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 최서윤(이요원 분)은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 최동성(박근형 분)을 대신해 회사의 실무를 맡게 됐다.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 최서윤(이요원 분)은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 최동성(박근형 분)을 대신해 회사의 실무를 맡게 됐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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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의 첫 방송을 앞두고 손현주는 제작발표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4회까지만 시청해 달라. 4회까지만 보면 그 다음이 궁금해서 볼 수밖에 없을 거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얘기였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의 선언이었다. 허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4회까지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니, 조금만 참아주길 바란다는 부탁 같은 말이기도 했다.

어제 <황금의 제국> 4회가 방송됐다. 손현주가 말한 최소한의 시청 분량이 끝이 나 버린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손현주의 발언은 틀렸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4회까지 지켜보고 나서 평가를 내릴 필요가 없었다. <황금의 제국>은 첫 회부터 강렬한 시작을 알렸고, 2회부터 이야기가 급변하기 시작했으며, 3회에 이르자 반전에 반전이 소용돌이쳤고, 4회에서 놀라운 사건들이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4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을 만큼 처음부터 궁금증을 증폭시킨, '믿고 보는' 드라마였다는 거다.

물론 4회가 되고 나서야 등장인물들의 처지나 환경, 상황들이 뒤바뀌어 버리는 결정적인 사건들이 터지긴 했다. 최민재(손현주 분)가 성진개발을 살리기 위해서 10년을 간호한 부인을 외면하고 대한은행 은행장 딸과 정략결혼을 한다든지, 장태주(고수 분)가 재개발 입찰 건에 잘못 뛰어들어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다시 원수 같은 최민재와 손을 잡아야 하는 신세가 된다든지 하는 일들 말이다.

최동성(박근형 분)에게 치매가 찾아온 일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였고, 회사 일에서 손을 뗐던 최서윤(이요원 분)이 아버지의 부름으로 다시 회사에 입성하여 오빠인 최원재(엄효섭 분)를 실무에서 배제시키고 본부장 자리에 오른 것도 폭풍전야를 예감케 한 사건이었다. 4회에 접어들면서 캐릭터 간 갈등과 주변 상황들이 보다 입체적이 되어가고 있다. 탁월한 연출력이 작품 전반에 걸쳐 촘촘하게 메워지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회를 거듭할수록 잘 만든 드라마라는 수식어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황금의 제국>.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다소 빡빡한 듯 쉼 없이 돌아가는 전개 속도라든가, 잠시의 여유를 느끼게 하는 희화적 캐릭터의 부재 등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하지만 돈과 권력 앞에서 철저하게 무너져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하는 명확한 주제의식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한, 이 드라마는 수작의 정도를 걸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트라이앵글 대립구도 완성 위해 필요한 건?

다만 한 가지, 최서윤을 연기하는 이요원이 아직까지도 캐릭터에 온전히 흡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손현주의 연기는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고수도 우려의 목소리를 잠식시킬 만큼의 연기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는 중이다. 이 둘의 대립구도는 언제나 입술을 바짝바짝 마르게 하고,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황금의 제국>의 주연은 트라이앵글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고수와 손현주 외에 한 명이 더 있다는 얘기다. 그 나머지 한 명이 바로 이요원이다. 하지만 그녀는 4회가 끝난 지금까지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트라이앵글 구도에서 오직 이요원만이 궤도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하다.

4회에서 최서윤은 오빠인 최원재를 사장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최동성 회장의 오른팔, 아니 성진그룹의 실세를 거머쥔 일인자로 등극했다. 그녀의 적은 이제 한 둘이 아니다. 졸지에 그녀는 최원재의 화살 과녁이 됐고, 또 다시 최민재와의 물고 뜯는 싸움을 벌여야 하는 파이터가 됐으며, 장태주와의 장외경기도 치러야 하는 여전사가 됐다.

치열한 두뇌싸움이 그녀 앞에 놓여 있으며, 반전에 반전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최서윤처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가 있을까. 가족, 친척간의 암투는 물론이거니와 장태주와의 비즈니스 게임, 거기에 나중에는 그와의 로맨스도 그럴듯하게 그려나가야만 하는 인물이다. 갈수록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으며, 그럼으로써 이를 연기하는 이요원의 어깨는 갑절로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요원의 표정은 여전히 처연하고, 입모양은 오물거린다. 그녀가 출연했던 전작들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감정연기며, 저절로 오버랩이 되는 눈물연기다. 가끔씩 그녀는 로맨스 드라마에서나 어울릴 법한 연기로 최서윤을 그려내기도 한다. 장태주와의 로맨스는 아직은 아득히 먼 이야기인데 말이다.

<황금의 제국>에서의 최서윤은 윤설희(장신영 분)보다도 냉혹한 이미지를 표출해내야만 한다. 극 중 여자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비범하고 당차며 야멸차야 한다. 하지만 이요원이 연기하는 최서윤은 눈에는 독기와 강렬한 의지가 부족하다. 아직도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여리고 참한 성진그룹의 딸내미일 뿐이다.

이요원은 <선덕여왕>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미실 역의 고현정에게 다소 가려졌고, <마의>에서도 여자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이 약했던 전력이 있다. 캐릭터에 대한 인지와 그에 걸맞은 연기를 잡아내지 못하면 <황금의 제국>의 최서윤도 이요원이 연기했던 전작들의 캐릭터와 비등한 수준으로 머무를 수 있다.

최서윤의 비중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황금의 제국>은 고수와 손현주 투톱의 대결이 아니라 이요원까지 합세한 삼파전 구도다. 이요원은 이미 짐작했던 이 시험을 결코 어려워해서는 안 된다. 감당할 수 없는 위태로운 시험으로 생각하면 풀기가 더 어려워진다.

바꿔 생각해보면 이는 자신이 써보지 않은 가면을 쓰고 신나게 가면놀이를 즐길 수 있는 멍석이기도 하다. <황금의 제국> 5회에서부터는 최민재와 장태주의 카리스마와 겨루기를 같이하는 최서윤의 모습을 봤으면 싶다. 그래야만 최적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을 테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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