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부천 고려호텔에서 열린 '스크린의 독과점 해소와 다양성 증진을 위한 새 방안'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의석 영진위원장

21일 오후 부천 고려호텔에서 열린 '스크린의 독과점 해소와 다양성 증진을 위한 새 방안'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의석 영진위원장 ⓒ 성하훈


21일 오후 부천영화제 행사의 하나로 열린 '스크린의 독과점 해소와 다양성 증진을 위한 새 방안 포럼'은 여러모로 흥미있는 자리였다. 올해 부천영화제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경쟁부문 진출작으로 선정했고, 주연 배우 중 한 명인 이현우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의 심각성을 고민하는 포럼을 통해 최근 불거진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한 영화인들과 전문가들의 문제의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지난 4월 개봉했던 <아이언맨3>가 최대 1389개의 스크린을 장악하면서 불을 지폈고, 6월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최대 1341개의 스크린을 장악하면서 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부천영화제의 지원 속에 영화평론가협회(회장 민병록 교수) 주최로 열린 21일 포럼에서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한 영화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됐다. 일단 문제의식에 대한 영화계 의견은 비슷하게 보였지만 이를 해소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뚜렷하게 갈렸다.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자율적인 해결을 기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모습이었다.

2006년 <괴물>이 당시 전체 스크린의 40%에 달하는 620개의 스크린을 장악하며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최근 1000개가 훨씬 넘는 스크린을 한 영화가 독식하며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자 법적 제도적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스크린 독점이 영화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국회 차원에서 이를 제한하는 입법도 준비되고 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특정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30%를 점유하지 못하게 하고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에 1개 이상의 대안 상영관을 추진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적 규제보다 배급-상영의 공정경쟁 확보 차원서 해결해야"

동국대 유지나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은 다양성 증진에 대한 부분도 이야기 됐지만 주로 스크린 독과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미국인 제작자 팀 쿽(컨버전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영화저널리스트 패트릭 프레이터('버라이어티' 아시아국장)이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들며 다양성 부분을 강조했다면, 김도학 박사(M&E산업연구소 소장)와 강한섭 서울예대 교수(전 영진위원장)는 스크린 독과점 해소에 대한 방향을 놓고 각기 다른 주장을 펼쳤다.

김도학 박사는 스크린 독과점 실태를 세세하게 언급한 후, 배급-상영부문에서 공정경쟁 확보 차원에서 문제 해결책에 접근했다. 그는 일단 법과 제도를 통한 규제에는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21일 오후 부천 고려호텔에서 영화평론가협회 주최로 열린 '스크린의 독과점 해소와 다양성 증진을 위한 새 방안' 포럼

21일 오후 부천 고려호텔에서 영화평론가협회 주최로 열린 '스크린의 독과점 해소와 다양성 증진을 위한 새 방안' 포럼 ⓒ 성하훈


그는 2010년 이후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하 통합전산망)에서 스크린 점유율 40%를 넘긴 영화가 <트랜스포머3>이외에는 없었고, 30% 이상인 영화는 독과점 논란을 일으켰던 9편의 샘플 중에서 6편으로 연간 10~15편 영화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특정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을 40%로 제한한다고 해도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는 것이 아닌 2~3위 영화들에게 스크린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고, 30% 미만으로 설정할 경우에는 극장들의 영업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제로 인식돼 위헌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시간적 공간적 기준도 명확치 않다고 지적했다. 스크린 비율을 통합전산망으로 할 것인지 전체 스크린으로 할 것이지 모호하고 시간적 범위도 시간대별로 할지 아니면 1일 이나 1주일로 할지에 따라 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효과 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표준계약서 상에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과 위약금과 같은 규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영비법이나 공정거래법 등에 명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관객의 예약 편리와 다양성 영화의 상영기회를 향상시키는 차원에서 예매 시스템의 상영시간표 예고 기간을 현재 2일에서 최대 5일로 늘릴 필요성도 있다"고 주문했다.

강한섭 교수 "영화인들이 대기업 독과점에 동조"

이에 반해 강한섭 교수는 적극적인 법적 규제를 주장했다. 강 교수는 우선 여야 정치권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도리어 영화계가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기업이 영화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자칫 추방당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동반성장협의회에 대해서도 불신감을 나타냈다. 자신이 영화진흥위원장을 맡고 있던 2009년 5월에도 영화계 상생선언이 있었으나 흐지부지 됐다면서 "시장을 지배하는 독과점 대기업이 법률적 강제가 없는 협약을 이행한다는 것은 영화에나 나오는 기적"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다양성 영화관 무비꼴라쥬를 앞세운 CJ-CGV의 행태에 대해서도 매섭게 비판했다. 그는 박찬욱 감독과 심영섭 이동진 평론가 등을 거론하며 이들이 '나는 무비꼴라쥬인'이라는 캠페인에 참여해 자신과 독과점 자본을 동일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과점 자본의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오후 부천 고려호텔에서 열린 '스크린의 독과점 해소와 다양성 증진을 위한 새 방안' 포럼에 발제자로 참여한 강한섭 서울예대 영화과 교수

21일 오후 부천 고려호텔에서 열린 '스크린의 독과점 해소와 다양성 증진을 위한 새 방안' 포럼에 발제자로 참여한 강한섭 서울예대 영화과 교수 ⓒ 성하훈

