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다시 문을 연 인디스페이스 개관식 때의 모습

2012년 다시 문을 연 인디스페이스 개관식 때의 모습ⓒ 시네마달


"임대료를 못내 운영진이 궁핍해 지는 일이 없게 해 주시고..." 

1년 전 극장이 다시 문을 열던 날 고사상 앞에서 안정숙 관장은 간절한 마음으로 이렇게 염원했다. 주위에서 웃음소리가 나오기는 했으나, 다행히 그 정성이 깊었던 듯 임대료를 못 내거나 운영진이 궁핍해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수익을 기대할 정도도 아니지만 지난 1년 동안 독립영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한 이 극장의 존재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워낭소리>의 흥행을 터뜨렸던 저력은 <두 개의 문>을 통해 명불허전임을 입증하며, 독립영화 만세의 신화를 일궈냈다. 재개관 후 4만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고, 110석의 작은 극장은 짧은 시간 안에 옛 명성을 되찾았다.

명불허전 명성 입증하며 독립영화 중심으로 우뚝

광화문 민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29일로 재개관 1주년을 맞는다. '독립자존'을 외치며 2년 5개월 만에 다시 간판을 올린 인디스페이스는 거대 자본이나 공적 지원 없이 오직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힘으로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극장이다. 의자 뒤에 붙은 좌석기부자 명단이 상징하듯,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정성이 인디스페이스에 스며있다.

인디스페이스는 재개관 1년을 맞으며 한국독립영화의 가장 대표적인 공간으로 입지를 굳혔다. <워낭소리>와 <똥파리> 이후 주목받는 흥행작을 찾기 힘들었던 독립영화는 인디스페이스 재개관과 함께 잇단 흥행작이 나오며, 상영관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입소문에 의해 관객들이 늘어나는 특성상 개봉 초기 최소 2주간 안정적인 상영기회를 보장한 것이 주효했다. 한국독립영화의 흥행은 인디스페이스가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지원이 끊기고, 극장을 잃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던 한국독립영화는 인디스페이스가 다시 문을 연 이후 새롭게 도약하는 모습이다.

 인디스페이스 좌석 뒤에 붙여진 좌석 기부자 명단

인디스페이스 좌석 뒤에 붙여진 좌석 기부자 명단ⓒ 성하훈


최근 흥행한 <두 개의 문>과 <지슬>은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두 개의 문>은 인디스페이스에서만 1만이 넘는 관객이 관람할 만큼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이 인디스페이스로 몰렸다. <지슬>은 배우 강수연씨와 명필름 심재명 대표 등이 인디스페이스의 좌석을 구입해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영화의 흥행을 도왔다.

독립영화 중심상영관으로 부상하면서 인디스페이스를 찾는 정치인이나 관료들도 늘어나 여러 화제 거리를 나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독립영화 관람을 위해 극장을 찾았고, 지난해 대선과정에서는 일부 예비주자들이 관객들과 소통하는 장소로 이용했다.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의원 모임' 창립식도 인디스페이스서 열렸을 만큼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

이에 반해 반인권적 행동으로 지탄을 받았던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두 개의 문>을 관람하기 위해 인디스페이스를 찾았다가 관객들에 쫓겨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단순한 하나의 극장이 아닌 독립영화전용관으로 상징성이 큰 극장의 의미를 간과한 탓이었다.

독립영화 발전위해 독립영화전용관 정책적 지원 늘려야

재개관 1년을 맞으며 인디스페이스가 안고 있는 과제는 안정적 운영이다. 독립영화의 여건 상 관람료 수입만으로는 극장을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개관 하던 날 안정숙 관장이 궁핍해지는 일이 없게 해 달라고 간절히 염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기도 하다.

인디스페이스 박현지 홍보팀장은 지난 1년에 대해 "흑자가 난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 적자가 크지 않았다"면서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서는 후원회원이 더 늘어나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원회원들이 인디스페이스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지만, 독립영화 발전을 위해 영화진흥위원회가 독립영화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목소리다. 해외영화제에서 한국 독립영화들의 성과를 내고 있는 마당에 이들 작품들이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재개관 1주년을 맞는 인디스페이스가 29일 특별상영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재개관 1주년을 맞는 인디스페이스가 29일 특별상영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인디스페이스


인디스페이스는 재개관 1주년을 맞아, 29일 6편의 영화를 특별상영 한다. <백야><지슬><가족의 나라> 등 그간 상영작들 중 인디스페이스 스태프들이 추천하는 작품들이다. 이날 하루동안 관람료를 5천 원으로 낮췄고, 후원회원들은 무료로 볼 수 있다.

안정숙 관장은 1주년을 맞는 감회에 대해 "광화문에 우리들의 극장이 문을 연 지난 1년은 한국독립영화의 작은 기적이었다"며 "뿌리내리는 몸살을 하면서도 한국독립영화는 꽃들을 피웠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크고 튼실한 열매들을 맺을 수 있도록 열심히 가꾸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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