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샤이니ⓒ SM엔터테인먼트


처음엔 이상했다. '스키니 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형형색색의 달라붙는 바지도 낯설었고, '컨템퍼러리 밴드'(Contemporary band)라는 정체성도 이해하기 모호했다. 아이돌 그룹이 패션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한다는 개념도 생소했다. 하지만 이들은 몇 년 후 트렌드의 최전방에 선 그룹이 되었다. 이제 어느 아이돌 그룹이나 스키니 진을 즐겨 입으며, 더 멋진 무대의상을 위해 국내외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한다.

최근 정규 3집으로 컴백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샤이니(SHINee)는  이렇게 '대세'가 되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민희진 SM엔터테인먼트 비주얼&아트실 실장이 있다. 샤이니가 데뷔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앨범 콘셉트와 이미지·무대 의상 등 그야말로 비주얼적인 부분을 '아트'로 승화시키고 있는 그는 단순한 '탈 SM'을 넘어 기존 아이돌의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샤이니와 작업해오고 있다.

스타일링의 비결 물었더니…"없어요, '좋으면 되는 거'!"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드림 걸'(Dream Girl)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샤이니의 무대 의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트 재킷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 민희진 실장은 "전체적으로 프린트가 주가 되는, 비비드한(색이 강한) 수트를 입고 있다"며 "그간 아이돌 그룹들이 멋있는 콘셉트를 할 때 수트를 입는 경우가 많았는데, 샤이니의 경우 개성 자체도 다르고 컨템퍼러리한(현대적 감각의) 스타일을 추구해왔기 때문에 완전히 갖춰진 수트를 입을 필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샤이니의 정규 3집 타이틀곡 '드림걸' 촬영 현장

샤이니의 정규 3집 타이틀곡 '드림걸' 촬영 현장ⓒ SM엔터테인먼트


"이번 곡에서 스탠딩 마이크도 쓰고 하니 '멤버들이 댄디한 모습으로 나오면 좋지 않을까,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것들을 샤이니스럽게 하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어요. 대부분의 S/S 시즌에는 화려한 색깔과 프린트가 유행하는데, 올해도 그렇거든요. 이런 트렌드가 샤이니와도 맞는 것 같아서 적극적으로 써 보게 된 거죠. 전형적인 수트가 아니라 펑키한 느낌을 섞은, 샤이니스럽고 재미있는 수트를 만들어 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따로 멤버들을 스타일링 하는 데 비결이 있다거나, 눈이 빠지게 트렌드를 체크하고 이를 앞서가려는 것은 아니다. "트렌드 때문이라기보다, 그저 우리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운을 뗀 민희진 실장은 "어차피 지금 나오는 옷들을 입게 되니 우리가 애써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려고 해도 따라가게 된다"며 "그렇다고 유치하게 트렌드를 앞서가려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렌드는 "누가 해서 멋져 보이면 그걸 대중이 따라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라는 게 민 실장의 정의다. 그래서 샤이니의 스타일링에 있어 가장 염두에 두는 것도 '과연 이 스타일이 멤버들에게 어울리고, 멋있고, 그래서 남들이 따라하고 싶게 만드느냐'라고 했다. '그냥 예쁘고 좋은 것',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참 어려운 스타일링 공식을 따르다 보니 현장에서 즉석으로 생겨나는 '애드리브'도 다양하다.

"멤버들의 스타일링을 그때그때 하게 되는데, 계산되고 의도된 것보다 의도치 않은 것들이 창의력 있게 발휘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이번 앨범 화보 속 종현이의 눈 화장은 애드리브였어요. 체크 패턴의 옷을 입었는데, 묘한 소년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 눈에 색감을 더한 거죠. 키가 착용했던 초커(Choker, 목에 감기는 장식)도 '키의 옷과 일반적인 타이는 어울리지 않겠다' 싶어 즉석에서 커스텀(Custom, 개조)한 거고요.

그러다 보면 유일무이한 우리만의 것이 생기죠. 그게 샤이니의 색깔이 되는 거고요. 또 그런 걸 남들이 좋아해주다 보면 샤이니가 트렌드를 선도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굳이 샤이니가 트렌드를 선도하거나 따라가려고 하는 게 아니라, 멤버들에 맞는 스타일링을 하고 그게 남들 눈에 잘 맞아 보이면 그게 트렌드가 된다는 거죠."

