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다크니스> 영화 스틸

▲ <스타트렉 다크니스> 영화 스틸 ⓒ 파라마운트 픽쳐스,CJ 엔터테인먼트


* 이 기사엔 영화 내용의 일부가 담겨있습니다

<스타워즈>의 등장, 그리고 <스타트렉>의 시작

이견이 있을 순 있겠지만 할리우드 영화사의 SF 장르는 <스타워즈>(1977) 이전과 이후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시각적 혁명이나, 규모 면에서 <스타워즈>가 영화 산업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먼 옛날 머나먼 은하계에서...(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라는 대사를 시작으로 펼쳐진 영웅들의 멋진 모험담. 이렇게 <스타워즈>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SF 장르로 자리를 굳혔다.

<스타워즈>의 대성공에 힘입어서였을까. 이미 1966년부터 1969년까지 인기 TV 시리즈로 사랑받았음에도 이상하리만치 지지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던 <스타트렉>의 극장판도 1979년에 이르러 뒤늦게 엔터프라이즈호의 엔진에 발동을 걸었다.

<스타워즈>가 4편(1977), 5편(1980), 6편(1983)으로 3부작의 짧은 여행을 마치는 동안에 "우주, 마지막으로 개척해야 할 곳(Space, The Final Frontier)"(영화 대사 중 일부)을 찾아 나선 <스타트렉>은 2002년에 공개된 열 번째 극장판 <스타트렉:네메시스>까지 훨씬 긴 여정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중의 사랑을 잃어버리면서 엔터프라이즈의 엔진은 멈췄다.

2000년대에 <스타워즈>가 1편(1999), 2편(2002), 3편(2005)으로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가는 동안 <스타트렉>은 숨죽이고 있었다. 첫 번째 극장판이 개봉한 지 정확히 30년이 지난 2009년, <스타트렉>은 J.J.에이브럼스라는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고 <스타트렉:더 비기닝>으로 다시금 힘차게 발진한다.

<스타트렉 다크니스> 영화 포스터

▲ <스타트렉 다크니스> 영화 포스터 ⓒ 파라마운트 픽쳐스,CJ 엔터테인먼트


<레이더스>의 영향을 받은 <스타트렉 다크니스>

<로스트> <앨리어스> 등의 TV 드라마를 제작하여 대성공을 거두고, <미션 임파서블 3>으로 멋지게 감독으로 데뷔했던 J.J.에이브럼스. 그에게도 일명 '트렉키'라 불리는 열혈 팬들을 거느린 <스타트렉>의 새로운 극장판은 난제였다. 팬들을 위한 영화로 진행할지, 아니면 더 많은 대중을 위한 영화로 나아갈지를 결정짓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숙제였다.

<스타트렉:더 비기닝>은 기존의 TV 시리즈를 참고하되, 인물들의 과거로 떠나는 '리부트'로 가닥을 잡았다. 새롭게 인물을 구축하면서, <스타트렉>의 요소들을 설명하는 방식을 취했다. <스타트렉:더 비기닝>은 <스타트렉>과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평행 시간대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스타트렉:더 비기닝>이 새로운 항해의 닻을 올렸다면,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본격적인 모험담의 첫 번째 장이다.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신비로운 행성 '나비루'가 눈앞에 펼쳐진다. 강렬한 붉은색이 눈길을 끄는 나비루에서 원시 종족을 피해 도망치는 커크(크리스 파인 분)의 모습은 영락없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이더스>(1982)에 등장하는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 분)다.

오프닝 장면에서 연상되는 <레이더스>는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전체 이야기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엄청난 능력을 지닌 칸(베니딕트 컴버배치 분)을 깨워 힘을 차지하려는 제독의 행동은 <레이더스>에서 독일군이 손에 넣고 싶어 했던 성궤 습득 과정과 유사하다. 통제할 수 없는 힘이 불행을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칸과 성궤는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칸과 성궤는 현대 사회의 '핵무기'로 치환도 가능하다.

<스타트렉 다크니스> 영화 스틸

▲ <스타트렉 다크니스> 영화 스틸 ⓒ 파라마운트 픽쳐스,CJ 엔터테인먼트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서 엿보이는 9.11의 징후

<스타트렉:더 비기닝>에서 중요한 설정은 커크와 스팍(재커리 퀸토 분)의 만남이지만, 그들의 만남 뒤엔 아버지와의 화해 과정이 존재했다. 자신을 희생하며 영웅이 되었던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고 싶었던 커크, 지구인 어머니와 결혼했던 벌칸족 아버지 탓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스팍. <스타트렉:더 비기닝>은 결국 아버지를 이해하고 화해하게 되는 아들의 이야기다.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통제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인 '칸'을 통해 선악의 모호함을 다룬다. 동시에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조명한다.

스타플릿의 더욱 강력한 힘을 위해 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제독(피터 웰러 분)과 종족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칸. 그들의 싸움에서 명확하게 선악을 구별 짓기는 어렵다. 단순히 각자의 처지에서 주장하는 명분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것은 미국의 현실적인 입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나아가 스타플릿 본부를 향해 우주선을 들이받은 칸의 행동을 현실과 연결하면 <스타트렉 다크니스>가 9.11 사건을 비유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J.J.에이브럼스는 자신이 제작했던 영화 <클로버필드>로 9.11 사건을 장르적으로 재현했던 바가 있다. <아이언맨 3> <오블리비언> <우주전쟁> <해프닝> 등과 마찬가지로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미국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불안과 공포를 슬며시 건드리고 있다.

커크와 스팍의 관계는 불안과 공포에 대한 해답이다. 이들의 관계는 이전의 <스타트렉> 시리즈부터 다루어진 백인과 유색인종의 유대였고,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한 걸음 더 전진하여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표현한다.

친구를 살리기 위해선 어떤 희생도 치른다는, 그러기에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는 커크는 감성과 본능을 대변한다. 그리고 항상 냉정하게 판단했기에 피도 눈물도 없다는 인상을 주는 스팍은 논리와 이성을 상징한다. 이 두 사람의 조화는 '강력한 힘'을 바라봄에 필요한 균형어린 시각을 암시한다.

<스타트렉 다크니스> 영화 스틸

▲ <스타트렉 다크니스> 영화 스틸 ⓒ 파라마운트 픽쳐스,CJ 엔터테인먼트


양손에 <스타워즈>와 <스타트렉>을 거머쥔 J.J.에이브럼스

1950~1960년대의 SF를 보았던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같은 세대가 1970~1980년대에 그것에 응답했듯, 1970~1980년대의 SF를 보았던 세대였던 J.J.에이브럼스 역시 자신만의 답을 쓰고 있다. 이것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더 문> <소스 코드>의 던칸 존스, <오블리비언> <트론:새로운 시작>의 조셉 코신스키, <엘리시움> <디스트릭트 9>의 닐 블롬캠프 감독도 마찬가지다.

특히 J.J.에이브럼스는 시각 효과만을 앞세워 점점 퇴색하는 SF 장르가 회복해야 할 이야기의 가치를 알고 있다. 게다가 <슈퍼 8>에서 보여주었듯 상상력에다 향수를 녹여낼 수 있는 능력도 겸비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후계자로 조지 루카스가 선택한 제다이도 J.J.에이브럼스였다.

양손에 SF 영화의 두 걸작 <스타워즈>와 <스타트렉>을 거머쥔 J.J.에이브럼스가 어떻게 광선 검을 휘두르며, 엔터프라이즈호를 몰고 갈지 흥미롭게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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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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