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15일 오전 10시 36분]

강원도가 추진해온 남북 관계 개선 노력에 정부가 갑자기 제동을 걸고 나섰다. 통일부는 지난 8일께 강원도에 전화를 걸어, 오는 24일 개최 예정인 국제청소년여자축구대회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강원도는 대회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국제청소년여자축구대회는 24일부터 27까지 중국 하이난섬(해남도) 일원에서 열린다. 한국과 북한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등 4개국의 여자 축구팀이 함께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강원도립대 여자축구팀이, 그리고 북한에서는 4.25 여자축구팀이 참가하기로 되어 있다.

통일부는 강원도에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대회를 연기하라"고 요구했다. 통일부가 이런 요구를 하는 데는 지난해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후 북한에 일정하게 제재를 가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데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 문제를 어떻게 판단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강원도는 대회 개최일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일정 변경에 난색을 표했다. 강원도가 일정 변경이 어렵다고 판단한 데는 이번 대회가 각국 여자축구팀에게는 동계전지훈련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대회 일정을 조정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문제도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북한 여자 축구팀은 지난 9일 이미 대회 개최 장소에 도착"해 있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일정을 변경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강원도는 대회를 계획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강원도 체육진흥과는 14일 "(북한이 선수단을 보내는 등) 대회가 이미 상당 부분 진척이 된 상태라 연기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회를 그대로 진행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문순 도지사 "남북 관계는 강원도에서 가장 민감한 현안"

강원도 최문순 도지사는 지난해 11월 13일 '접경지역 문제'를 놓고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중국에서 남한과 북한의 여자축구팀 등이 함께 모여 경기를 치르는 건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 최 지사는 "아마도 이명박 정권 들어서 국장급 대화는 처음"이라며, "어제(12일) 강원도청 실무자가 중국에서 북쪽 관계자를 만나 남한과 미국, 북한 여자축구팀이 모여 하이난섬에서 경기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강원도가 남북 간 축구대회 개최에 이 같은 열의를 보이는 것은 도가 처한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강원도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 관계가 급속히 경색되면서 고 박왕자씨 총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는 등 지역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그 어느 곳보다도 남북 관계 개선이 시급한 지역이 강원도다.

최 지사는 그동안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남북 관계가 안정되고 평화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데 결론을 내리고, 다방면으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남북 간 경제 협력을 도모하는 방안을 찾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문순 도지사는 지난 인터뷰에서 "남북 관계는 이 지역에서 가장 민감한 현안 이슈"라며 "남북 관계가 왜곡되면 지역 경제가 안 돌아간다"는 점과, "접경지 주민에게 평화는 구호가 아니라 삶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통일부 "국제사회 대북제재 논의 중... 남북 간 교류도 엄정하게 조절"

강원도는 지난 3일 국제여자청소년축구대회 개최 소식을 알리면서, 이 대회가 "남북 관계 개선과 강원도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관련 사업 전개를 위한 초석 마련의 상징적인 대회"임을 명확히 했다.

강원도는 실제 이 대회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고, 나아가 남북 간 경제 협력까지 도모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강원도는 이 대회를 시작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등, 이 대회가 "대북 관련 사업 재개를 위한 기폭제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대회는 강원도와 강원도체육회가 후원하고, 중국 해남성 축구협회와 (사)남북체육교류협회가 주관하는 형식을 취했다. 대회 공식 명칭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기념 국제여자청소년축구대회'이다. 이 대회에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염원하는 뜻도 담겼다.

한편,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우리를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대북제재가 논의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 맞춰 남북 간 교류협력도 엄정하게 조절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 자리에서 국제여자청소년축구대회와 관련해 "(강원도에서) 아직 북한주민접촉신고 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신청이 들어오면 정부 입장과 해당 단체가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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