 샤이니의 정규 3집 타이틀곡 '드림걸' 촬영 현장

ⓒ SM엔터테인먼트


 샤이니의 정규 3집 타이틀곡 '드림걸' 촬영 현장

샤이니의 정규 3집 타이틀곡 '드림걸' 촬영 현장ⓒ SM엔터테인먼트


"샤이니는 아직 성장 중, 그래서 미래도 알 수 없죠"

누구보다 현장에서 즉석으로 터져 나오는 유연성에 주목하는 민희진 실장이지만, 고집하는 부분도 있다.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를 단순히 유명세로만 고르지 않는다는 것. "SM엔터테인먼트만의 팀을 만들고 싶다"는 그는 "지금의 헤어나 메이크업 스태프들 모두 기존에 한 번도 가수 스타일링을 맡아 보지 않은 분들"이라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했던 걸 갖고 오는 것보다, 우리와 처음으로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다.

"우리와 잘 맞고, 디렉터가 원하는 콘셉트를 이해하는 이들이 필요한 거죠. 기존에 (다른 가수와) 일했던 사람들은 과거의 것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그게 남게 마련이거든요. 학생들의 작품에서도 좋은 게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마추어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신선하고 재미있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죠. 또 그런 이들을 우리가 끌어내 보여주는 것이 업계를 발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나아가 그는 앨범 제작의 모든 과정을 포함해 샤이니가 벌이는 퍼포먼스, 그리고 대중이 샤이니의 음악을 듣는 것 모두를 하나의 '행위예술'이라 칭한다. 이러한 주고받음의 과정을 통해 샤이니는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고, 그들을 소비하는 이들은 행복할 수 있다는 것. "남들의 평가에 연연해하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담론을 만드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샤이니의 앨범을 통해 대중문화에 어떤 화두를 던지게 된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해 그는 '창의성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좀 더 재밌게 '창신론자'라고 말해도 좋겠다. 그가 믿는 창의성의 힘은 샤이니의 이번 앨범에도 고스란히 들어 있다. 앨범의 주요 테마인 '미스콘셉션스'(Misconceptions, 오해) 역시 그가 제안한 것이다. 과거 민희진 실장은 "아름다운 오해로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인생이 재밌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오해'를 철학적으로 담아보면 좋지 않을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샤이니의 정규 3집 타이틀곡 '드림걸' 촬영 현장

샤이니의 정규 3집 타이틀곡 '드림걸' 촬영 현장ⓒ SM엔터테인먼트


"늘 이야기하는 거지만 샤이니는 '소년'에서 '남자'가 되는 것이 아니에요. 남자는 어렸을 때부터 남자였죠. 소년도 남자니까. (웃음)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모습이 있고, 앨범은 그걸 보여주는 일종의 '성장보고서'인 거예요. 이번 앨범도 모든 멤버가 성인이 된 만큼, 샤이니의 정체성에 있어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짚어 주고 싶었어요. '우리는 지금 이 모습이다, 이렇게 커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정규앨범이기도 하니까요.

앞으로도 분명 또 멤버 개개인의 멋있는 개성이 나올 거예요. 하지만 그런 목표를 두고 그걸 해내기보다 이 과정 자체를 즐기고 싶어요. 아티스트가 즐겨야 그 모습 자체가 멋져 보이는 거거든요. 패션에서도 '애티튜드'(Attitude, 태도)가 중요하잖아요. 솔직하되 성실함이 더해졌을 때, 그러니까 지금의 모습을 잘 발산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임했느냐를 보여주는 것, 그게 중요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민희진 SM엔터테인먼트 비주얼&아트실 실장. 민 실장은 샤이니의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비주얼&아트 콘셉트를 총괄해 왔다.

민희진 SM엔터테인먼트 비주얼&아트실 실장. 민 실장은 샤이니의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비주얼&아트 콘셉트를 총괄해 왔다.ⓒ SM엔터테인먼트


그래서 샤이니는, 그리고 민희진 실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조심스럽게 '미래'를 묻는 질문에 그는 "알 수 없어서 더 재미있는 것 같다"며 "나나 샤이니가 어떻게 성장할지도 모르고, 앨범을 냈을 때의 시대가 어떨지도 모르기 때문에 더 열정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해가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래에도 잘 하고 있으려면 지금 이 시간을 헛되게 보내면 안 된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이어 "나나 샤이니 모두 지금 이 순간을 중요하게 보내고 있다"며 "그래서 더더욱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서 어떤 결과물을 낼 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이 우문현답 덕분에 확실해진 것이 있다. 조금 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샤이니의 미래를 기다려보게 됐다는 것. 이들이 벌려놓은 판에 얼마든지 동참할 마음의 준비, 이젠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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