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산호

배우 김산호 ⓒ PMC프러덕션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에서 배우 김산호가 맡은 역은 '된장남'이다. 장차 상원의원이 되고 싶은 이 남자는 상원의원의 품위에 걸맞은 아내를 만나려 한다. 그런데 여자친구 엘 우즈(제시카, 정은지, 최우리 분)는 상원의원의 아내로는 부족한 듯하다. 

한순간에 여자친구를 매몰차게 차고 스펙이 되는 미래의 아내를 찾으려는 된장남 워너 역의 김산호. 그는 tvN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김현숙의 남자친구로 널리 알려진 배우이기도 하다.

- 지금 출연하는 <리걸리 블론드>를 소개해 달라.
"온 가족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뮤지컬이다. 재미있는 장면에서는 맘껏 웃을 수 있으면서도 한 여자가 남자 없이 당당하게 홀로서는 과정을 담았다."

- 맡은 역할이 된장남이다. 확대하여 해석하면 악역의 연장선이다. 뮤지컬에서 악역을 맡은 건 처음이지 않는가.
"맞다. 극 중 스펙이 되지 않는 여자친구를 차 버리는 남자니까. 그간 순수한 역할이나 <그리스>의 대니처럼 바람둥이 역을 많이 맡았다. 그런데 드라마 <금지옥엽> <사랑아 사랑아>에서 악역을 맡다 보니 뮤지컬에서도 악역 아닌 악역을 하나보다. 워너는 미래의 아내감인 여자친구를 자신을 위한 미래의 진로라고 생각하는 현실적인 남자인 것 같다."

- 워너를 연기할 때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는가.
"현실에 충실한 남자로 연기하고 있다. 엘 우즈를 사랑했지만, 더 좋은 조건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현실적으로 판단하기 좋아하는 남자다. 그렇다고 워너가 이성적이기만 하면 캐릭터에 맞지 않아서 어리숙한 부분을 살짝 넣었다. 스스로 멋있고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나사 하나가 살짝 빠진 듯한 워너를 표현하고 싶다."

- 팬들은 대개 쌀을 기부한다. 그런데 김산호의 팬들은 '연탄'을 기부하더라. 인상적이다.
"팬들에게 '드리미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어느 순간부터 뮤지컬 계에는 드리미라는 문화가 정착되었는데, 달리 보면 '우리 배우가 이 정도'라고 과시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취지에서 팬클럽에 쌀 드리미를 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했다. 이때 팬클럽에서 '그럼 연탄으로 기부하겠다'고 해서 나온 것이 연탄 드리미다."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 속 한 장면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 속 한 장면 ⓒ PMC프러덕션


- 젊은 팬도 많지만 연배가 있는 팬도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린 팬들은 금세 다른 팬으로 갈아탄다. 반면 결혼하신 분들은 끝까지 팬으로 남더라. 2006년 뮤지컬 <바람의 나라>에서 팬이 된 분들은 변하지 않고 계속 팬으로 남아있다. 신인 뮤지컬 배우에게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어린 팬보다는 연배가 있는 분들을 팬으로 사로잡는 편이 충성도가 높을 것이다.(웃음)"

- 데뷔한 계기가 궁금하다.
"방송과 뮤지컬 무대에 선 시기가 비슷하다. 방송은 소속사에 들어가서 방송국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된 거라 특별할 건 없었다. 대학 복학하기 전에 97학번 학교 선배의 권유로 3개월 동안 뮤지컬 <그리스>의 앙상블을 했다. 그땐 정말 뮤지컬 배우로 진출할 생각이 없었다. 아르바이트로만 생각했다.

그 후 이지나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바람의 나라>를 공연하려는데 극 중 주인공의 얼굴이 내 얼굴과 매치되었다고 한다. 꿈에서도 매칭될 정도라고 하시더라. '내가 그 친구를 기억하는데 누구지? 오디션에 한 번 와 봐라'고 해서 오디션을 보고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원래 예술단에서 공연할 땐 외부에서 섭외된 배우가 들어오기 힘들다. 그런데 무명의 신인이 파격적으로 주연에 기용된 케이스였다."

