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드라마의 공식 중 '의학 드라마에서 연애', '회사 드라마에서 연애', '가족 드라마에서 연애'라는 것이 있다. 각 드라마들이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지 못하고 거의 한 가지 주제를 드러내는 것을 꼬집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드라마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각종 예능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형식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진행자들과 출연자들 간의 잡담과 신변잡기가 주된 줄기가 되고 마는 것이다. 포맷은 다르다지만 내용물은 별반 다름없이 진행되는 것. 이것은 예능 포화상태인 지금으로서는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KBS 2TV 새 버라이어티 <달빛 프린스>는 그런 면에서 조금 다른 평가를 받을 여지가 있다. 진행자들과 게스트, 그리고 시청자들이 매 주 한 권의 책을 읽은 다음, 그 내용 중에서 시청자들이 질문을 뽑아낸 질문들로 방송을 진행하는 것. 질문을 맞추게 되면 게스트가 상금을 타게 되고 그것을 기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이 타 예능과 구별되는 점은 책 속에서 드러낸 철학을 진행자, 시청자들이 어느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시각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가 양측에 이미 제공된 상태이므로 심도 높은 유머를 더할 수만 있다면 보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달빛 프린스> 강호동과 네 패널들이 프로그램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달빛 프린스> 강호동과 네 패널들이 프로그램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KBS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사정은 달랐다. 첫 책으로 선정된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속의 몇몇 단어와 문장만을 지엽적으로 끌어내어 자신들의 소소한 잡담 수준의 체험담으로 연결시키는 데 그치고 만 것. 그것도 '첫 키스', '첫 경험', '가출' 등의 자극적 소재가 주를 이루어 민망함을 주기도 했다. 거기에 책의 20페이지 정도만 읽었다는 한 패널의 태도는 할 말을 잃게 만들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가장 큰 주제가 '책'이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들어본다'는 것이 그 취지. 그러나 이번 방송이 첫 회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렇다할만한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저 룰을 이해하기도 힘든 수갑 등의 벌칙장치, 진행자 강호동에 대한 '매운 책 먹이기'등의 곁가지만 무성했을 뿐이다.

추려낸 몇 가지 단어와 문장들로 웃음을 뽑아내려 한다면 굳이 하나의 책을 선정할 이유가 있을까. 그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전혀 전달하지 못한 채 말이다. 결국 남는 것은 말장난 뿐이라면 기존의 예능과 차별점은 전혀 찾을 수 없게 된다.

방송 사이사이 자막으로 명언 등을 소개해 진행자들의 유머와 연결시켜보려는 시도 등은 돋보이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소개된 책 속에서 뽑아낸 것이 아니어서 산만한 느낌을 주었다.

책을 통해 웃음과 기부 등의 공익을 함께 잡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첫 회에서는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다. 지금 진행자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은 선정되는 책에 대한 '성실한 태도'다. 그 전제를 바로 세운 뒤라야 웃음 또한 빛을 발하지 않을까.

이 프로그램에서 심각하게 책에 대한 토론을 나누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정도는 심도 있게 다루는 것이 옳다. 초대된 원로작가에게 엉덩이로 글씨를 쓰게 하는 '예능감'을 바랄 정도라면 말이다.

<달빛 프린스>가 첫 회의 미숙함을 점차 극복해가며 시청자들과 공감과 반론을 나눌 수 있는, 보다 차별화된 예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KBS 달빛 프린스 강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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