은 서민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세상을 그리되, 들여다볼수록 몰입을 할 수 있게끔 이런 저런 장치를 마련했고, 그들의 너저분한 암투를 보여줌으로써 욕심의 끝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스스로 반문하게 했다. <황금의 제국>이 던지는 메시지는,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단호하고 강렬하며 거침없이 달려 뇌리에 박힌다.

'황금의 제국' 내 권력 다툼, 얼마나 처연한가

 <황금의 제국>의 최동성(박근형 분)

<황금의 제국>의 최동성(박근형 분)ⓒ SBS


최서윤은 온 가족을 불러 모아 놓고 마지막으로 회유작전을 펼친다. 어린 시절 키우던 강아지 이야기까지 꺼내면서 자신의 뜻에 따라 기업을 살려보자고 호소한다. 하지만 그녀의 언니와 형부, 큰 오빠는 모두 최서윤을 회장 자리에 올려놓는 것을 거부할뿐더러, 자신들이 더 많은 계열사를 확보하고 더 많은 것들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언니는 눈물까지 흘리고, 형부는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최원재는 곧 자신이 회장이 될 것임을 믿기에 최서윤의 회유가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새 어머니 한정희(김미숙 분)는 무서운 복수의 칼날을 감추고는 최서윤 편에 서는 척을 한다. 최성재도 그의 엄마와 한 통속이다. 이들은 모두 제 각각의 야욕을 품고 있으며, 그 야욕을 굽힐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합의점을 찾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게 되자, 결국 최서윤은 회사로 향하는 아버지 최동성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계획대로 성진시멘트를 지주회사로 세운다는 공표를 하자고 말한다. 회사에서는 또 한 명의 복병 최민재가 임원들을 소집하여 자신들의 모든 자산을 투자한 성진건설을 지주회사로 만들려는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물러날 곳 없는 최민재는 최동성의 치매 증세를 사장단에게 폭로했고, 그를 금치산자로 몰아 회장으로서의 자격을 박탈하는 데 열을 올리게 했다.

하지만 최동성은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임원들의 이름과 과거사를 들춰내며 자신의 기억력이 얼마나 또렷하게 살아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로서 최민재 역시 빛 좋은 개살구가 되었다. 반전이 위기를 덮치고, 대립이 통쾌하게 허물어져 버린 순간이었다.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한 최동성은 그 회의를 한 순간에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고, 성진건설이 아닌 성진시멘트가 지주회사가 되는 자리로 뒤엎어버리고 만다.

최서윤이 최동성과 함께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성진시멘트가 지주회사가 되고 성진그룹의 회장에 최서윤의 이름이 새겨지게 된다는 사실에 모든 가족이 기함을 했고, 충격과 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졸지에 모든 형제들은 최서윤의 발 앞에 꿇어 엎드렸고, 그녀의 말 한 마디에 벌벌 떠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같은 형제지만 권력의 유무에 따라 위 아래로 구분되어지는 모습이 처절하면서도 또 잔인해 보이기까지 했다. 

간단히 말하면 보기 흉한 집안내의 권력 다툼이다. 결국 누가 누구의 머리 위에 올라서려 하고, 누가 가장 막강한 권력을 움켜쥐는가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니까. 따지고 보면 최서윤도 선한 역할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최민재가 반드시 악역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어떻게 해서든 권력을 이어받고 싶은 욕심은 이들 모두 마찬가지 아니던가.

어제 <황금의 제국>이 보여줬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은 단순히 극의 긴장감과 반전의 재미를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누가 오른편이고 누가 왼편인가를 말하고자 함도 아니다. '황금의 제국' 안에 살면서 그 황금을 얻고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해 미친 듯이 바동거리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누가 옳고 그르다 할 것 없이 얼마나 처연하고 허무하며 안쓰럽기까지 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기 위함이다.

<황금의 제국>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의 가장 큰 그룹 하나가 떠올려진다. 그 기업도 <황금의 제국>의 성진그룹처럼 집안사람들끼리 암투를 벌였고 전쟁을 치렀으며 끝내 누군가는 목숨을 잃어버려야만 했다. 이 드라마는 마치 그들을 꼬집어내는 듯하다. 현실보다 더욱 리얼하게, 더욱 강렬한 긴장감으로, 더욱 진중한 연기로 말이다. 세상에 이렇게 거침없는 풍자를 완벽하게 그려내는 드라마가 있을까.

'욕심이 장성하여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여 사망을 낳느니라.' 성경에 있는 잠언의 말씀을 생각나게 하는 <황금의 제국>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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