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KBS 1TV <다큐 공감>에서는 시각장애인 음악가 김치국 교수의 삶을 다루었다.

지난 16일 KBS 1TV <다큐 공감>에서는 시각장애인 음악가 김치국 교수의 삶을 다루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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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정식이 깜짝 놀랐다. 대본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영화음악을 뚝딱 만들어 내니 말이다. 동종업계 음악가들조차 뛰어난 청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주실력 등 음악가로서 모든 것을 다 갖춘 '그'의 재능에 감탄한다. 거기다 실용음악계의 요람 버클리 음대에서 가장 힘든 전공인 실용음악 프로듀싱과 작곡을 복수전공 했단다. 이만하면 그에게 천재 혹은 엄친아 등 좋은 수식어는 다 가져다 붙여도 되겠다.

그런 천재 음악가가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 그런데 그가 바라보는 세상이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다. 성인 남성이 보는 시야라고 하기엔 앵글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것은 그가 데리고 다니는 맹인안내견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상이었다. 그렇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다.

지난 16일 방송된 <다큐공감> '음악으로 빛을 그리다' 편에서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시각장애인 김치국씨의 이야기를 다룬 것은 시의 적절했다. 사회를 열린 마음으로 보고 시청자와 소통하겠다는 기획의도에 딱 맞는 소재였다. 장애를 극복한 그의 삶은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하고 비장애인들에게는 편견과 그릇된 인식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스토리텔링과 아름다운 선율

 김치국 교수는 버클리 음대에서 자신처럼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김치국 교수는 버클리 음대에서 자신처럼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KBS


이날 방송에서는 김치국 씨에 대한 정보를 한 번에 공개하지 않았다. 대본만 읽고도 즉석에서 곡을 써내려가는 천재는 알고 보니 시각장애인. 버클리 음대 출신인줄은 알았는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 졸업 후 동 대학 교수가 되어 재능 있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집에 가보니 사랑하는 부인과 단란한 가정까지 이루고 있다. 카메라가 그를 따라다니며 그가 살아온 삶의 조각조각을 찾아낸다. 시청자는 알면 알수록 더 놀랍고 대단한 이 남자의 인생 이야기를 양파껍질 벗기듯 한 꺼풀씩 벗겨가며 관찰하는 기분이 든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시청자의 궁금증을 유발해 몰입을 더한다.

음악가의 삶을 다룬 다큐답게 중간 중간에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천재 교수와 또 다른 천재 제자의 합주, 부인에게 선물한 세상에서 하나뿐인 '신부 입장곡' 등  그가 만들어 낸 감미로운 선율이 곳곳에 배치돼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특히 프로그램 말미에 행복한 표정으로 시청자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주제를 함축하고 있었다.

감미로운 음악에 비해 단조로운 영상은 아쉬워

이번 방송에서는 흥미로운 구성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시청자와 감성을 나누고 공감의 장을 열고자 했다. 하지만 4.0%(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이라는 밋밋한 시청률은 시청자가 공감하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감미로운 음악에 비해 너무 평범했던 영상 때문은 아니었을까? 40분 동안 영상에서는 정보 전달 외에 특별히 인상을 주는 장면이 별로 없어 시청자의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기에 부족해보였다.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좀 더 다양한 인서트(insert) 컷을 넣었다면 시청자가 그의 인생을 이해하고 음악을 감상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최근 다큐뿐만 아니라 드라마 예능에서까지 영상미가 방송의 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꼽히고 있다. 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덩달아 영상에 대한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탄탄한 구성에 듣는 재미를 더했던 <다큐 공감>, 시청자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는 풍부한 영상미를 더해 보는 재미까지 선사할 수 있을까? 나아가 그들이 말하는 기획의도처럼 열린 마음으로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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