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7급 공무원>의 한 장면

MBC 수목드라마 <7급 공무원>의 한 장면ⓒ MBC


지난 기사 <국정원이 '7급 공무원'에 묻다 "우리가 저래?">를 통해 MBC 드라마 <7급 공무원>이 지닌 리얼리티에 대해 알아봤다. 신분을 숨긴 실제 국정원 직원의 직격탄에도 제작사는 성실한 답변을 했다. 제작사로서는 이 드라마의 의미를 알렸다는 것으로 소기의 성과인 셈이다.

기사의 반응은 상당했다. '뭔 드라마에 현실성을 운운하냐'는 등의 댓글도 있었고, '주원과 최강희 때문에 본다'는 팬심 가득한 응원글도 있었으며, '차라리 <그 겨울>을 보겠다'는 투의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다. 시작과 동시에 시청률 1위를 기록했던 <7급 공무원>은 경쟁 드라마인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과 KBS 2TV <아이리스2>가 방송되면서 살짝 기세가 꺾인 모양새였으니 그런 반응도 있을 만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왜 국정원 댓글 직원(여직원이란 표현은 성차별적이므로 최대한 지양하고자 한다)은 등장하지 않았냐'는 반 농담, 반 비판의 물음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드라마보단 국정원 자체에 대한 비판이 담긴 말이었지만 개인적으로도 가장 궁금한 부분이기도 했다. 지난해 대선과 맞물려 터진 '국정원 댓글 알바' 의혹 사건과 드라마 <7급 공무원> 방영 시기가 겹쳤기에 혹시나 다루지나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기도 했다. 이 글을 읽다 보면 다 알 수 있으니 채널 고정, 아니 마우스 고정하시라.

① 영화 <7급 공무원>의 프리퀄 개념으로 시작 

"사과나무 픽쳐스에서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이하 '개늑시')을 끝냈을 무렵, 영화 <7급 공무원>의 시나리오를 썼던 천성일 작가와 우연히 만날 일이 있었어요. 그때 드라마로도 해보자고 제안했었는데 흔쾌히 긍정적인 답이 왔죠. 같은 국정원을 다루지만 <개늑시>는 언더커버(신분을 숨긴 채 내부 구성원과 섞이는 설정)였잖아요.

영화는 밝은 톤의 로맨틱 코미디였고, 드라마를 똑같이 할 순 없으니 일종의 프리퀄(전사)로 가고자 기획을 한 겁니다. 국정원 신입들이 훈련받고 본격적으로 요원이 되기 직전까지 이야기였죠. 드라마에 등장하는 그 팀은 막 꾸린 게 아니라 40명 정도씩 오디션을 보면서 구성한 팀이었어요.

촬영 역시 실제 국정원은 아니지만 사천에 있는 연수원을 빌려 진짜 면접을 보는 느낌으로 진행했죠. 아쉬운 건 신입 요원들이 훈련받으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8회까지였는데 방송 분량에선 4회로 줄었어요." (사과나무 픽쳐스 윤신애 대표)

  MBC 수목드라마 <7급 공무원>의 미공개 스틸 사진. 태국 파타야 현지 촬영 당시 해군의 지원을 받아 군부대 내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MBC 수목드라마 <7급 공무원>의 미공개 스틸 사진. 태국 파타야 현지 촬영 당시 해군의 지원을 받아 군부대 내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사과나무 픽쳐스


② 국정원 지원한 사격장서 실탄 넣고 촬영...리얼리티 살려

이미 지난 기사에서 <7급 공무원>에 대한 리얼리티를 다뤘다. 요원을 다루는 방식, 몇몇 설정에서 실제와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현실과 다르지도 않았다. 요즘 세대가 국가 기관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보면 <7급 공무원>은 철저히 현실적이었다. 동시에 그 배경과 소품과 같은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현실감에 신경을 꽤 쓴 부분도 많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요원들이 훈련을 받는 사격장은 국정원이 실제로 지원해줬어요. 또 진짜 권총에 실탄이었죠. 스카이 다이빙하는 부분 역시 고증을 거친 부분이고요. 촬영에 앞서 배우들은 철저하게 교육을 받았답니다. 첩보물에서 기대할 법한 첨단 장비는 오히려 국정원에선 일상적인 장비가 아니라 뺐죠.

기획의 주요한 포인트는 아니지만 초반에 등장하는 카레이싱 장면은 힘을 줬어요.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자는 취지도 있었죠. 실제 레이싱을 하는 전문가를 모시고 차를 트럭에 직접 싣고 강원도 태백에 가서 3일을 찍었습니다. 눈이 엄청 쌓였던 때였는데 헬기를 동원해서 제설도 다 했죠.

 MBC 수목드라마 <7급 공무원>의 미공개 스틸 사진. 해당 장면은 태국 파타야 현지 촬영 모습이다. 촬영은 파타야 해군 사령부의 장소 협조를 받아 실제 군부대에서 진행됐다.

