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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에게 '외모'란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잘생기고 예쁘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얘기고, 잘생기고 예쁜 외모 덕에 스타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뛰어난 외모로 주위를 압도하는 스타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며 승승장구하는 이들도 있다. '외모'보다는 '개성'을 무기로, 최고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동시에 뛰어난 연기력까지 갖춘 이들이다.

그중 하정우와 류승룡은 뛰어난 외모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굳힌 배우다. 하정우는 매번 평범하지 않은 역할을 소화하며 30대 남자 배우의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았고, 류승룡은 <광해> <7번방의 선물>의 흥행으로 '천만 배우'라는 칭호마저 듣고 있다. 물론 그들에게 행운도 따랐겠지만, 그들의 성공이 단순히 운으로 점철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그들은 진지하거나 코믹한 모습으로 관객과 교감한다. 물론 '잘생긴 왕자님' 캐릭터는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왕자님의 이미지에 갇혀서 다른 역할로의 진출이 어려운 꽃미남 배우들과 달리 그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표현한다. 꽃미남은 쏟아져 나오지만 하정우나 류승룡은 그들 중 하나가 아니다. 그들에게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

하정우, 어떤 작품 속에서도 그만은 빛난다

 영화<베를린>에서 고스트라 불리는 비밀요원 표종성 역의 배우 하정우가 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하정우 ⓒ 이정민


하정우의 터닝 포인트는 영화 <추격자>였다. <추격자> 이후 하정우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 이전까지의 하정우가 주목받는 신인이었다면, 사이코패스이자 광적인 살인마이지만 겉으로는 소심하고 나약해 보이는 인물을 완벽하게 연기한 그에게 쏟아진 찬사는 대단한 것이었다. 하정우는 <추격자> 한 편으로 단숨에 흥행배우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정우가 <추격자>를 택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독특하고 신선한 역할을 제대로 표현한 것은 그가 앞으로 '이미지'보다 '연기'에 집중할 기반을 만들어 주었다. 하정우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역할에 도전했다. 그 중 <러브픽션>은 의외의 선택이었다. 그간 음울하고 강인한 역할을 연기했던 그가 찌질하고 평범한 남성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정우는 그동안의 색깔을 모두 벗어 던지고 평범한 남자로 거듭났다. 꽃미남 배우가 했다면 살지 않았을 디테일까지 하정우 덕분에 살아났다는 평이 쏟아졌다.

하정우는 출연한 영화 어느 것에서도 연기력에서는 일정 부분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저력을 발휘했다. 어느 역할을 맡겨도 '믿고 안심할 수 있는 배우'라는 사실은 하정우의 이미지 메이킹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영화 <러브픽션>에서의 하정우(왼쪽)와 <추격자>에서의 하정우(오른쪽)

영화 <러브픽션>에서의 하정우(왼쪽)와 <추격자>에서의 하정우(오른쪽) ⓒ 삼거리픽쳐스 ·판타지오/영화사 비단길


덕분에 지금 하정우의 위치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이 독보적이다. 그만이 최고는 아니지만 그처럼 어둡고 음울한 감정부터 코미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표현 가능한 배우는 찾기 힘들다. 하정우의 가장 큰 장점은 무게감이 있다는 것이다.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두드러진다는 것은 영화배우로서 더할 수 없는 찬사다.

하정우는 영화의 흥행과는 별개로 이름값에 별 타격을 입지 않는다. 실제로 <비스티 보이즈>나 <황해>의 경우 만족할 만한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하정우만큼은 언제나 출연한 영화 안에서 발견되고 회자되었다. 이는 그가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에만 출연한다면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인정받을 위치에 올라섰다는 뜻이요, 스타가 아닌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누구보다 잘 포착한다는 의미다.

스타는 흥행에 울고 웃는다. 그러나 배우는 흥행과 상관없이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 자신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 물론 배우에게도 궁극적으로 흥행은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한두 번의 실패에도 배우는 타격을 입지 않으며 그 속에서도 찬사를 받을 줄 안다. 하정우는 바로 그런 커리어를 쌓고 있다.

류승룡, 연기내공 바탕으로 뿜어내는 범상치 않은 존재감

  영화<7번방의 선물>에서 6살 지능의 딸바보 이용구 역의 배우 류승룡이 24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배우 류승룡 ⓒ 이정민


이 같은 과정은 최근 영화의 흥행으로 주연급의 위치를 공고히 한 류승룡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류승룡은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에 이어 <7번방의 선물>로 '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나 <광해>와 <7번방의 선물>은 본질적으로 흥행의 성격이 다르다. <광해>는 이병헌이라는 스타가 전면에 등장했고 많은 예산을 쏟아 부었으며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했다. 마케팅 역시 엄청난 물량공세를 바탕으로 했다.

그러나 <7번방의 선물>은 요새 만들어지는 영화에 비하면 그 규모가 크다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완벽하게 흥행을 담보하는 스타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성과다. 그렇기 때문에 <7번방의 선물>이 1000만 관객을 달성한 것은 <광해>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단순히 류승룡이 주연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 류승룡의 커리어에서 더 빛나는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은 <광해>가 아니라 <내 아내의 모든 것>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류승룡은 그간 보였던 캐릭터 중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전설의 카사노바 장성기를 연기한 류승룡은 그 배역에 감히 다른 사람을 떠올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류승룡은 느끼하지만 자꾸 보게 되는 카사노바 캐릭터를 제대로 포착해 냈고, 웃음마저 책임졌다. '더티 섹시'라는 별명도 이때 만들어졌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마성의 남자' 류승룡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마성의 남자' 류승룡 ⓒ NEW


류승룡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미지 메이킹과 연기력을 통해 존재감을 알렸다. 그 역할을 맡은 것이 우연이든 전략이든,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다. 이후 그는 <광해>에서 진중하고 생각이 깊은 허균 역을 맡았다. 주목할 점은 류승룡이 180도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전혀 거부감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배우의 이미지를 떠나 캐릭터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하는 역량은 상당한 내공이 바탕이 된 연기에서 비롯된다. 류승룡이라는 배우가 가진 독특한 이미지와 존재감으로 그는 다양한 역할에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었다.

<7번방의 선물> 속 용구는 <내 아내의 모든 것>과 <광해> 사이의 묘한 접점에 있다. 정신지체 캐릭터로 웃음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마지막에는 감동까지 자아낸다.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교도소 분위기와 상황은 고개를 갸웃하게 하지만, 영화는 종반으로 향할수록 눈물 폭탄을 터뜨리며 의문점을 지운다. 이 눈물의 강도는 어느 영화와 비교해도 강력했고,  신파 코드를 극대화해 보는 사람들의 눈물샘이 마를 틈 없게 한 전략은 주효했다. 또 이를 통해 류승룡은 강력한 흥행 배우로 올라섰다. 앞으로 더욱 굵직하고 존재감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닦게 된 셈이다.

두 배우는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성공으로 향하는 언덕에서 그들은 '스타'를 지향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들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극대화한다면 흥행만이 아니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의 영역까지 확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을 오랫동안 대중의 곁에 머무르게 하는 강력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entertainforu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정우 류승룡 7번방의 선물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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