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센기를 흔드는 수원 삼성 서포터 지난달 1일 수원 블루윙즈와 경남 FC의 경기에서 수원 서포터들이 프로이센기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KBS2 '비바 K리그' 홈페이지 다시보기 캡쳐]

▲ 프로이센기를 흔드는 수원 삼성 서포터 지난달 1일 수원 블루윙즈와 경남 FC의 경기에서 수원 서포터들이 프로이센기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KBS2 '비바 K리그' 홈페이지 다시보기 캡쳐] ⓒ KBS


[기사 수정 : 8월 13일 오후 3시 25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이 말은 다른 국가의 민족뿐만 아니라 민족 스스로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역사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교과 과정의 하나여서가 아니라 역사를 통해 과거에 있었던 좋지 않은 일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이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다"라고 한 말처럼 역사는 과거의 행동을 볼 수 있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

지난달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경남 FC의 경기에서 일부 수원 서포터가 축구장과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깃발을 흔들었다. 검은 십자가 가운데 독수리가 박혀 있고 왼쪽 상단에 프랑스 삼색기를 배경으로 수원 삼성의 엠블럼이 새겨진 깃발이다. 

 이 깃발은 독일을 지배했던 프로이센에서 1871년부터 1918년까지 사용됐던 프로이센 전투군기다.

이 깃발은 독일을 지배했던 프로이센에서 1871년부터 1918년까지 사용됐던 프로이센 전투군기다.


이 깃발은 독일을 지배했던 프로이센에서 1871년부터 1918년까지 사용됐던 프로이센 전투군기다. 이는 1867년 만들어진 '프로이센 해군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깃발로 프로이센 해군, 체펠린 비행선과 중국 의화단 사건 진압 등 프로이센 군에서 널리 사용됐다. 깃발은 1918년 1차 세계 대전 패배로 프로이센의 후신인 독일 제2제국이 패망할 때까지 쓰였으며 독일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사용돼왔다.

 1900년 중국 의화단 사건 진압에 참여한 프로이센군이 프로이센 전투군기를 흔드는 모습이 그려진 칼 뢰흘링(Carl Rochling 1855-1920)이 그린 작품 'The Germans to the front!'

1900년 중국 의화단 사건 진압에 참여한 프로이센군이 프로이센 전투군기를 흔드는 모습이 그려진 칼 뢰흘링(Carl Rochling 1855-1920)이 그린 작품 'The Germans to the front!' ⓒ wiki commons


 1917년 체펠린 비행선을 띄운 기념으로 프로이센 전투군기를 보이고 있는 프로이센 군인

1917년 체펠린 비행선을 띄운 기념으로 프로이센 전투군기를 보이고 있는 프로이센 군인 ⓒ wiki commons

프로이센은 폴란드, 아프리카 토고, 카메룬, 탄자니아, 나미비아, 기타 섬들을 식민지배했다. 1871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 승리해 독일 제2제국을 선포했고, 1차 세계 대전의 패전국이기도 하다. 깃발 가운데 있는 독수리는 프로이센 독수리 문양이다. 또, 제3제국을 선언한 나치의 지지자들이 정부 집권 이전에 과거 독일의 영광 재현을 외치며 사용했고, 나치는 공식적으로 이 깃발에 '하켄크로이츠'를 변형시켜 새로운 깃발을 만들었다.

축구장에서 제국주의 상징을 쓴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지만 여기서 놀랄 만한 점은 깃발 왼쪽 상단에 그려진 수원 삼성을 상징하는 청백적 삼색기다. 수원 삼성 엠블럼 뒤의 밑배경은 파랑, 하양, 빨강으로 구성된 청백적 삼색기인데 이는 가운데의 팀 엠블럼을 빼면 프랑스 국기의 배경과 일치한다. 또 수원 삼성의 엠블럼은 청백적 방패 모양으로 멀리서 보면 프랑스 국기로 보인다. 이 깃발에는 프로이센기 안에 프랑스 국기가 들어 있는 것이다.

1871년, 프랑스는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프로이센에게 패하며 베르사유 궁전에서 독일 제2제국이 선포되고 프랑크푸르트 조약에 의해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했던 아픈 역사를 겪었다. 이 깃발은 자칫 프랑스인에게 프로이센을 상징하는 깃발 안에 프랑스가 들어가 있어 "프랑스는 프로이센의 식민지"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인이 이 깃발을 본다면 좋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욱일기를 사용하고 있는 우라와 레즈 서포터 2013 J리그 시미즈 S-펄스와 우라와 레즈의 경기에서 우라와 레즈 서포터들이 욱일기를 내걸고 있다.

