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레미제라블

김연아. 레미제라블 ⓒ 곽진성


김연아(23·대한민국)의 세계 피겨선수권 도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김연아는 3월 15일 오전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펼친다. 김연아는 오전 1시 47분께 3조 3번째(14번째 순서)로 은반 위에 선다. 이번 대회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피겨 선수 생활의 종착역으로 생각하는 김연아에게 있어서 '반환점'의 의미를 지니는 중요 대회다.

이제 반환점까지 남은 시간은 D-1. 대회를 앞둔, 김연아의 준비 과정은 치열했다. 2011 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이후, 1년 11개월 동안의 과정을 돌아봤다.

[2011년 봄] 김연아의 세계선수권 은메달

 2011년 4월 30일, <2011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SBS 화면캡처)

2011년 4월 30일, <2011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SBS 화면캡처) ⓒ SBS


2011년 4월 30일,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1 ISU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지젤'과 '오마주투코리아' 연기를 통해 우승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194.50점으로 준우승이었다.

우승자는 안도 미키(일본)였다. 김연아는 안도 미키에 1.29점 차로 뒤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당시 판정은 관중들을 아리송하게 했다. '점프 GOE' 부분에서 편파 판정 경향이 짙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은 국내 피겨팬들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러시아 방송의 피겨 해설위원(이리나 슬루츠카야)도 김연아의 눈물을 보며 함께 울었다. 이리나 역시 과거 편파에 가까운 판정으로 우승을 놓쳤던 기억이 있었다. 2011년 세계 피겨의 최고 대회가 안타까움으로 남은 이유다.

"김연아의 세계피겨선수권대회와 올림픽 경기를 지켜봤다. 주니어 시절부터 김연아를 지켜봐 왔고, 언제나 금메달 단상에 오르기를 희망했다. 세계선수권 때는 러시아TV 방송의 해설자 역할을 했는데. 세계피겨선수권대회때 김연아의 울음을 이해하고 같이 울었다.  2위 할 때의 심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이리나 슬루츠카야, 2011년 8월 기자회견 중)

[2011년 여름] 다시 뛴 김연아, 후배들과 스케이트 동여매다 

 피겨여왕 김연아와 대한민국 대표 피겨 스케이터들

피겨여왕 김연아와 대한민국 대표 피겨 스케이터들 ⓒ 곽진성


아쉬움과 허탈감은 컸다. 하지만 김연아는 다시 스케이트 끈을 동여맸다. 2011년 여름, 김연아는 국내에 머물며 태릉에서 국가대표 후배들과 함께 훈련에 임했다. 나는 당시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취재를 하며, 김연아의 연습을 볼 기회가 있었다. 김연아는 3Lz·3S 등 고난도 트리플 점프 연습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김연아를 비롯한 피겨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른 아침 훈련장에 도착해 스케이팅과 오후 지상훈련을 병행했다. 피겨 국가대표들의 연습 분위기는 인상적이었다. 김연아·곽민정·김민석 등 국가대표 선배들과 김해진·박소연·조경아·이호정·박연준 등 1997년생 국가대표 후배, 이동원·이준형등의 1996년생 국가대표들의 융화가 좋았다.

당시 선수생활 지속여부를 고민하던 김연아에게, 대한민국 피겨 후배들과의 만남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였다. 오랜 해외 훈련 생활을 경험한 김연아는 후배들과 함께하는 태릉에서의 훈련을 편안해했다. 어린 후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연아의 스케이팅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어린 선수들에게 있어 성장의 발판이었다.

2011년 8월 6일 피겨여왕 김연아와 후배 국가대표들과 단체사진에서 모두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 웃음만큼 이후, 대한민국 피겨는 장족의 발전을 했다. 1997년생 김해진과 박소연, 1996년생 이준형·김진서는 세계 피겨 주니어 무대에서 값진 메달을 따냈다. 김연아 이후, 대한민국 피겨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2011년 가을] 김연아 머리보다 몸으로 부딪치다

 2011년 8월 31일 출국 기자회견

2011년 8월 31일 출국 기자회견 ⓒ 곽진성


2011년 8월 31일, 김연아는 LA로 출국했다. 여름 국내 훈련을 마치고, 전지 훈련 장소인 미국 LA로 다시 향한 것이다. 하지만 김연아는 2012 시즌 참가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그로인해 김연아가 '은퇴한다, 안 한다' 설왕설래가 많았다. 

김연아는 말을 아꼈다. '머리보다 몸으로 부딪쳐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해외 전지훈련에 임했다. 그리고 약 한 달 반 동안 훈련에 돌입했다.

"올해는 한국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됐어요. 오래 있고 싶어요. 변화가 필요해요."

2011년 10월 18일, 김연아는 미국 LA에서 인청공항을 통해 다시 입국했다. 김연아는 입국 기자회견에서 '2012년 세계 선수권 대회에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는 결정을 말했다. 선수 생활 지속여부는 뒤로 미뤄졌다. 이날 김연아는 홀가분하게 자신의 꿈에 대해 말했다. 국내에 오래 있고 싶다는 것이었다.

[2011년 겨울·2012년 봄] 휴식 맞은 김연아... 훈훈했던 피겨 장학금

 김연아·아이유,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에게 7300만 원 장학금 전달.

김연아·아이유,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에게 7300만 원 장학금 전달. ⓒ 곽진성


김연아는 이후 시즌 참가대신 국내에서 학업을 병행하며 훈련에 임했다. 동계유스올림픽과 스페셜올림픽 홍보 활동에도 임했다. 김연아는 함께 훈련하는 국가대표 스케이터들에게 지원을 하기도 했다. 2012년 1월, 김연아는 아이유와 함께 음원(얼음꽃)으로 얻은 수익금 7300만 원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들에게 전달했다.

