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7급 공무원>의 주원-최강희 커플

MBC <7급 공무원>의 주원-최강희 커플 ⓒ MBC


MBC 수목드라마 <7급 공무원>이 중반을 지나 종반으로 향하고 있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그와는 차별성을 둔 새로운 드라마를 선보이겠다는 목표가 내심 결실을 보고 있을까. 국정원을 소재로 어쩌면 딱딱하게만 흐를 법했던 이야기가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건 분명하다.

현재 <7급 공무원>은 등장인물 간의 사랑이야기가 구심점이 되면서 발랄해진 부분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전문 직업군을 다른 드라마가 그렇듯 현실성 구현에 대한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이 드라마가 실제 국정원의 삶을 두고 얼마나 충실하게 실제처럼 그렸는지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혹자는 이 드라마를 두고 마치 판타지 로맨스물 같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국정원을 묘사한 부분도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복수의 국정원 직원은 <오마이스타>에 질문지를 보내 <7급 공무원>의 리얼리티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모든 궁금증을 안고 <오마이스타>가 직접 제작사 사과나무 픽쳐스를 찾았다. <7급 공무원>을 통해 펼쳐보고자 했던 이들의 목표를 비롯해, 문제의 국정원 직원이 지적한 궁금증, 그리고 시청자들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명장면까지 말이다.

물론 그 국정원 직원이 블랙 요원(신분을 숨기고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인지 화이트 요원 인지까진 잘 모른다. 장장 2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끈질긴 질문에 사과나무 픽쳐스의 윤신애 대표, 방상연 부사장이 성심껏 답했고, 여기에 천성일 작가 역시 서면으로 해당 질문에 답을 전했다.

 드라마 <7급 공무원>에서 국정원에 면접보고 있는 모습

드라마 <7급 공무원>에서 국정원에 면접보고 있는 모습 ⓒ 이경관


국정원 직원이 물었다...고정관념을 드라마는 이렇게 풀었다

질문과 답을 전하기 이전에 전문 직군을 다룬 드라마는 대부분 현실성에 대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의학드라마든 법정드라마든 해당 직군에서 밥벌이를 하는 이들이 눈을 밝히며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실과 드라마 사이의 접점을 찾는 과정 역시 제작자와 작가들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 국정원에 대한 리얼리티, 과연 충실하게 표현했나요?

"가능한 수준의 리얼리티를 확보하기 위해 조사를 하고 싶었으나 조사 범위가 방대하고 보안에 관한 것들이 많아 현직 요원을 대상으로 한 공식 인터뷰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성장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는 맞지만 국정원을 단순한 매개로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천성일 작가)

"실제 국정원 요원들을 만나면 사실 지금 드라마에 나오는 이들과 가까워요. 물론 신분을 노출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요원과 직장인 사이라고나 할까? 정보요원의 이야기는 서사적이고 장엄해야 한다는 관념이 있는데 그러다 보면 '우리나라 요원이 진짜 저래?'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거든요. 천 작가는 영화 원작 <7급 공무원>을 쓰기도 했고, 사과나무 픽쳐스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하 '개늑시')을 통해 이미 국정원을 다루기도 했어요.

자료가 축적돼 있다는 겁니다. <아이리스>같은 묵직한 서사도 있지만 우리 같은 이야기가 맞다고 봐요. 게다가 신입사원 이야기잖아요? 요원이란 신분과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 두 신분 차이에서 코믹한 지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천 작가랑 처음 얘기할 때 '국정원 직원의 차량이 견인되면 어떻게 행동할까'였어요. 현장에서 국정원 직원이라고 밝힐까요? 그렇지 않거든요. 가서 벌금도 내고 안전 교육도 받아야 해요. 이게 현실입니다. 드라마 제목에서도 그 이중성이 나타난다고 생각했어요. 요원인 동시에 공무원인 존재 말이죠." (방상연 부사장)

 MBC 수목드라마 <7급 공무원>의 미공개 스틸 사진.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제작사 사과나무 픽쳐스 측이 현장 분위기를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MBC 수목드라마 <7급 공무원>의 미공개 스틸 사진.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제작사 사과나무 픽쳐스 측이 현장 분위기를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 사과나무 픽쳐스


-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3회에서 테러분자에게 총을 맞아 죽은 요원이 보국탑에 안장되었을 때 실명이 탑에 새겨져 있는 건 실제 국정원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국정원 직원들은 임무 수행 중 순직하면 보국탑에 별로만 새겨집니다. 또 국정원에선 거짓말 탐지기를 간부가 제한적으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순직 요원이 보국탑에 별로 남는다는 것은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다만 드라마라는 매체 특성상 '누가 죽었는지' 이름을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에 따라 그렇게 했습니다. 참고로 영화는 배우 실명으로 기억되고, 드라마는 등장인물 이름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후반부까지 계속 이름이 과거 장면이 종종 삽입되기 때문에 중간에 유입된 시청자들의 이해 편의를 돕기 위한 설정이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신입요원들의 거짓말 탐지기 사용 역시 주인공의 동선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드라마 특성상 극적 긴장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천성일 작가)

- 그렇다면 일상에서까지 가명을 쓰는 부분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가명은 임무를 부여받은 상황에서만 쓰거든요. 게다가 교육생은 정식직원으로 보지 않고 시보 기간을 두는데 실제 작전에 투입을 했습니다. 