▲ 욱일기를 사용하고 있는 우라와 레즈 서포터 2013 J리그 시미즈 S-펄스와 우라와 레즈의 경기에서 우라와 레즈 서포터들이 욱일기를 내걸고 있다. ⓒ 2ch 우라와 레즈 스레드


최근 역사 의식 문제가 부각되면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에 대한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모 대학 단과대 학생회에서 디자인학부에 부탁해 욱일기를 바탕으로 나치 경례를 하고 있는 포스터가 제작되어 큰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또 워게이밍 사가 제작한 '월드 오브 탱크' 게임에 일본군에 욱일기가 등장해 유저들의 항의 서명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축구 경기에서 일본 국가대표팀 또는 일본 J리그팀 서포터들이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한국 축구팬들은 크게 분노하였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의 리그에서 욱일기와 같은 제국주의 상징이 쓰인 것은 크게 인식하지 못 했다. 프랑스 국기가 들어간 이 깃발은 독일의 극우주의자들이나 인종차별단체, 네오 나치도 생각하지 못한 수원팬의 아이디어다. 이 깃발은 수원 삼성 서포터 '프렌테 트리콜로'의 소모임 '청미르'에서 사용하고 있고 다른 수원팬의 증언에 의하면 3년째 사용되어 오고 있다고 한다. 수원은 프렌테 트리콜로라는 연대 아래에 여러 소모임이 있다.

청미르는 6월 1일 수원과 경남의 경기에서 논란이 된 깃발을 사용했고 7월 6일 수원과 울산과의 경기에서 다시 한 번 사용했다. 이에 대해 청미르 측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했으나 인맥과 접근 방법의 한계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6월 1일 수원- 경남 전에 등장한 프로이센기

6월 1일 수원- 경남 전에 등장한 프로이센기 ⓒ 서주훈


청미르가 이런 깃발을 사용한 의도를 알 수는 없다. 그저 멋있는 디자인이여서 흔든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의도가 있든 없었든 프로이센기는 제1차 세계 대전의 전범국인 프로이센이 해군을 비롯해 전투마다 사용한 깃발이며, 나치의 선전 도구로 쓰인 파시즘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욱일기가 비난을 받는 이유 역시 파시즘이 대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독일 사회의 골칫덩어리인 네오 나치가 나치 상징이 금지당하자 그 이전 시대의 깃발, 프로이센 시기의 깃발을 자신들의 상징으로 내걸었는데 이 깃발도 그 중 하나다. 당연히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이 깃발을 공식적으로 거는 서포터는 없다. 또한 미국 유대인 차별 반대 단체인 ADL(Anti-Defamation League)에서는 이 깃발을 '증오의 상징'으로 선정했다.

몰랐다고 해도 이것을 나치를 비롯한 독일 제국주의의 피해자나 프랑스인들이 봤다면 크게 분노할 수도 있다. 프렌테 트리콜로와 청미르 측에서는 프로이센기 사용을 중지해야 하며 지금까지 이 깃발을 사용한 것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다. 단지 팀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왜 파시즘의 상징을 걸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독일에서 나치 깃발인 하켄크로이츠을 비롯해 독일 제국주의 관련 상징물들을 제조, 보관, 반입하는 경우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한국에는 욱일기를 비롯한 제국주의 상징 사용에 대한 처벌이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법으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윤리적 측면에서 제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들의 리그에서 제국주의 상징을 사용하는 것은 역사 의식의 문제다. K리그 연맹 규약집에는 '정치적, 사상적, 종교적인 주의 또는 주장 또는 관념을 표시하거나 또는 연상시키고 혹은 대회의 운영에 지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게시판, 간판, 현수막, 플래카드, 문서, 도면, 인쇄물 등'을 반입 금지 물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원 서포터와 K리그 연맹은 올바른 판단을 하길 바란다.

지난 8일 청미르 측에서 이 기사에 대한 반박문을 발표했다. 이 반박문에 의하면 자신들이 이 깃발을 건 이유는 '독일 절정의 시기'의 기운을 빌려 수원 선수들에게 그 기운을 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수원삼성 서포터 '청미르' 깃발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오마이뉴스>는 지난 7월 13일자 "수원 삼성 경기에 등장한 '프로이센기'...왜?" 기사에서 수원삼성블루윙즈 서포터 모임인 '청미르'가 '프로이센기(제2제국 전투깃발)'을 모티브로 해 응원용으로 제작, 사용 중인 깃발에 대해 보도하면서, "독일에서 나치 깃발인 하켄크로이츠를 비롯해 독일 제국주의 관련 상징물들을 제조, 보관, 반입하는 경우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된다"고 기술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독일 한국대사관을 통하여 독일 정부에 문의한 결과, '청미르'가 사용 중인 깃발의 모티브가 되는 '프로이센기(제2제국 전투깃발)'는 독일 국내법상의 처벌 대상이 아님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청미르가 프렌테 트리콜로의 깃발교체 권고를 지키지 않았다는 부분은 '프로이센기'에 관한 권고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한편, 청미르는 해당깃발은 '나치즘'이나 '제국주의'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순수 응원목적으로 사용하였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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