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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방영된 KBS 2TV <직장의 신>의 한 장면

30일 방영된 KBS 2TV <직장의 신>의 한 장면 ⓒ KBS


KBS 2TV <직장의 신> 속 고정도 과장(김기천 분)은 그의 말처럼 고장 난 지가 한참 된 시계와 같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지금, 회사에서 왕년의 영업왕 고과장이 할 일은 없다. 신문을 보거나, 잡담을 늘어놓거나, 코를 골며 낮잠을 자거나…. 어찌 보면 고과장에게 닥친 위기는 회사의 효율성으로만 따지자면 오히려 늦게 찾아온 일일지도 모르겠다.

황갑득 부장(김응수 분)이 마케팅 영업 지원부 직원들을 불러놓고 고과장에 대한 평을 내려달라 했을 때, 미스 김(김혜수 분)은 냉혹하게 '짐짝 같은 분'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컴퓨터와 외국어 능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무실에서 고과장은 영어 근무 평가서 답안을 구걸해야 할 정도로 무능력한 사람이다.

하지만 고과장도 한때는 재래시장 골목길을 훤히 꿰고, 하루에 몇 건의 거래를 성사시켰던 능력 있는 인물이었다. 30일 방영된 <직장의 신>은 권고사직 위기에 봉착한 고과장이 과거 그의 영업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위기를 넘기고 막내딸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직장에 머무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에피소드가 방영되었다.

'직장의 신', 형식적인 질문에만 그치지 않는다

 KBS 2TV <직장의 신>의 미스김(김혜수 분).

KBS 2TV <직장의 신>의 미스김(김혜수 분). ⓒ KBS


감동적인 이야기였지만, 고과장의 복귀는 그저 드라마 속 이야기로 끝내버리기엔 많은 질문을 던진다. 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이제는 쓸모없어져버린 수기와 스크랩에 의존한 과거의 능력이 정말 쓸모가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직장의 신>의 후배 직원들처럼 선배의 28년을 소중하게 감싸 안을 만큼의 마음의 여유를 지니고 있을까? 추억은 아름답지만, 그 추억을 흘려버리지 않고 오늘에 되살려 우리의 것으로 품을 만큼 지금은 넉넉한 세상인가?

<직장의 신>은 묘한 드라마다. 도식적으로 비정규직의 고통을 들이대는 것만 같았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인간'의 이름으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자꾸 자꾸 질문을 던진다. 능률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소외시키지 않고, 모두가 조금씩 물러나 손을 잡고 갈 수 있겠냐는 질문을 던져온다. 그리고 '이렇게 해보면 다함께 갈 수도 있지 않겠냐'고, 살그머니 해답을 던져 주기도 한다. 당신은 <직장의 신>이 제시하는 해법에 동의하는가?

사실 답은 간단치 않다. 고과장이 비정규직의 네 배에 달하는 임금을 받으며 한량처럼 시간을 보내는 동안, '고과장님은 좋은 분'이라고 말한 정주리(정유미 분)는 몇 번의 해고 위기를 맞을 테니까. 그래도 고과장님은 선배라고, 장기 근속자라고 박수를 받으며 두둑한 퇴직금을 챙길 때, 수많은 '미스 김'들은 하루아침에 그저 '통보'만으로 일자리를 잃을 테니까. 고과장님의 행복을 기뻐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미스 김'들의 행복도 함께 도모되어야만 하지 않을까?

기업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법이 조만간 통과된다고 한다. 그 법의 통과를 다 같이 기뻐하며 박수를 치기 위해서는, 2·30대의 비정규직 젊은이들에게도 햇빛이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고과장도, 미스 김도, 정주리도 모두 행복해질 수는 없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게재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직장의 신 김기천 김혜수 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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