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번방의 선물> 스틸컷

영화 <7번방의 선물> 스틸컷 ⓒ (주)화인웍스 , (주)CL엔터테인먼트


6살 지능을 가진 한 아빠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서도 딸만 찾는다. (영화 <7번방의 선물>) 또 다른 아빠 역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다가, 아파하는 딸을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도망자가 된다. (KBS 2TV <천명: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 그런가 하면 어떤 아빠는 아내가 기억 상실로 자신과 딸을 기억하지 못하자, 홀로 딸을 보듬고 살며 가족의 재건을 위해 나선다. (SBS <출생의 비밀>)

반면 한 엄마는 자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거짓으로 파산 선고를 한다. 자신의 돈만 믿고 제멋대로 살았던 자식들이 제 발로 사회에 나설 수 있게 돕기 위해서다. (SBS <원더풀 마마>) 또 다른 엄마는 끔찍하게 아끼는 딸이 괴한에게 성폭행 당하자 끈질긴 추적 끝에 범인을 잡고야 만다. (영화 <공정사회>) 아들과 맞지 않는 며느리를 떼어내기 위해 폭행은 물론, 정신병원에 가두는 악행까지 불사하는 엄마도 있다. (MBC <백년의 유산>)

2013년 대중문화 속 아버지와 어머니가 달라지고 있다. 엄격한 유교 문화를 기반으로 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그간 '정상'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동시에 강력한 권한을 가졌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보좌하며 자애롭게 가정의 질서를 유지해 가는 어머니였다. 그러나 최근 대중에 선보인 영화와 드라마에선 이 같은 위계가 전복된 모습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엄격한 아버지들? 이제는 자상한 아버지들!

 SBS <출생의 비밀>에 출연 중인 배우 유준상

SBS <출생의 비밀>에 출연 중인 배우 유준상 ⓒ SBS


2013년, 대중문화 속 도드라진 코드는 단연 '부성애'다. 2013년 첫 천만 영화였던 <7번방의 선물> 속 용구(류승룡 분)는 어떤 상황에서도 딸을 위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3월 종영한 KBS 2TV <내 딸 서영이>는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부정하는 딸을 끝까지 이해하는 아버지의 부성으로 안방극장을 평정했다.

이후로도 아버지의 고군분투는 계속됐다. 최근 개봉한 영화 <전설의 주먹>, KBS 2TV <천명: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나 SBS <출생의 비밀> 역시 공통적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인 MBC <일밤-아빠! 어디가?>는 각양각색의 아버지상을 등장시키면서도, 공통적으로 자식을 향한 그들의 사랑을 부각시키면서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대중문화 속 부성애가 '강인한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종종 가부장제 속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도망자가 되거나, 애초에 무능력했거나, 생각지 못한 곳에서 허점을 노출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자식을 향한 이들의 사랑은 매우 헌신적이며, 그 표현 방식 또한 한층 부드러워졌다.

최근 대중문화 속 아버지를 일컫는 말 중 종종 사용되는 것은 바로 '딸바보'(혹은 '아들바보')다.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하고 헌신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뜻하는 말이다. 이 말은 최근의 부성애 코드가 기존 가부장적 질서를 회복하는 일에 동원되지만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 준다.

자애로운 어머니 대신 진취적인 어머니들 부각돼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 중 한 장면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 중 한 장면 ⓒ MBC


이러한 가운데 TV와 스크린 속 어머니의 모습은 반대급부로 강해지고 있다. 자애롭고 따뜻한 어머니 대신,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어머니의 모습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 <공정사회> 속 엄마(장영남 분)는 끈질긴 추격 끝에 딸에게 몹쓸 짓을 한 범인을 잡는 철의 여인으로 그려졌다. 개봉을 앞둔 영화 <몽타주>에서도 자식을 잃게 한 범인을 추적하는 유경(엄정화 분)이 등장한다.

또한 최근 대중문화 속 어머니는 '가장'이었던 아버지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가장의 역할을 대리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MBC <금 나와라, 뚝딱!> 속 윤심덕(최명길 분)은 남편이 실직한 상태에서 보석매장 매니저로 일하며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실질적 가장이다. SBS <원더풀 마마>에는 아예 한부모 가정이 등장하고, 그 가정을 책임지는 윤복희(배종옥 분)는 사채업자로 온갖 일을 겪어내며 억척같이 3남매를 키워낸다.

진취성이 지나쳐 '막장'에 가까운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실현시키려는 어머니도 있다. MBC <백년의 유산> 속 방영숙(박원숙 분)은 '아들을 위해'라는 명분 아래 며느리를 '쇼핑'하듯 갈아치우려 한다.

MBC <오자룡이 간다>의 이기자(이휘향 분)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아들을 대기업 대표에 앉히려 하고, 이 과정에서 아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악행에 가담한다. 방법이 옳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들 역시 가족과 자식에 대한 사랑을 동인으로 행동한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어머니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를 두고 대중문화평론가 정석희는 "현실적이 되어가는 것 같다"며 "실제 요즘 가정에서도 어머니들이 더 강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러한 현실이 (작품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선영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IMF 당시에도 국가의 어려움을 가족을 중심으로 은유해 공동체의 힘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최근 역시 경제 불황과 외교적 불안 등 위기가 복합적으로 다층적으로 오다 보니 다시 한 번 가족을 중심으로 뭉쳐 보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선영 평론가는 "아버지 같은 경우엔 팍팍한 삶 속에서 가족을 돌아보는 모습을 보이고, 실제로 경제의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는 어머니들의 경우 더 강한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60~70년대에도 강한 어머니상이 드라마에 많이 나왔는데, 그런 경향이 현재에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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