강 교수는 '자본이 앞세운 5개의 거짓말'이라면서 ▲독과점 규제법이 투자를 위축시켜 영화의 위기를 불러온다거나 ▲미국의 독과점 규제법인 파라마운트 법안이 영화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고 사문화 됐다. ▲스크린 독과점은 문제지만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는 주장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대기업은 위험을 감수하고 영화에 투자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아닌데다 한국영화산업의 자산은 관객이고, 파라마운트 판결로 인해 유럽의 예술영화가 살아나는 기회가 됐고, 한국의 영화산업은 독과점으로 온갖 불공정 행위가 만연한 약탈적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의 입장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이상윤 CJ-CGV 무비꼴라쥬 사업담당 본부장 "CGV의 그간 역할을 기억해 달라"면서 "스크린 독과점이 연상인지 구조인지 들여다 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1등 영화에 관심이 쏠리는 한국적 분위기로 이 같은 특징적 현상이 수익 극대화 전략과 맞물리면서 스크린 독과점이 생겨났다"며 제한하는 것만으로 다양성 영화가 확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CJ-CGV의 다른 관계자는 우스개로 "시장주의자가 언제부터 좌파가 된 건지 모르겠다"면서 "오늘 나온 의견들에 대해서는 귀 기울이려 한다고 말했다. 강한섭 교수는 오래 전부터 영화계의 대표적 시장주의자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강한섭 교수의 스크린 독과점 규제론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강 교수는 지난 2006년 당시 <괴물>이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같은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 그는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법적 규제를 주장했던 당시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과 보조를 맞추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당시 영화계에서는 시장주의자와 사회주의자가 손을 잡았다며 '코아비타숑'이라거나 '신국공합작'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스크린 독과점 해결은 정부의 의지 문제"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방청객으로 있던 조희문 인하대 교수가 강 교수의 입장과 다른 견해를 보이며, 전직 영진위원장들 간의 논쟁을 펼쳐 흥미를 끌기도 했다. 조희문 교수는 강한섭 교수의 뒤를 이어 영진위원장을 역임했는데, 두 사람 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조희문 교수는 "예전에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로 시끄러웠으나 한국 영화의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 정치권의 인위적 개입은 자칫 시장의 개선이 아닌 제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화계와 관객들의 자정능력을 간과하고 있다"면서 "자율적 해결 능력을 무시하는 것 같다"고 강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이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자본이 앞세운 5개의 거짓말' 중 4번째로 언급한 "법 제정이 만능이 아니다.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과 유사하다는 말"로 일축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공통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것으로 "10년~15년 기다리면 영화 제작사들이 질식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비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한 강 교수는 스크린 독과점 해결 방안으로 "스크린 수나 좌석 수를 기준으로 전체 상영의 30%가 넘을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게 상식에 맞고 문화다양성을 살릴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토론자로 나선 박병우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법적인 해결을 하기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표준 상영과 감독, 시나리오 등 따라오는 부분이 너무 많아 다 법으로 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제작사 '영화세상'의 안동규 대표는 "이번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굳이 법이 아닌 대통령령이나 시행령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면서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와 관련해 패트릭 브레이터 '버라이어티' 국장은 "프랑스의 경우 2~3개의 대형 체인점이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보유하고 있으나 예술영화 상영관을 남겨 놓고 있고, 정부에서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면서 "블록버스터 영화를 틀 경우 보조금을 못 받게 되기 때문에 극장 운영자들이 다양성을 추구해 20개 상영관에서 20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영화평론가협회 민병록 회장(동국대 교수)은 "프랑스처럼 한 영화의 좌석 점유율을 30%로 규제하고 보조금 정책을 활용하는 것도 우리 입장에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부천 고려호텔에서 열린 '스크린의 독과점 해소와 다양성 증진을 위한 새 방안' 포럼에서 미국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는 팀 쿽 프로듀서(컨버전스 엔터테인먼트 대표)

21일 오후 부천 고려호텔에서 열린 '스크린의 독과점 해소와 다양성 증진을 위한 새 방안' 포럼에서 미국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는 팀 쿽 프로듀서(컨버전스 엔터테인먼트 대표) ⓒ 성하훈


"미국처럼 슬라이딩 부율 방식 고민할 필요"

'슬라이딩 부율'도 스크린 독과점 해결 방안 중의 하나로 언급됐다. 슬라이딩 부율은 개봉 이후 매주마다 제작사와 극장 간 수입비율을 차등하는 것으로 상영 기간이 길수록 극장이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게 된다. 국내 극장들의 경우 당장 수입이 30% 정도 감소한다는 통계로 인해 국내 극장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팀 쿽 컨버전스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미국의 경우 슬라이딩 부율이 활성화 돼 있다"면서 "미국의 극장 소유자들에게는 영화 상영 권한이 있다면서 제작사의 마케팅 비용이  장기 상영에 있어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다.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 역시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스크린 독과점, 제도적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미국과 같은 변동 슬라이딩 부율 방식을 통한 문제 해결을 제안했다. 그는 "이 같은 방식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칙을 강제로 규제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독과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우리도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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