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 어페어>에 이어 <더 헌트>라는 또 하나의 덴마크 영화가 한국 영화팬들 곁에 찾는다. 두 작품 모두 덴마크 국민배우 매즈 미켈슨이 주연을 맡았고 베를린, 칸 등 국제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다. 세계적인 거장으로 우뚝 선 라스 폰 트리에 이어 꾸준히 해외 영화제, 영화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덴마크 영화를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작지만 내실 있는 덴마크 영화를 알아보고자 한다.

 덴마크 출신 라스 폰 트리에가 감독, 각본을 맡은 영화 <멜랑콜리아> 포스터

덴마크 출신 라스 폰 트리에가 감독, 각본을 맡은 영화 <멜랑콜리아>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덴마크가 자랑하는 명감독...이들의 진가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감독은 단연 라스 폰 트리에다. 1984년 <범죄의 요소>로 장편 감독에 데뷔한 라스 폰 트리에는 <킹덤>(1994), <어둠 속의 댄서>(2010), <안티 크라이스트>(2009), <멜랑콜리아>(2011)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한다. 그는 2000년 <어둠 속의 댄서>로 그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석권하였다. 2011년 칸 영화제에서 나치 옹호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어도, <멜랑콜리아>로 두 번 째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차기작 <님포마니악> 개봉을 앞두고 있다.

24일 개봉하는 <더 헌트>의 토마스 빈터베르그도 해외 평단이 주목하는 유명 감독이다. 1995년 라스 폰 트리에와 함께 '도그마95 선언(1995년 봄 코펜하겐에서 창립된 오늘날 영화의 일반적인 경향에 반대하는 영화감독들의 집합체를 뜻함)'에 참여한 이후 만든 영화 <셀레브레이션>은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포함,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휩쓸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영어권에 진출한 이후 만든 <올 어바웃 러브>(2003)와 <디어 웬디>(2005)가 흥행에서의 아쉬움이 있지만, 2012년 <더 헌트>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18세기 덴마크 계몽태동기 시대, 왕실 비화를 다뤄 호평 받은 <로얄 어페어>의 니콜라이 아르셀 감독도 향후 영화팬들이 주목해야할 떠오르는 신성 중 하나다. 2009년 개봉한 스웨덴 판 <밀레니엄> 시리즈 각본을 맡은 니콜라이 아르셀은 이미 2002년 아동영화 <이다는 은행강도>(2002)은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실력파 감독이다.

니콜라이 아르셀이 연출을 맡은 <로얄 어페어>는 라스 폰 트리에가 설립한 덴마크 영화사 '젠트로파 엔터테인먼트'에서 직접 제작을 맡기도 하였다. 2012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남우 주연상(미켈 푈스가르드)과 각본상을 수상한 <로얄 어페어>는 2013년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등극한 상태다.

<애프터 웨딩>(2006), <인 어 베러 월드>(2010), 최근에 국내 개봉한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 수잔 비에르, <블리더>(1999), <피어X>(2003)의 니콜라스 윈딩 레폰도 덴마크가 낳은 실력파 감독 중 하나다. 또한 이 밖에 덴마크 출신 여성 감독 론 쉐르픽이 지난 12월 국내 개봉한 앤 해서웨이, 짐 스터게스 주연 <원데이>의 메가폰을 잡는 등, 덴마크 출신 감독들의 향한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구애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더 헌트>에 출연한 덴마크 배우 매즈 미켈슨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더 헌트>에 출연한 덴마크 배우 매즈 미켈슨 ⓒ (주)엣나인필름


믿음이 가는 배우...스타성과 연기 동시에 갖춰

요즘 덴마크에서 우유(?)를 제치고 가장 뜨겁다는 남자 매즈 미켈슨. 국내 영화 팬들에게 2006년 개봉한 <007 카지노 로얄>의 매력적인 악당으로 낯익은 얼굴이기도 하다. 덴마크 TV 시리즈 <유닛 1>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매즈 미켈슨은 이어 미국 할리우드 시장에도 진출, <킹 아더>, <007 카지노 로얄>, <타이탄>, <삼총사3D> 등 대형 블록버스터에도 출연한 바 있다.

오히려 매즈 미켈슨은 스타성보다도 연기로 유명한 배우다. 작년 12월 개봉한 <로얄 어페어>에서 지성과 뜨거운 가슴을 갖춘 계몽주의자로 열연한 바 있는 그는 <더 헌트>를 통해 2012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하며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등극했다. <더 헌트>에서 사회의 집단 광기와 폭력에 맞서 힘겹게 싸우는 남자로 분한 매즈 미켈슨의 연기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단연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다.

덴마크 국립영화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임에도 불구, 대선배 매즈 미켈슨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2012 베를린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미켈 퓔스가르드도 향후 눈여겨봐야할 덴마크 출신 배우 중 하나다. <로얄 어페어>에서 편집증을 앓고 있는 광기어린 왕 캐릭터를 완벽 소화한 그는 덴마크 영화계가 발굴해낸 최고의 얼굴임인 동시에 향후 덴마크 영화의 앞날을 밝게 한다.

 덴마크 출신 니콜라이 아르셀이 감독, 각본을 맡고, 매즈 미켈슨, 미켈 퓔스가르드가 출연한 영화 <로얄 어페어>

덴마크 출신 니콜라이 아르셀이 감독, 각본을 맡고, 매즈 미켈슨, 미켈 퓔스가르드가 출연한 영화 <로얄 어페어> ⓒ (주)화인픽쳐스


요란한 홍보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개봉 13일 만에 독립예술영화 기준 1만 명이라는 흥행에 성공한 <로얄 어페어>와 아직 개봉 전임에도 불구, 평단과 관객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낸 <더 헌트>는 분명 덴마크 영화의 남다른 힘이다.

근처 유럽 국가 즉,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에 비해 비교적 작은 영화 시장임에도 덴마크 영화가 끊임없이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덴마크 출신 감독들만이 보여주는 독특한 개성과 실험 정신이다.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할리우드의 상업성을 모방하기보다 '도그마95 선언' 등을 통해 꾸준히 영화라는 대중 예술 매체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는 감독들의 도전이 오늘날 작지만 내실 있는 덴마크 영화의 저력인 셈이다. 독립예술 영화에 대한 지원보다도 대기업 자본을 앞세운 규모가 큰 영화에 집중하는 우리 영화계가 눈여겨야할 모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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