"국정원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 '옆방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고 하지도 말고 알고 싶어 하지도 말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각 방에는 기본적인 명패도 없고 호수만 적혀있기도 하죠. 드라마는 그런 식으로 '보안'이라는 것을 절대적으로 과장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이게 영화 <7급 공무원>과 드라마 <7급 공무원>의 유사한 점이자 다른 점이기도 합니다.

극 중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애초 기획은 8부까지가 훈육 과정이었고 나머지 8부가 신입 직원으로서 처음 실무에 투입되어 사건을 해결하가는 과정을 그리려 했습니다. 제작 사정상 4부로 줄이긴 했는데 '주인공이 활약해야 한다'는 드라마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훈육 도중 탈락했으나 계속 국정원 직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설정 등은 리얼리티를 깨는 치명적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천성일 작가)

  MBC 수목드라마 <7급 공무원>의 미공개 스틸 사진. 태국 파타야 현지 촬영 당시 해군의 지원을 받아 군부대 내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공도하 역을 맡은 찬성이 보인다.(군복입은 사진)

MBC 수목드라마 <7급 공무원>의 미공개 스틸 사진. 태국 파타야 현지 촬영 당시 해군의 지원을 받아 군부대 내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공도하 역을 맡은 찬성이 보인다.(군복입은 사진) ⓒ 사과나무 픽쳐스


"'7급 공무원'이 국정원 홍보 드라마는 아니죠"

문답만 보면 마치 <7급 공무원>에 대한 국정원 직원의 청문회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 및 제작자가 고민했던 리얼리티는 또 다른 지점에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윤신애 대표와 방상연 부사장은 <7급 공무원>이 해당 회차 마다 10고는 기본으로 넘어갔던 사연을 공개했다. 한번 설정이 바뀔 때마다 고가 바뀐다는 걸 생각하면 평균 10가지 서로 다른 버전의 이야기가 존재했던 셈이다.

"굵직한 서사적 사건이 없기에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속초 간첩단 사건'이란 가상의 미해결 사건을 가져오는 버전도 있었죠. 하지만 이걸 채용하지 않았습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분명 국정원이란 존재를 지금 세대가 어떻게 바라보는지 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드라마 속 JJ(임윤호 분)가 왜 한국을 싫어하게 됐는지, 안기부에서 국정원으로 바뀐 현대사의 모순을 그리고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시선을 돌리면 화두는 던질 수 있겠지만 기획 단계에서의 목표가 흔들릴 것 같았어요. 가볍지만 어설프진 않게 가보자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우리 이웃 아저씨가 국정원 간부라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이죠. 부모세대는 안기부라고 얘길 하는 곳에 신세대가 들어갔어요.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을 겁니다.

일반 공무원과 정보원 사이에서의 간극? 그걸 통해 우리가 사는 모습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과거 안기부에 대한 애증의 끄트머리에 있는 젊은이들이 권력에 어찌 반응하는지도 담을 수 있고요.

드라마에 대한 리얼리티 지적이 나오는 건 결국 만듦새에 대한 지적이라고 봐요. 극적 리얼리티의 문제지 현실 리얼리티 문제는 아니거든요. <7급 공무원>이 국정원 홍보 드라마는 아니잖아요. 그랬으면 시작하지도 않았겠죠. 드라마적 설정에 있어서 국정원에 문의를 하면 '확인해 줄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답이 나오기도 했어요. 

<개늑시>를 보면 국정원 내에서 폭탄이 터지는 이야기 나오는데 그 설정도 비슷한 맥락이었어요. 결국 우리가 잡으려는 건 고뇌하는 주인공이었어요. 국정원이 대한민국에서 갖고 있는 특수성을 다뤄보자는 생각이죠." (윤신애 대표, 방상연 부사장)

정리하면 이렇다. 어떤 드라마건 드라마 설정을 가지고 현실과 비교하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 <7급 공무원>이 고민했던 리얼리티는 곧,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국정원을 바라보는 관점에 담겨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국정원 직원도 사랑을 하며, 그들 역시 물가에 고민하는 시민이다. 이 공감대를 바탕으로 앞으로 <7급 공무원>을 따라가 보면 어떨까.

* 기사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7급 공무원 주원 최강희 찬성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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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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