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여의도 팝콘팩토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화이트 베리 팝콘(왼쪽)과 더블 초콜릿 팝콘(오른쪽)

CGV 여의도 팝콘팩토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화이트 베리 팝콘(왼쪽)과 더블 초콜릿 팝콘(오른쪽) ⓒ CJ CGV


가수 케이윌은 꽃잎을 가리켜 '팝콘 같다'고 노래했지만, 세상엔 '꽃잎 같은 팝콘'도 있다. 팝콘이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천만에. 딸기가 씹히는 화이트 초콜릿 팝콘도 있고, 진한 치즈 맛의 치즈 팝콘도 있다. 이것저것 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칼로리에 민감한 당신을 위해 기름과 소금을 쏙 뺀 팝콘도 준비했다. CGV 여의도의 '팝콘 팩토리'에서는 이 모든 팝콘을 만나볼 수 있다.

'팝콘 팩토리'의 메뉴를 개발한 사람은 CJ CGV F&B사업팀의 이홍철 과장이다. 프랑스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를 졸업하고 호텔, 제빵업체 등을 거쳐 이곳에 둥지를 튼 이홍철 과장은 "값싼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팝콘을 어떻게 하면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팝콘 팩토리'를 론칭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재료는 팝콘이지만, 캐러멜 소스를 만들고 초콜릿을 입히는 모든 과정은 디저트를 만드는 것과 같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음식에 관심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국외를 오가는 이들과 유학생 등이 많아지면서 눈높이와 만족치가 높아졌죠. 조금 가격이 비싸더라도 더 좋은 제품을 원해요. 2년 전부터 이런 팝콘을 만들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먹어보라'고 나눠줬어요. 처음엔 '이게 뭐냐'고 혼났죠. 그래서 일부러 대표님이나 임원분들이 지나갈 때 더 나눠드렸어요. 이후 대표님이 '맛있다. 해봐' 하셨습니다."

 CJ CGV F&B 개발팀 이홍철 과장

팝콘에 캐러멜 소스를 뿌리는 CJ CGV F&B사업팀 이홍철 과장 ⓒ CJ CGV


'팝콘 팩토리'에서 캐러멜 팝콘 한 통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정도. 초콜릿 팝콘은 1시간 정도 걸린다.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양은 10인분에 불과하다. 냄비에 설탕과 버터, 생크림을 넣고 캐러멜 소스를 만든 뒤, 튀긴 팝콘에 코팅해 냉각시켜 굳히는 게 기본 공정이다. 이홍철 과장은 "실제 조리하는 데 들어가는 재료도 쇼콜라티에나 제과점에서 쓰는 것과 같은 재료"라고 설명했다.

팝콘뿐만 아니라 핫도그, 피자도 이홍철 과장의 손을 거쳤다. 핫도그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소시지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지게 하려고 굽는 대신 데치는 조리법을 택했다. 잘 먹지도 않던 핫도그를 1년 내내 하루에 30~40개씩 먹고 토하고 다시 먹었고, 맛있다는 핫도그 집이 있는 곳이라면 가까이 사는 사람을 어떻게든 찾아내 음식을 공수했다. 개발 과정의 끝에는 새로운 메뉴도 남았지만 높은 혈당치와 중성지방 수치도 남았다.

 CJ CGV가 선보이는 핫도그. 위부터 스파이시 할라피뇨 핫도그, 칠리 핫도그, 화이트 갈릭 핫도그

CJ CGV가 선보이는 핫도그. 위부터 스파이시 할라피뇨 핫도그, 칠리 핫도그, 화이트 갈릭 핫도그 ⓒ CJ CGV


영화관 팝콘의 비밀 "식감은 살리되 소리는 줄여야"

영화관 분위기를 내기 위해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팝콘이라지만, 영화관에서 파는 그 팝콘에는 숨겨진 비밀도 있다. 갓 튀긴 것 같은 바삭한 식감이 살아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씹는 소리까지 커서는 안 된다. 영화를 보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홍철 과장은 "영화관 음식은 패키지(포장지)도 중요하다. 소리가 많이 나거나 유리병 재질 같은 위험한 것은 지양하고 있다"면서 "냄새도 그리 심하지 않은 음식을 개발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건강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시잖아요. 요즘 제가 개발하는 것은 건강을 해치지 않는 팝콘입니다. 튀긴 음식이라 걱정하시는데, 오일을 사용하지 않아서 칼로리가 그렇게 높지는 않아요. 이제는 단순히 오일 사용량만 줄이는 게 아니라 우려까지 해소해서 먹는 사람이 걱정하지 않고 먹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사실 외부에서 바라보시는 것만큼 첨가물이 들어가진 않아요. 방부제는 아예 안 넣고, 색소도 거의 안 넣죠. 집에서 만드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요. 만든 지 2시간이 지나면 다 버리고요."

 CJ CGV F&B 개발팀 이홍철 과장

ⓒ CJ CGV


"나 역시 팝콘을 개발하고 튀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미소 지은 이홍철 과장은 "힘들 때도 있지만, 보람도 있다"고 했다. 100개에 달하는 극장 매점에서 그의 레시피대로 팝콘을 튀기고 핫도그를 만든다. 0.1g의 작은 오차라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이홍철 과장은 "그래도 예전보다 대중적인 취향을 고려하고 새로운 면을 보는 것 같아서 재밌다"면서 "SNS를 통해 '그 팝콘 맛있더라'라는 글이 올라오면 정말 뿌듯하기도 하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영화관 찾는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행복' 되길"

경영학을 전공하던 대학생이 요리사가 되기까지. 혹자는 그의 행보를 신기해한다. 드라마 <호텔리어>를 보고 막연하게 꿈을 키웠다는 이홍철 과장은 "취미가 요리였다"면서 "순진한 생각에 멋있게 살 줄 알고 요리학교에 가겠다고 했는데, 현실은 조금 다르더라"고 싱긋 웃었다. 미래에 대한 고민 끝에 대학교를 자퇴하고 프랑스로 향했던 그. 프랑스어는 한마디도 몰랐던 그에게 그때부터 '생존'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사실 프랑스에서도 영어가 통할 줄 알았어요.(웃음) 하지만 공항을 딱 벗어나니까 아무것도 안 되더라고요. 살기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었죠, 여행용 책자 하나를 사서 남프랑스 쪽으로 가 3개월 동안 어학연수를 한 뒤 파리로 왔습니다. 힘들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좋은 분들,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오히려 프랑스에서 편하게 지냈어요. '우리 아빠 명의의 아파트가 있으니 와서 살라'던 친구도 있었는걸요."

 CJ CGV F&B 개발팀 이홍철 과장

ⓒ CJ CGV


아직도 현장에서 근무하는 선후배와 동료를 보노라면 요리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치열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다시 (요리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

이홍철 과장은 "미련은 있지만 지금은 내가 가는 길에 충실하려고 한다"면서 "요리사로 일할 때도 변형하거나 뒤트는 것을 좋아했다. 한식을 프랑스 요리로 변형하는 등의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틈틈이 적어두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는 한 통에 2~30만 원 하는 팝콘도 있어요. 우리나라의 한과 같은 개념이죠.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행복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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