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 사상 최초의 외국인 '심청' 팡 멩잉(Fang Mengying, 솔리스트)

유니버설발레단 사상 최초의 외국인 '심청' 팡 멩잉(Fang Mengying, 솔리스트)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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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창작발레 <심청>에 첫 외국인 주연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유니버설 발레단 솔리스트 발레리나 팡 멩잉(23, 중국)이다.

팡 멩잉의 이력은 흥미롭다. 우선, 중국 북경무도학원(베이징댄스아카데미) 출신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북경무도학원은 장쯔이, 빅토리아 등의 스타를 배출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0살 때, 3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북경무도학원에 합격하며 10명의 영재 중 한명으로 선발됐다.

16살이 되던 해인 2006년, 팡 멩잉은 북경 국제 발레콩쿠르 1등을 차지하며 발레계의 신성으로 등장했다. 자연스레 중국 발레계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졸업반인 17살 때 뜻밖의 선택을 했다. 중국에 남는 대신, 한국으로 가는 도전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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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외동딸의 타국 생활을 반대했다. 하지만 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팡 멩잉은 '최고의 발레리나'가 되는 꿈 하나를 안고 2007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했다. 어린 나이에 겪은 타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 긴 시간을 외로움과 싸웠다. 부상과도 맞서야 했다.

그럼에도 그 긴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꿈을 향한 연습과 열정이었다. 팡 멩잉은 가녀린 발레리나였지만, 강철 같은 열정으로 꿈을 향해 전진했다. 그렇게 6년의 시간이 흐른 2013년 봄, 마침내 그의 꿈은 이루어졌다. 2013년 4월 <백조의호수> 주연과 5월 <심청>의 주연을 연이어 맡으며 한국 발레계의 별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5월 9일부터 12일까지 국립극장(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심청>의 주연을 맡은 것은 발레계의 큰 화젯거리였다. 1986년 <심청>의 국립극장 초연 이후, 27년 만에 첫 '외국인 심청'의 탄생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발레계의 라이징스타 팡 멩잉을 만났다. 꿈을 찾아 국경을 건너온 발레리나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27년 만에 첫 외국인 주연 "심청 할 수 있어 기쁘다"

 발레리나 팡 멩잉이 연습에 한창이다.

발레리나 팡 멩잉이 연습에 한창이다. ⓒ 곽진성


26일 오후 1시 30분 서울시 광진구의 유니버설발레단, 팡멩잉은 <심청> 연습에 한창이었다. 문훈숙 단장의 조언에 따라,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며 팡 멩잉이 펼치는 섬세한 연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팡 멩잉의 연습은 장장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어느덧 오후 3시 40분, 리허설 연습을 마친 발레리나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긴 연습에 고단할 법도 하건만, 인터뷰에 응하는 그는 밝게 웃었다. 27년만의 첫 외국인 심청, 첫인상은 유화했다. 자연스럽게 첫 질문으로 <심청> 주연을 맡은 소감을 물었다.

- 외국인 무용수 최초로 <심청> 주연을 맡았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심청>의 주역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심청>은 아주 순수한 클래식 발레이기 때문이에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리허설 중에 있습니다.

- <심청>은 한국의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인데요. 혹시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요. 작품으로 만난 심청은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을 하나요?
"심청은 효심이 지극할 뿐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강하고, 책임감 있는 딸이잖아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바치고요. 그 희생과 용기를 더욱 와 닿도록 표현하려고 연기적인 면에서 연구 중이에요."

"최고의 댄서가 되기 위해, 외로움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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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 멩잉은 '심청'의 특징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다. 봉사 아버지를 생각하는 딸의 효심, 그런 효심이 빚은 기적이 주요 줄거리인 <심청>. 한국 생활 6년째인 그 역시 가족 생각이 간절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질문은 팡멩잉 발레리나의 유년시절과 그녀의 가족 이야기로 넘어갔다.

