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번즈 지난 15일. 평택 소사벌 레포츠타운에서 펼쳐진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자선 경기 중 인천의 번즈가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번즈 지난 15일. 평택 소사벌 레포츠타운에서 펼쳐진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자선 경기 중 인천의 번즈가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 이상민


요즘 인천 유나이티드 축구팬 사이에 이 선수의 이야기가 빠지질 않는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호주 청년' 나단 번즈이다. 나단 번즈는 지난 2012년 허정무 전임 감독이 적극적인 영입의사를 타진하여 데려온 호주 국적의 미드필더로, 호주 A-리그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에서 데뷔한 후 그리스 리그 AEK 아테네로 팀을 옮겨 프로통산 119경기에 나서서 23득점 27어시스트를 기록했던 호주 축구계에서 각광받는 유망주 출신이다.

구단은 정말 공을 들여 그를 영입했다. 많은 수의 인천 팬 역시도 괜찮은 스탯을 지니고 있던 번즈에게 큰 기대를 했다. 하지만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번즈는 시즌 초반 부상을 당해 한 시즌을 통째로 재활에 집중하며 팬들에게 모습을 선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번즈는 먹튀 논란에 휩싸이며 팬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히고 말았다.

2013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구성에 대해 김봉길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가 기나 긴 토의를 거쳤다. 자연스럽게 번즈의 거취 문제도 논의되었다. 의견이 분분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간 뒤 번즈가 비록 경기에 나서서 보여준 것은 없지만, 분명히 좋은 능력은 가지고 있는 선수인 것은 분명하니까 한 번 더 믿어보자는 의견으로 정리되었다. 그렇게 번즈는 인천에 잔류하게 되었다.

동계 훈련 과정도 나쁘지 않았다. 번즈는 괌에서 진행된 1차 동계 전지훈련에서 가벼운 몸놀림으로 팀 동료와 함께 훈련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괌에서의 1차 동계 훈련을 마친 인천 선수단은 국내로 들어와 곧바로 전라남도 목포축구센터에서 2차 동계 훈련을 시작하였다. 순탄대로로 잘 나아가던 번즈에 대한 기대가 여기서 또다시 장애물에 걸리고 만다.

괌에서 멀쩡하게 훈련을 잘 받고 돌아와 목포에서 훈련을 이어가던 번즈가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 속에서 다소 무리를 하다가 그만 무릎 연골 부상이 재발하고 만 것이다. 결국, 번즈는 2차 동계 훈련 목포 캠프에서 단 하루 만에 중도 하차했다. 이후 번즈는 곧바로 인천으로 이동해 구단 지정 병원에서 다시 처음부터 재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또다시 찾아온 번즈의 부상 소식에 김봉길 감독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동계 훈련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번즈는 결국 올 시즌 역시 전력 외 선수로 구분되어 2군 선수들과 함께 기본기를 다지는 운동을 하는 데 집중했다. 김봉길 감독은 재활 트레이너를 통해 번즈에 대해 매일 보고를 받고, 직접 두 눈으로 몸 상태를 확인했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그렇게 번즈는 모든 이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듯 했다.

지난 15일, 인천과 제주의 자선 경기가 펼쳐진 평택 소사벌 레포츠타운 주경기장에 번즈가 나타났다. 번즈는 2012년 4월 11일 광주와의 홈경기에 출전한 이후 무려 431일 만에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모처럼만에 들려온 번즈의 출전 소식에 인천 팬을 비롯해 많은 K리그 팬들이 들썩였다. 번즈는 이날 경기에서 하프타임에 교체 투입되어 왼쪽 윙어로 45분간 그라운드를 누비었다. 많은 이들의 주목이 번즈에게 쏠렸다.

오랜 시간 경기에 나서지 못해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걱정과 달리 번즈는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며 아주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이날 경기 MVP가 번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맹활약이었다.

주변 동료와 함께 만드는 유기적인 플레이는 기본이고,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 그리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까지 완벽했다. 특히 이선에서 침투하여 상대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는 날렵한 움직임은 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실제로 이날 번즈는 1골을 기록한 데 그치지 않고, 골키퍼와 1대 1 기회를 두 번이나 만들었으며 종료 직전에는 멋진 오른발 슈팅으로 크로스바를 강타하기도 했다.

경기 후 김봉길 감독도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봉길 감독은 "비록 경기는 졌지만 양 팀 선수들 최선을 다하는 좋은 경기로 평택 시민에게 좋은 볼거리를 선사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뒤 "특히 오랜만에 경기에 나선 번즈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점이 고무적이다. 아직 번즈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경기 감각만 조금 더 끌어 올리면 후반기에 분명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번즈의 복귀에 만족해했다.

한편, 인천과 제주의 자선경기는 멀티골을 터트린 강수일의 활약에 힘입어 제주가 4-3 승리를 거두었다.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최종예선으로 인해 부여된 약 1개월 간의 휴식기가 서서히 마무리되고 있다. 인천은 오는 23일 수요일 성남과의 홈경기를 시작으로 후반기를 출발하게 된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번즈가 인천의 후반기 드높은 비상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