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서울행정법원에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제한상영가 취소 행정소송을 청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영화인들

2012년 11월 서울행정법원에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제한상영가 취소 행정소송을 청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영화인들 ⓒ 한국독립영화협회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 행정소송 승리는, 영등위 소송 중 첫 승리 사례이기에 의미있고, 정치 풍자와 표현의 자유를 지켰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제한상영가 철폐의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상물등급위윈회(이하 영등위)의 무분별한 제한상영가 등급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행정법원은 10일 곡사필름이 영등위를 상대로 제기한 자가당착에 대한 제한상영가 등급분류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쪽 손을 들어줬다. <자가당착>의 승소 소식에 김곡 김선 감독은 SNS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지킨 것이 뿌듯하다"며 판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김곡 김선 감독의 곡사필름이 제작한 <자가당착>은 대해 2011년 6월과  2012년 9월에 두 차례에 걸쳐 심의와 재심의를 신청했으나 영등위는 모두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렸다. 이에 대해 감독과 영화계는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는 어이없는 태도로 풍자를 통해 한국 사회를 조롱하고 비판하고자 했던 작품의 의도가 봉쇄됐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지난해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었다. 2010년에 만들어진 <자가당착>은 촛불집회, 용산참사, 4대강사업 등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사건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는 영화다.

당시 영등위는 제한상영가 결정 이유에 대해 "신체훼손과 잔혹한 묘사 등 과도한 폭력성이 매우 직접적,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현저히 훼손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라며 "<자가당착>의 등급분류 결정은 우리 위원회 등급분류 기준과 규정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영등위 쪽은 또한 소송과정에서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나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인권을 말살한다면 범죄에 가깝다"며 "정치적 풍자역시 공감을 받아야 하나 이 영화는 풍자보단 살의를 품고 덤비는 살인무기처럼 영상표현이 되었고, 누구나 알 수 있는 특정정치인 혹은 국가원수에 의한 살인적 시도를 하고 있어 제한상영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상의 내용 및 표현 기법에 있어 비윤리적 반사회적 반국가적 표현이 있어 국민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서 제한상영으로만 상영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영등위는 제한상영, 영진위는 예술영화 지정…'자가당착'

 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의 한 장면

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의 한 장면 ⓒ 곡사필름


하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영화가 현실정치를 비판하려 한 것일 뿐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영화를 관람한 성인들이 영화의 정치적·미학적 입장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도록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영등위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해외 영화제 상영과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술영화로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일반 영화관에서 관람하지 못하게 한 결정은 과도한 규제"라고 덧붙였다. 일반 영화상영관에서 이 영화를 관람하지 못하게 한 것은 과도한 규제이고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자가당착은 2012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공식 상영됐고, 영진위는 지난 1월 <자가당착>을 예술영화로 인정했다.

김곡 김선 감독은 "영등위가 항소할 것으로 보여 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박근혜 목을 자르건 엉덩이를 움켜쥐건 그건 관객들이 호불호를 판단할 것이다. 영등위가 과잉충성하며 검열할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서 제한상영 등급을 받은 오는 6월 일본에서 상영되는데, 일본에서는 학생들까지 본다."며 영등위의 과도한 등급 결정을 꼬집었다.

영등위의 제한상영가 등급결정은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국내에 제한상영전용관이 없는 상태에서 제한상영 등급은 상영 불가와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들도 번번이 영등위의 심의에 막히면서,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에 대해 영등위 쪽은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심의했고, 영화계 일부와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정치적 고려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영등위 심의위원을 역임했던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청소년불가 판정이 내려진 작품들은 성인들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데, 영등위 심의위원들이 성인들도 못 보게 판단하는 것은 웃긴 일이다. 등급 심의 기준을 개선해 제한상영가 기준을 없애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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