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주인공 박선우 역의 이진욱은 이 드라마의 중심축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 '나인' 주인공 박선우 역의 이진욱은 이 드라마의 중심축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 tvN


tvN의 20부작 월화드라마 <나인>이 연일 화제다. 현재 15회에 이른 이 드라마는 현재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공중파의 어느 드라마에 견주어도 화제성과 작품성 등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는 <나인>은 주인공들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엇갈리는 운명에 놓인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등으로 탄탄하게 스토리를 엮어가고 있다. 한시도 틈을 주지 않는 극의 전개는 극의 몰입을 강하게 이끌어내고 있다.

<나인>에서는 아홉 개의 '향'을 타임머신 삼아 시간여행을 한다. 주인공 박선우(이진욱 분)는 형 박정우(전노민 분)의 과거 잘못된 선택을 설득하려 20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이미 저질러진 여러 일들로 인해 실패로 돌아가고, 그로 인해 현재의 일까지 혼란스럽게 얽혀버려 모든 이에게 고통의 시간이 들이닥치고 만다.

선명한 극본, 뛰어난 연출, 기막힌 연기까지 삼박자

그물망처럼 짜인 극본, 시청자들을 시간여행 속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연출, 그리고 주인공들의 연기. <나인>은 최근 보기 드문 수작이라 일컬을 수 있을만한 여러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 드라마의 긴박감은 타임머신으로 사용되는 아홉 개의 향이 태워지면서 만들어지는데, 그 향들은 순차적으로 태워지지 않고 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이 사라졌다 다시 발견되기도 하고, 그 시간차는 주인공들의 삶에 안타까움과 절망 등을 더한다. 

모든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주인공 이진욱은 <나인>을 보다 훌륭한 작품으로 이끌고 있는 일등공신이다. 1981년생인 이 배우는 통한의 가족사를 극복해보려는 박선우 역을 심도 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는 낮지만 분명한 목소리와 섬세한 표정으로 시간여행을 통한 사랑과 가족애 사이에서의 갈등, 부모형제가 차례로 망가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비극의 중심인물을 훌륭히 연기해내고 있다.   

주인공들이 겪는 일들을 통한 삶의 통찰

 tvN 월화드라마 <나인>의 장면들.

tvN 월화드라마 <나인>의 장면들. ⓒ CJ E'&M


작품에서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그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것은 제작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발견될 수도 있고, 관객들 또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일 수도 있다.

드라마 <나인>의 뛰어난 점은 그 통찰을 드러내는 방법에 있다. 가르치려는 대사나 연기 등을 통해서가 아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주인공들의 안타까운 삶에서 자연스레 녹아 나오고 있는 것.

시간을 거슬러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갈 수 있다면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아니, 단지 되돌아가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여러 부분들을 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시간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행복과 불행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될까? 드라마 <나인>은 그것에 의문을 던짐과 동시에 우리들에게 그 열쇠를 찾으라고 말하고 있다.

운명을 결정했던 몇 번의 중요한 선택, 박선우와 박정우는 그것을 뒤바꾸려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러나 그들을 둘러싸고 얽혀있는 무수한 관계들은 사건이 발생된 시점부터 그 유기적 흐름을 멈추지 않고 있어 그 시도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나인>은 삶에서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통찰해 내고 있다.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일들이 진화해 나가는 방향은 순간순간의 선택이 좌우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의 삶이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 일방통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방향에 따라 끝없이 진화해 나갈 수도, 퇴보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안간힘, 그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통해 미래를 제시하고 있는 통찰의 드라마, <나인>은 이제 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앞으로 남은 5부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TVN 나인 이진욱 전노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