MBC 수목드라마 <7급 공무원>의 미공개 스틸 사진. 해당 장면은 태국 파타야 현지 촬영 모습이다. 촬영은 파타야 해군 사령부의 장소 협조를 받아 실제 군부대에서 진행됐다.ⓒ 사과나무 픽쳐스


또 태국 촬영 역시 과거 회상 장면인데 비용과 시간 면에서 고민이 많았지만 강행했습니다. 태국 파타야 해군 사령부의 협조를 받았어요. 한국 드라마에 태국이 나온 건 처음일 걸요? <개늑시>의 도움이 컸죠. 그쪽에서 우리 드라마를 좋아하더라고요. 남아시아와 동아시아 분위기 다 있어서 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카메라만 돌리면 육공 트럭과 막사까지 다 있어서 그림이 됐죠." (사과나무 픽쳐스 방상연 부사장)

여기에 또 하나. 극 중 주인공인 김서원(최강희 분)의 고향이 충청도라는 설정은 천성일 작가 때문이었다. 천성일 작가의 고향이 바로 충청 지방이었던 것. 시골 사람들을 통해 국정원의 존재를 바라보자는 시도와 함께, 마을 이장 선출 등의 사건으로 권력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를 밝게 그리고자 했던 의도 역시 담겨 있었다.

③ 최강희에게서 국정원 여직원 연상되지 않도록 세트도 바꿔

드라마 제작에 앞서 방상연 부사장은 도움을 줄 국정원 관계자들 여럿 만났던 사연을 전했다. 그 중에 신분이 드러나지 않은 블랙 요원이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국정원 요원이 어떻게 임무를 수행하는지 현실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대응하는지에 대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국정원 관계자를 10명은 넘게 만났을 거예요. 실제로 총을 가지고 다니진 않더라고요. 드라마에도 나왔지만 용의자를 직접 검거해서 데리고 나오진 않고요. 현실에선 용의자를 잡아서 경찰에 넘기는 정도였어요.

 <7급 공무원>에서 김서원 역을 맡은 최강희

<7급 공무원>에서 김서원 역을 맡은 최강희ⓒ MBC


또 보통은 요원들에게 오피스텔이 제공되거든요. 극중에서도 최강희씨가 맡았던 서원은 오피스텔에 살아야 한다는 설정이었죠. 근데 대선과 관련해서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문제가 딱 뜬 거예요!

그 사건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원래 설정대로 갔으면 그 국정원 직원 이미지와 최강희씨가 들어맞겠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오피스텔의 느낌이 나지 않게 세트를 다 바꿨어요. 드라마에 나온 곳은 일반 가정집 같지 않았나요? 기본 설정대로 갔다면 분명 그 여직원이 연상됐을 겁니다.(웃음)" (방상연 부사장)

④ <7급 공무원> 본래 시즌제로 기획했었다?

미니시리즈로 20부작 분량으로 방송되고 있는 <7급 공무원>이었지만 본래 미국 드라마처럼 시즌제로 기획될 수도 있었던 사연이 있었다. 미드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프렌즈>나 <24>는 시즌제를 도입하며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마니아 층이 생길 정도였다.

"매 회마다 상황을 주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설정도 고민했어요. 미드 시즌제와 같은 형식이죠. 그 특징이 우리 드라마에도 일부 남아있긴 해요. 하지만 한국에선 에피소드 중심의 드라마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낯선 것 같습니다. 주위의 조언도 있었고요.

결국 지상파 드라마기 때문에 시청률을 신경 안 쓸 수 없어요. 케이블 드라마의 경우는 5%정도의 시청률을 목표로 두지만 지상파는 그 이상이잖아요. 상대적으로 낮은 시청률이 목표였다면 초기 기획을 과감하게 시행했을 겁니다. 속초간첩단과 북한 이야기 등을 끌어들여 이야기를 만들어 냈겠죠. 국정원에 들어간 신세대와 앞서 언급한 사건의 대비는 컸을 겁니다. 이런 설정이라면 쉽게 갈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7급 공무원>은 그렇게 가지 않으려고 했어요. 시청률을 신경 안 쓸 수는 없지만 작품성에 대해 함께 고민했죠. 시청률이 굉장히 큰 잣대긴 하지만 시청률 그 이상의 무언가는 있거든요. '작품성이 있는 드라만데 시청률도 잘 나오네!' 이런 소리를 듣는 작품이 있어요. 시청률만 신경 썼다면 한국 드라마는 다 막장으로 갔을 겁니다. 기획자라면 그런 점을 알면서도 최대한 피해 가려고 노력은 해야죠." (방상연 대표)

말미에 덧붙인 말이지만 한국 드라마 제작 현실에 대한 방상연 부사장의 문제제기는 귀담아 들을만하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곧 흔히 말하는 '막장 드라마' 양산으로 이어지는 요즘의 흐름 말이다.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투자한 제작비의 빠른 회수를 위해 자극적인 방법을 선택하려는 유혹이 분명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그건 "작품과 창작자 모두를 죽이는 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드라마 기획과 이야기 자체에 대해 고민하며 제작하는 풍토에 대해 관계자들의 공감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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