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포스터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포스터 ⓒ (주)MCMC

<은밀하게 위대하게> 1000개가 넘는 스크린을 장악하면서 한 영화의 과도한 스크린 독점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5일 937개관으로 출발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다음날인 6일 1,194개로 확대됐고, 주말인 8일에는 1,341개관까지 올라갔다. 평일인 10일에는 하락했으나 여전히 1,000개 넘는 스크린을 차지했다. 상영횟수 역시 5천회~6천회를 넘나들며 최대 1천회에 불과한 다른 영화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누르고 있다.

이에 지난 4월 개봉한 <아이언맨3>가 개봉하면서 불거진 스크린 독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언맨3>는 개봉 초기 최대 1381개의 스크린에 일일 상영 횟수가 6천~7천회를 기록하며 관객몰이를 했으나, 1천개의 넘는 스크린 점유에 대한 영화계의 우려와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국회의원이 과도한 스크린 점유를 제한하기 준비하고 있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외국 영화에 이은 한국 영화의 스크린 독점이 할리우드 영화의 길닦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광희 평론가는 최근 블로그와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한국영화 최초로 1천 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했음을 축하한다"며 "올 여름에 나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1,500개 정도 확보할 길을 열어주셨군요. 한국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개척 만세!"라고 비꼬았다.

또 "2006년 <괴물>이 사상 최다 스크린인 700개 상영관을 확보했을 때 메이저 배급사들은 한국영화 잘 되자고 하는 짓이라며 스크린 독점 논란을 반박했지만 이듬해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가 900개 스크린을 확보해 당시 사상 최다 스크린 기록을 경신했다"면서 한국 메이저 배급사들이 스크린 독과점의 쇄빙선 역할로 길을 뚫으면 할리우드가 그 길로 무혈 입성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 놓고도 이들은 '우리도 피해자'라고 한다"면서 "개가 웃을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노리개>의 최승호 감독 역시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대박 흥행이 혹시라도 <아이언맨3>가 촉발시켰던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희석시켜버린다면 딱히 경사만은 아닌 것 같다"며, 상영관 독점에 불편함을 나타냈다.

영화를 관람한 일부 관객들도 "영화관에 갔더니 11개 중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7개관에서 상영하고 있더라", "하나의 천만영화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많은 영화들이 안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고 제물이 되야하는 현실"이라며 스크린 독과점이 심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영화 <마이 라띠마>의 한 장면. 주연을 맡은 배우 박지수와 배수빈

영화 <마이 라띠마>의 한 장면. 주연을 맡은 배우 박지수와 배수빈 ⓒ (주)유무비


지난 6일 개봉한 <마이 라띠마>의 배우 박지수씨는 스크린 독점으로 다른 영화들이 치이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상업영화의 공세에 가로막힌 저예산 독립영화의 힘든 현실을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박지수 씨는 15일 SNS에 올린 글을 통해 "<마이 라띠마>는 '스타트렉', '은밀하게' 같은 영화들 처럼 홍보와 스크린 장악할 돈과 힘이 없다. 보고싶은데 집 근처 극장에 없거나 있어도 황금시간대는 없어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 상업적으로 돈이 될, 단 몇개의 영화들이 90%를 장악하고 나머지 10%를 수십개의 진중한 영화들이 옹기종기 모여 밑에서 박터지게 싸우고 있다"고 푸념했다.

또한 "영화들이 비슷한 상황이라도 놓여져 인기와 관객수를 운운해야 이해가 가는것이 당연지사인데, 달라질 가능성이 없다"면서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극장 갔더니 하는 영화가 ㅇㅇㅇ 랑 ㅁㅁㅁ 밖에 없던데 그 영화들이 몇 백만 몇 천만 되는건 계획된 일 아닌가?"라며 일부 영화들의 과도한 독점에 서운함을 나타냈다.

그는 "그나마 관객들의 입소문에 희망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며 "그것이 버스나 극장 tv 인터넷 등에서 얼마든지 홍보를 통해 보도자료를 뿌리는 것을 꿈꾸는 우리 같은 영화의 홍보 방법이다. 우리는 돈으로 관객을 살 수 없으니까"라고 덧붙여, 대규모 물량공세로 스크린과 관객을 독점하는 일부 영화와 배급사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원승환 전 독립영화배급센터 소장은 "전체 상영 시장의 97%를 주류영화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과연 '영화'가 관객에게 걸고 싶은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자 문제제기"라며 박지수 씨의 입장에 공감을 나타내고, "편견의 벽은 상상 이상으로 높고 독점 시장은 영화를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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