이 시기 기자가 김연아의 기량을 직접 체크할 수 있는 대회는 없었다. 하지만 2012년 봄에 열린 아이스쇼를 통해 김연아의 기량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표현력과 스케이팅 스킬 면에 있어서 여전히 출중했다. 이는 김연아의 선수 생활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2012년 여름·가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도전 선언, 명불허전 기량

 김연아와 신혜숙 코치(오른쪽) 그리고 류종현 코치(왼쪽).

김연아와 신혜숙 코치(오른쪽) 그리고 류종현 코치(왼쪽). ⓒ 곽진성


2012년 7월 2일. 김연아는 전격적으로 선수 생활 복귀를 선언했다. 007 작전을 방불케하는 깜짝 기자회견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김연아의 선택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도전이었다. 김연아는 '후배들과 함께 2014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답했다.

"피겨스케이팅 후배들의 모습에 자극받고,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팬들의) 부담 기대치 낮추고, 자신만을 위한 피겨연기를 목표로 삼으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중략) 저는 이제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선수가 아닌, 대한민국 국가대표 김연아입니다. 소치올림픽에서 은퇴하겠습니다."(2012년 7월 2일)

2012년 8월 김연아는 아이스쇼에서 2007시즌 쇼트프로그램인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했다. 이날 선보인 3Lz·2A등 점프 기량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예술적 기량 역시 한 단계 성숙해 있었다.

김연아의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은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연아의) 연기 성장을 볼 수 있었다, (중략) 기술적으로 릴렉스해졌다'고 평가했다. 체력적인 부분까지 끌어올린다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2연패의 대기록도 결코 꿈만은 아니었다.

2012년 10월 24일, 2013 ISU 세계 피겨선수권에 도전하는 김연아의 코치진 윤곽이 잡혔다. 대한민국 피겨대모 신혜숙 코치와 김연아의 첫 스승인 류종현 코치였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전 무대였다. 김연아와 코치진은 2012년 12월에 열리는 NRW 트로피를 준비하며 열띤 훈련에 돌입했다.

[2012년 겨울·2013년 봄] '체력 논란' 날려버린 김연아  

 김연아 레미제라블

김연아 레미제라블 ⓒ 곽진성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진행된 2012 NRW트로피, 이 대회에서 김연아는 월등한 기량을 선보이며 201.61점으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하위 클래스 대회였기에 우승은 예견됐던 일이지만 김연아의 기량은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오랜만의 실전 무대였음에도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김연아의 고난이도 점프 기술(3Lz-3T 등), 스케이팅 스킬을 바탕으로 한 예술성은 명불허전이었다. 다만 나는 NRW트로피가 세계선수권을 앞둔 리허설 성격의 대회라고 판단해, 좀 더 깐깐하게 분석했다. '2010 올림픽 시즌 김연아'와 비교해, 현재 김연아가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언급했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 위주로 기술했던 이유다.

당시 김연아의 NRW트로피 연기는 체력적 문제가 옥에 티로 보였다. 근거는 쇼트 프로그램 후반부의 흐름이 뒤로 밀렸던 점, 프리 스케이팅 2A-2T-2Lo를 1회전 처리한 점이었다. 그래서 김연아의 체력(탄력)이 아직 완벽하게 구비되지 않았다고 평가했고, 기사로도 썼다(하지만 단 한 번의 실전 경기를 영상으로 보고 평가한 것이기에, 이날의 실수가 체력 문제인지, 아니면 방심의 문제인지 확실치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당시 상당수 언론에서도 '체력 문제'를 언급했다. 하지만 선수의 몸 상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선수 자신이었다. 당시 김연아는 언론들의 '체력 문제' 질문에 대해, '점프 실수는 방심'이었다고 답하며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또 이에 덧붙여 '좀 더 체력을 보충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2013년 1월 열린 전국 피겨 종합선수권 대회. 김연아는 자신의 말을 증명했다. 프리스케이팅 '레미제라블'의 환상적인 연기로 체력논란을 종식시켰다. 7번의 완벽한 점프, 은반을 압도하는 예술성 그리고 강약을 조절하는 스케이팅 스킬, 김연아 연기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세계 최고'라는 극찬을 보낼 만한 무대였다.

[2013년 3월 14일] 리허설까지 '완벽' 김연아, 부담없이 즐겨라

 김연아 레미제라블

김연아 레미제라블 ⓒ 곽진성

김연아는 2013 ISU 세계 피겨선수권대회 장소인 캐나다 런던에 도착해, 흠잡을 데 없는 리허설을 선보였다. 3Lz-3T 등 세 차례의 점프와 스핀 연기까지 훌륭히 해낸 김연아의 모습은 모든 준비를 마쳤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나는 기량적인 면에서 '김연아의 라이벌이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실전의 점프 성공률과, 점프 난이도와 매커니즘, 예술성 측면등 여러 측면으로 봐도 마땅한 라이벌을 찾을 수 없었기에 내논 분석이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다. 종종 이변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기에 3월 15일 오전 1시 47분, 김연아의 쇼트 프로그램 경기 결과는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 하지만 경기 전의 심적 부담감을 극복하는 것은, 세계선수권에 도전하는 김연아의 마지막 관문으로 남았다.

하지만 당당하게, 지금까지 해온대로, 김연아가 부담없이 경기를 즐기면 좋은 결과를 맺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경기 결과에 앞서 김연아의 1년 11개월의 치열했던 훈련 과정에 박수를 보낸다. 2011 세계선수권 편파 의혹, 선수 생활 지속여부 고민, 많은 논란과 어려움을 딛고 다시 은반 위에 선 김연아의 열정이 고맙고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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