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구가의 서>의 한 장면. 배우 이성재가 맡은 조관웅(우측)과 윤주만이 맡은 서부관의 모습.

MBC 드라마 <구가의 서>의 한 장면. 배우 이성재가 맡은 조관웅(우측)과 윤주만이 맡은 서부관의 모습. ⓒ mbc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최근 종영한 <구가의 서>에서 이승기와 수지를 그렇게 쫓아다녔던 한 남자가 있었다. 산속이든 들판이든 가리지 않고, 끝내는 수지를 총으로 쏴서 팬들의 뭇매를 맞았던 인물. 그렇다. 바로 조관웅(이성재 분)의 오른팔 서부관이었다.

덥수룩한 수염의 서부관은 그 자체로 보면 충직함과 강인함으로 뭉친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그리고 배우 윤주만은 그런 서부관을 훌륭히 수행해냈다. 2007년 SBS 드라마 <그 여자가 무서워>를 통해 다소 늦은 나이에 데뷔한 윤주만은 이번 캐릭터에 대한 갈망이 그만큼 컸다. 애초에 연출을 맡은 신우철 PD는 그에게 한노 역할을 주었지만, 윤주만의 끈질긴 오디션 의지에 촬영 직전 배역이 바뀌는 기적이 일어난 것.

"신우철 감독님의 <시크릿> <신사의 품격>에도 출연하긴 했지만 이번에 이렇게 불러주실 줄은 몰랐어요. 두 작품 다 오디션을 통해 들어간 경우였는데 이번엔 감독님이 직접 손을 내밀어 주신 거였죠. 크리스마스이브였는데 '뭐하냐? 내일 한번 보자'는 문자에 덜컥 뵀죠. 크리스마스에 말입니다!

한노(박주형 분), 봉출(조재윤 분), 서부관 세 캐릭터를 준비해 갔고 그중에 전 한노를 하게 됐어요. 근데 계속 서부관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당시 대본이 4부까지 나와서 한노로 대본 리딩을 준비했는데 촬영에 임박해서 말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었죠. 저녁 회식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감독님께 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고, 4일 뒤에 전 서부관이 됐어요."

반전이자 절호의 기회였다. 만약 윤주만 그가 그때 말을 꺼내지 않고 한노 역을 수행했다면 우린 그를 <구가의 서> 6회까지만 만났을 것이다. 게다가 한노는 서부관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던가. 서부관이 되기 위해 그는 8kg의 체중감량을 했으며,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드라마 중반엔 <구가의 서> 분장팀이 그를 몹시 아꼈다는 후문이다. 붙일 수염이 절약됐기 때문이리라.

 카메라 안에선 카리스마를 마음껏 발산했으나 현장에선 이렇게 화기애애했다. 배우 이성재가 자신의 오른팔인 윤주만의 사진을 찍고 있다.

카메라 안에선 카리스마를 마음껏 발산했으나 현장에선 이렇게 화기애애했다. 배우 이성재가 자신의 오른팔인 윤주만의 사진을 찍고 있다. ⓒ mbc


이성재와 수지에게 힘 얻다 "즐거웠던 촬영의 기억들"

그렇게 원해서 맡게 된 서부관은 막상 보니, 조관웅과 더불어 참 외로운 캐릭터였다. 악역에다가 그 흔한 로맨스조차 없다. 드라마 팬들 사이에선 이를 두고 '조관웅의 집은 무슨 군대냐? 맨날 남자들만 득실거린다. 그들에게도 짝을 만들어 달라'고 한탄이 나왔을 정도다.

"(웃음) 나쁜 놈들이 여자가 있겠어요? 사실 천수련(정혜영 분)쪽과 로맨스를 나름 생각했는데 아쉽긴 하죠. 하하! 근데 서부관이란 캐릭터는 결국 조관웅을 위해 사는 사람이잖아요. 드라마엔 나오지 않지만 스스로 서부관이란 인물은 어렸을 때 힘들게 살다가 조관웅에게 거둬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악한 캐릭터지만 조관웅은 원하는 대로 삶을 살잖아요. 평생 그를 동경하고 따르겠다는 결심을 한 거죠. 조관웅이 휴지를 걸레라고 해도 믿는 절대복종을 하는 사람이 바로 서부관입니다."