- 개인적으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좌우명이 있다면?
"서두르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자는 게 좌우명이다. 서두르면 해야 할 것도 놓칠 때가 있고, 행복해야 할 때도 놓치게 되는 일이 터진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욕심부리지 말고 넉넉하게 나아가자는 것이 좌우명이다."

- 본인의 연기를 시계로 비유하면 몇 시 정도일까?
"알 파치노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배우는 네 종류로 구분된다고 한다. 첫 번째가 '저 배우 누구지?'하는 단계라면 두 번째는 '연기 좀 한다'는 평을 듣는 배우가 있다. 세 번째로는 '저 배우랑 비슷한 사람이라도 데리고 와', 마지막으로 네 번째가 '저 배우 아니면 안 돼'로 구분된다고 한다.

알 파치노가 나이 육십이 되어서야 세 번째 반열에 들어설 수 있었다고 한다. '저 배우와 비슷한 사람 데리고 와' 아직 이 반열에 들지 못하니 내 연기를 시계로 본다면 한 시, 두 시가 아닐까 싶다."

- 마스크 이미지와는 달리 드라마에서는 악역 캐릭터를 맡을 때가 종종 있다. 속상하지는 않은지.
"무대와 달리 방송은 클로즈업이라는 기술이 있지 않은가. 보기와는 달리 눈매가 매서운 편이기에 얼굴만 놓고 눈가를 클로즈업하면 날카롭게 보일 수 있다. 얼굴의 이미지와는 달리 말하는 이미지가 악역과 잘 맞지 않지만, 방송은 이미지를 보다 중요시한다. 눈가의 날카로운 이미지가 방송에서 악역을 선호하게 하는 것 같다.

동정이 가는, 정이 가는 악역을 해 보고 싶다. 그런데 악역이 착한 역할보다 쉽지가 않다. 시청자를 사로잡을 내공을 쌓아야 실력 있는 악역 연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의 한 장면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의 한 장면 ⓒ PMC프러덕션


-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바람의 나라>에서 맡았던 무율 역이 가장 애착이 크다. 당시 연기 경험도 없는 신인인지라 캐릭터를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당시 조정석씨가 내 아들 역이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총각이 아들도 있고, 결혼도 두 번이나 하고, 심지어는 아들도 자기 손으로 죽이는 어마어마한 역을 맡았다. 연출이 바라는 대로 연기했을 뿐인데 그 역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대사도 많지 않아서 내면적으로 연기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 필모그래피를 보면 라이선스 뮤지컬보다 창작뮤지컬에 많이 출연한 점이 눈에 띈다.
"연기할 때는 라이선스 뮤지컬보다 창작뮤지컬이 편하고 정서도 잘 와 닿는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 만들어진 캐릭터 위에 나만의 연기를 덧씌워야 한다. 하지만 창작뮤지컬의 캐릭터는 좀 다르더라. 창작뮤지컬의 이야기는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거나 예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하는 이야기다. 우리 정서와 더 잘 맞기 때문에 연기로 더 잘 표현할 수 있고, 관객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 본인만의 연기 철학이 궁금하다.
"예전에는 '무슨 작품을 맡건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했다. 그런데 요즘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면서 그 안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요즘 쇼잉을 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 하고, 과시한다는 느낌이 들 때는 자연스러운 가운데서 감정을 최대한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 극단적으로 감정을 분출하는 연기보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서정적인 연기가 많다.
"영화에서는 내면적인 연기가 먹힌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뿜어나오는 연기를 하길 바라더라."

- 향후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막돼먹은 영애씨>가 시즌제로 가기 때문에 계속 맡을 것 같다. 무대 작품으로는 김광석의 노래로 만드는 뮤지컬 <그날들>에서 단순무식하고도 우직한 대식이라는 역을 맡는다."

김산호 리걸리 블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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