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최수형 ‘두 도시 이야기’ 최수형

▲ ‘두 도시 이야기’ 최수형 ‘두 도시 이야기’ 최수형 ⓒ BOM코리아


배우 하정우처럼 무대 위에서 마초 기질이 풀풀 넘치는 배우들이 몇 있다. 뮤지컬 무대에 서고 있는 배우 최수형이 그 중 한 명이다. 뮤지컬 <삼총사>와 <아이다>에서 칼을 끼고 살던 최수형은 <두 도시 이야기>를 통해 부드러움이 넘치는 남자 찰스 다네이를 연기하고 있었다. 나름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셈. 최근 한창 열연 중인 최수형을 만났다.

- 획기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남성성이 강조되는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부드러운 남성을 연기해야 한다.

"평소 강한 이미지의 역할만 맡아왔기에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점도 있었다. 찰스 다니엘 역할은 일종의 연기 변신이 아닌가 싶다. 부드러움 가운데 남성미가 잠재하는 인물이다. 폭군인 삼촌에게 대들고, 귀족 신분을 모두 버리고 떠날 정도로 남자다운 면이 있으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순수한 인물이다. 저 역시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부드러운 면도 많다. 집에서 막내로 자란지라 어머니에게 애교도 떨 정도로 부드러운 남자다.

저를 라다메스 장군처럼 남성적인 이미지로 바라보는 분들이 많다. 한데 그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최수형이 찰스 다네이에 잘 어울릴까' 하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태생이 장군감이다' 같은 고정된 이미지로 굳어지는 건 바라지 않는다. 고정된 이미지 하나만으로 연기하기 보다는 다양한 배역을 맡아보고픈 욕심이 있다. 어떤 팬이 보면 저는 천생 장군 역할이 딱 맞겠지만 다른 팬이 보면 의외로 로맨틱한 역할에 적격으로 볼 수도 있다.

앞으론 웃기는 역할에도 도전하고 싶다. <두 도시 이야기> 배우들 가운데서 제일 웃기다고 자부하고 싶을 정도다. 전에 했던 <아이다>도 슬프고, <두 도시 이야기>도 슬픈 작품이기에 차기작은 밝은 작품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남성적인 배역만 계속 제의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야수 같은 남성미와 로맨스가 겸비된 남성미는 다르다고 본다.

<아이다>의 라다메스 장군은 그야말로 남자 그 자체다. 상남자다. 하지만 장군이라는 외모 안에는 아이다를 위해 헌신한 수 있는 로맨스 요소도 있다. <두 도시 이야기>의 찰스 다네이는 라다메스와는 정반대의 남자다. 어릴 적부터 귀족이라 귀하게만 자라고 여린 감성을 가졌지만 그 안에는 남성미를 가진 남자다. 이런 차이점을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니 동서양의 차이 및 시간 차이가 많이 나는 작품이다. 정서적인 간극을 극복하는 데 있어 힘들지 않았는가.

"당시 프랑스를 상상과 자료로만 되새겨야만 하니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찰스 디킨스 원작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료를 뒤지면 뒤질수록 가슴에 와 닿는 게 많았다. 당시 프랑스 혁명은 수많은 피 위에 세워진 혁명이었다.

이런 걸 볼 때 <두 도시 이야기>는 혁명보다는 사랑에 방점을 두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들어 고전의 위대함을 새삼 느낀다. 고전이라는 것이 각 시대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게 최대 매력이 아닌가 싶다."

- 뮤지컬의 이야기와 소설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소설에서는 찰스 다네이가 영국에서 프랑스로 돌아올 때 프랑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상황을 잘 몰랐다. 프랑스로 돌아갈 당시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게 아니라 도리어 귀족이라는 신분을 밝히더라도 죽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프랑스 땅을 밟는다.

하지만 프랑스 땅을 밟는 순간부터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봐닫는다. 만약에 찰스 다네이가 조국인 프랑스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만 했더라도 프랑스로 되돌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프랑스가 얼마나 심각하게 돌아가는가를 모른 채 '빨리 다녀와야지' 하는 찰스 다네이의 소설 속 심정을 두드러지게 표현했다면 어떨까 싶다.

또한 찰스와 루시의 사랑은 운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찰스가 감옥에서 감옥으로 이동할 때 아주 잠깐 동안 눈만 살짝 돌려 밖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소설에서 묘사된다. 그 말을 들은 루시는 찰스의 시야가 닿는 곳에서 하루에 몇 시간 동안 서 있는다.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찰스가 자신을 보는지 못 보는지도 모르지만 기회만 닿으면 자신을 봐달라는 처지에서 몇 날 며칠을 서 있는 장면을 읽으면 가슴 한편이 아프다. 공연을 본 다음에 소설을 읽는다면 섬세한 원작의 참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도시 이야기’ 최수형 ‘두 도시 이야기’ 최수형

▲ ‘두 도시 이야기’ 최수형 ‘두 도시 이야기’ 최수형 ⓒ BOM코리아


- 찰스 다네이의 사랑은 어떤 사랑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2막에는 찰스 다네이가 생명을 담보로 프랑스에 가야만 하는 절박감이 서려 있다. 그럼에도 찰스는 프랑스로 발길을 옮긴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면서까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강조되는 인물이다. 이타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그뿐만이 아니다. 루시는 술에 떡이 된 시드니 칼튼에게 무척이나 잘 대해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제가 찰스의 입장이라면 사랑하는 여자가 나 말고 다른 남자에게 잘해주는 것에 질투를 느낄 것이다. 하지만 찰스는 시드니에게도 잘 해주는 예쁘게 보았다고 소설은 묘사한다. 자신의 신념이 확고한 남자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걸 다 바칠 수 있는 지고지순한 남자다."

- 팬들이 최수형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목소리가 아닐까. 사실 스스로의 목소리를 잘 모르지 않는가. 팬들에게 목소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큰누나가 성악을 전공했다. 둘째 누나는 선생님이지만 교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어머니를 비롯해서 외가 쪽과 삼촌들이 한결같이 목소리가 좋다."

- 최수형이 연기하는 찰스 다네이란.

"여린 감성을 가진 남자면서 사랑 앞에서는 지고지순한 남자다. 하지만 없는 사람에게 몹쓸 짓을 일삼는 양심이 마비된 삼촌과 같은 사람에게 대들 수 있는 남자다움도 있다. 이런 그를 많이 사랑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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