이 와중에 윤주만은 조관웅과 이성재가 참 닮았다는 말을 꺼냈다. 악한 성정만 제외하면 이성재라는 배우에게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가족을 해외에 둔 기러기 아빠로서 혼자 살지만, 자신의 일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윤주만에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배우로서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에요. 예를 들어 4회에서 백년객관에 조관웅이 쳐들어왔던 장면을 한 10시간인가 촬영했는데 성재 형은 자기 분량이 아닌데 상대방의 대사를 하나하나 받아주더라고요. 사실 절반 정도만 받아주고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100% 다 받아주셨어요.

나중에 성재 형이 제게 '지금보다 큰 역할을 맡더라도 배우로서의 마인드는 지키라'고 했어요. 몸소 보여주신 거죠. 사실 영화 <홀리데이> 때부터 동경하던 분이었는데 조금씩 친해지면서 편한 선배가 됐어요."

여기서 수지를 뺄 수 있을까. 서부관의 총에 수지가 맞았을 때 수지의 팬들은 '서부관 킬링 원정대'를 모집하자며 장난스럽게 응수하기도 했었다.

"'내가 정말 죽을 짓을 했군' 생각했죠(웃음). 수지씨는 삼촌 팬의 마음으로 좋아했어요. 팬으로서 그땐 정말 쏘고 싶지 않았습니다(웃음). 수지씨는 항상 파이팅이 넘쳐요. 사실 드라마를 하면서 이런저런 안 좋은 얘기가 들리기 마련인데 수지에겐 그런 이야기가 없었죠. 인사를 그렇게 잘하는 친구는 처음 봤어요. 보조 출연이건 누구건 간에 항상 깍듯이 인사하는 친구예요. 자기 분량이 먼저 끝나는 상황이면 '서부관 오빠! 파이팅!' 이런 말을 던지니 힘이 날 수밖에요(웃음)."

 MBC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서부관 역을 소화한 배우 윤주만.

ⓒ 제이에프 엔터테인먼트


개그맨 부러웠던 윤주만, 배우의 길에 꿈을 두다

올해로 만 서른둘. 그런데 공식적인 연기자 데뷔는 2007년이었다. 배우로서 다소 늦은 데뷔라 할 수 있는데다가 뚜렷한 대표작을 내세우기도 살짝 부족한 감이 있었다. 조급한 마음이 들다가도 윤주만은 스스로 다잡으며 배우의 길을 걷고 있었다.

사실 이 남자. 큰 반전이 있었다. 얼핏 보면 주진모를, 자세히 보면 장동건을 닮은 훤칠한 외모인데 배우가 아닌 개그맨 유망주였다.

"연예계 입문으로 치면 2000년도 잡지 모델부터라고 할 수 있어요. 2003년에 군 제대 연기 권유를 받았는데 그때도 연기자가 꿈은 아니었죠. 사실 저 개그맨에 욕심이 있었습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내내 오락부장을 했어요. 친구랑 있으면 말장난도 잘 칩니다. 의왼가요? 사람들이 날 재미있는 사람으로 기억해주는 게 그렇게 좋았어요.

막상 배우의 길로 들어섰을 땐 일이 잘 안 풀렸던 거 같아요. 주로 영화 오디션을 봤는데 결정한 영화가 중간에 엎어지거나 해서 몇 년간 일을 못했죠. 예전 소속사에 발이 묶이기도 했고요. 그땐 실력도 부족했죠.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습니다.

사실 <구가의 서> 들어가기 전까지 호프집에서 서빙을 하고 있었어요. 주변 배우들을 봐도 이렇게라도 일을 하는 이들이 꽤 있어요. 그래서 전 현장이 그렇게 소중합니다. 현장에 있을 때가 행복해요. 앞으로도 제가 가진 모습을 하나씩 보일 기회를 잡고 싶네요!"

윤주만 서부관 구가의 서 이성재 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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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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