- 유년시절 이야기를 잠시 꺼내 볼게요. 고향은? 그리고 처음부터 꿈이 발레리나였는지도 궁금합니다.
"제 고향은 중국 허난성(자오쭤시) 입니다. 제 어릴 적 꿈은 원래 피아니스트였어요. 발레 음악을 공부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나 춤을 접하고 나서 꿈이 바뀌었습니다. 음악과 몸을 함께 느낄 수 있어 행복했고 아주 좋았어요. 아름답기까지 하고요. 그래서 전 춤추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춤이 제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기 위해 계속 노력중이고요."

- 처음 발레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몸이 약해서 부모님이 발레를 시키셨어요. 계속 발레를 하면서 베이징 댄스 아카데미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발레를 시작했죠. 처음 발레를 봤을 때, 정말 아름답고 우아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름다운 춤을 청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선 정말 많은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죠. 제가 처음 토슈즈를 신고 섰을 때의 그 흥분과 행복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 중국 북경무도학원에서의 생활은 어땠는지요?
"제가 베이징댄스아카데미에 입학시험을 보러 갔을 때 부모님과 선생님이 매우 떨고 계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제가 합격했을 땐, 너무 기뻐서 일주일 내내 계속 웃고 다녔던 것 같아요. 7년간의 배움의 시간은 정말 힘들고 가끔 매일 매일의 트레이닝이 지루하기도 했지만 스스로 극복하려고 조력했어요. 최고의 댄서가 되기 위해선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 한국에 활동하기로 결정했을 때,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의 반대가 많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으로의 도전을 택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발레단에 입단하기 전 한국에 대한 느낌과 한국 발레에 대한 생각은요?
"제 생각에 한국의 발레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고 세계적인 대회에서 수상하는 댄서들도 많았었어요. 저는 한국이 좋아서 한국에 오기로 했고 좋은 환경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부모님에게 제 공연을 보여드리고파"

ⓒ 곽진성


16살, 팡 멩잉은 국제 발레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6년 로잔 무용 콩쿠르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올랐고, 2006년 북경 국제 발레콩쿠르에서는 영예의 1등을 차지했다. 자연스레 중국내 발레단의 캐스팅 제의가 이어졌지만 팡 멩잉은 시선을 중국 밖으로 돌렸다. 2007년 팡멩잉은 유니버설발레단 유병현 감독의 입단을 권유받고 홀연히 한국행을 택했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한국이 좋았고, 한국의 발레가 좋았기 때문이다.

팡 멩잉은 유니버설발레단에서 <군무>(2007)부터 시작해 2013년 마침내 주연의 자리에 섰다. 특히 외국인이 주연을 맡은 건 <심청> 공연 이래 처음 있는 일. 자연히 팡 멩잉의 마음은 기대로 가득하다. 지금 그에게는 한가지 꿈이 있다. 중국에 계신 부모님을 초대해 자신의 공연을 보여드리는 일이다.

- (발레이외의) 취미가 있나요?
"취미 생활을 할 만한 시간이 사실 충분하진 않아요. TV 드라마를 즐겨보고 음악을 많이 들어요. 한국드라마도 보고, 중국드라마도 보고요. 예전에 <옥탑방 왕세자>를 재밌게 봤어요. (웃음)"

- 한국생활 6년째로 알고 있어요. 지금 본인에게 한국은 어떤 느낌을 지닌 공간인가요? 한국생활의 좋은 점과 어려운 점을 꼽으면?
"한국에 온지도 벌써 6년이 되었는데, 생활은 재밌어요. 중국, 한국 등 아시아지역은 문화 차이도 거의 없는 것 같고 적응하기 좋았어요. 아쉬운 게 있다면 저희 부모님께 제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한 번도 보신 적이 없어서요. <백조의 호수> 공연 이후 DVD를 보내드렸는데, 어머니, 아버지 모두 우셨다고 하셨어요. 언젠가 꼭 초대해서 제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 발레리나가 롤 모델로 삼는 발레리나가 혹시 있나요. 또 라이벌로 생각하는 발레리나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라이벌은 없고 롤 모델로 삼는 무용수는 스베틀라나 자하로바(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입니다. <라 바야데르>를 보고 너무 감동받았어요."

- 20대 청춘으로 가지는 목표가 있다면요?
"발레리나이기 때문에 목표는 늘 최고의 댄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더 발전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는 것이 제 목표고, 언젠가 꼭 인정받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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